영화/최신작

다우트

walrus 2009. 2. 15. 00:33
영화의 플롯은 기본적으로 간결하다. 하지만, 심플한 플롯에 입체성을 불어넣은 것은 단연 두 장인의 연기력에 있다. 영화의 연출도 흠잡을 때 없으나 연출로 무언가를 드러내려고 하는 감독 위주의 영화로 가기 보다는 두 배우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의 초반 메릴스트립이 각종 개인기로 극을 리드하는 것처럼 보이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진가는 영화의 중반 메릴 스트립이 다그칠 때 나온다. 관객은 신부의 편에 서 있으나 그의 미묘한 표정은 100% 확신하기 힘들게 한다.

관객에게 '누가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처럼 보이고 쉽게 답을 줄 것처럼 가다가도 항상 멈칫하게 만든다. 2007년을 지난 미국의 영화는 확신에 가득찬 답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모호함의 구조를 이 영화는 그것을 철저하게 배우의 역량을 통해 구현한다. 끝까지 모호했던 2007년의 영화와 비교하자면 이 영화는 승자의 탄식과 패자의 웃음을 통해 영화가 얘기하고자하는 바를 비교적 선명히 드러낸다. 결국에는 목소리 큰 강자의 논리가 될 옳음에 집착하기 보다는 '약자에 대한 관대함'과 '인간에 대한 긍정', 자유의지를 보다 강조하던 시대들의 지향했던 바에 영화는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런면에서 영화에는 오바마 시대에 대한 미국의 기대감-그것이 곧 한계를 드러낼지라도-이 녹아있다.

US 포스터와 비교했을 때, 한국 포스터는 영화가 주는 미묘한 느낌을 한국 포스터는 깔끔하게 제거해버린다.

다우트(Doubt, US, 2008, 104min)
감독: 존 패트릭 샌리
출연: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