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rus 2014. 3. 23. 01:36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필르모그라피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그만이 줄 수 있는 영상의 질감이 신화를 담은 블럭버스터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예상 정도, 아니 예상보다 화려한 볼꺼리.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전작을 알고도 반지의 제왕식의 멋진 비주얼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럽겠지만 레퀴엠,레슬러,블랙스완 등 전작에서 살갖으로 달라붙는 질감이 그만의 암울한 환타지와 사실성 사이를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실, 오히려 라스 폰 트리에식으로 조금 더 건조하고 미니멀하게 가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서 긴가민가한 부분은 테렌스 말릭식으로 구약성서의 이미지를 거창하게 가져올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긋고 '그들 또는 인간을 위한 자리는 없다'라는 것에 대한 전체적인 회의라는 영화의 화두와 이런 긴가민가하고 들쭉날쭉한 영화의 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왠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이기 때문에 집어넣었으리라 예상되는 마지막 몇분만 덜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질문과 회의를 던진다는 점에서 손을 들어주고 싶다.


노아(Noah, US, 2014, 139min)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