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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17-0)트럭 페스티벌: 나씽밧씨브스, 웜뱃-20170722, Hill Farm

트럭페스티벌은 말그대로 농장에서 펼쳐지는 작은 페스티벌이었다. 작은 페스티벌의 대부로 평가되고 있다.셰필드에서 런던 패딩턴 그리고 패딩턴에서 일정도 제대로 지겨키지 않는 GWR을 타고 디드콧 그리고 디드콧에서 호텔, 호텔에서 또 다시 페스티벌 사이트. 산넘고 물건너 왔을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비로 대책없는 진흙뻘. 피곤해 죽을 것 같았지만 나름 페벌 분위기 내기로.

그런데 진흙뻘 지옥은 페벌 분위기가 아니라 페벌 그 자체였다. 한국의 록페와 별 차이없는 작은 규모 속에 우리가 글라스톤베리하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있었고 메인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상당히 작은 규모의 다양한 스테이지가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다양한 로컬씬의 음악이 펼쳐졌다. 핫한 밴드들의 스테이지, 50년대 로큰롤, 농장의 창고에서 펼쳐지는 펑크 스테이지, 신예와 베테랑을 교대로 배치한 스테이지, 컨추리 스테이지, 영화를 트는 텐트, 그리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클래식한 놀이공원.

작은 글라스톤베리. 글라스톤베리가 그렇듯이 화끈한 청춘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다. 작은 글라스톤베리라는게 글라스톤베리보다 못한게 아니라 오히려 글라스톤베리와 같은 록페스티벌의 핵심과 공기에 보다 충실한, 가장 페스티벌다운 페스티벌이었다. 물론, 트램라인즈처럼 '오 제러미 코빈'은 어느 곳에 가나 들렸다. 얘네들 참 단순무식하게 따라하는 것 참 좋아한다.

한국 공연에서는 청승이 별 마음에 들지 않았던 Nothing but thieves도 활기찬 공기와 더불어 꽤 멋진 기타밴드로 들렸고 Wombat에 이어 어제의 개망나니 리버틴스가 등장할 차례였다. 한편으로 걱정되는게 이렇게 뜨거운 분위기가 리버틴스로 가면 사고 터지지 않을지.

비가 오고 더럽고 춥고 힘들었지만 끝내주는 시간과 공간이다. 커뮤니티와 지역 주민들은 이런 좋은게 알려져서 끝내주는 로컬 페스티벌이 국제화되서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글라스톤베리처럼. 하지만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놈들만 즐기기에는 너무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