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록을 건설한 빌그래엄의 이름을 빌려온 빌그래엄 시빅오디토리엄. 체조경기장처럼 7천명 수용 공연장. 애플행사도 하는 공간이지만 음악이 일단 잘들렸다.
오프닝 디어헌터. 노이즈의 흐름으로 기분좋은 멜로디와 그루브를 뽑아내는 밴드. 올해의 앨범급으로도 뽑히기도 했던 밴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
동시대의 록밴드는? 이 유치한 질문에 틀림없이 고민될만한 밴드. 라디오헤드? 호불호를 떠나 이제 록밴드라 하기엔 민망하고 콜드플레이, 영감이 없어진 아레나형 팝밴드. 푸파이터스? 좋은데 좀 하드하고 좀 오래되기도 했고. 뮤즈? 유럽적이면서 메탈쪽 밴드에 가깝고 최근 앨범은 거의 민망한 수준.
킹즈오브레온은 앨범도 만이 냈고 확실히 헤드라이너급 밴드이며 최근 앨범도 괜찮은 반응을 받은 밴드. 무엇보다 록의 순도가 높다. 들어오자마자 간단히 증명했다. 단단한 리듬 사이로 최적의 톤과 호흡으로 간결하게 치고 빠지는 기타의 리드기타의 솜씨가 상당했다. 빌그래엄시빅오디토리엄의 사운드가 좋았다. 킹즈오브리온의 강점은 간결하다는데에 있다. 단단한 록을 하지만 장황한 솔로로 빠지지도 않고 곡이 길게 가지도 않고 좋을 때까지만 곡을 연주한다. 특히 초반부의 기타로 조져주고 달리는 록사운드는 초기 킹즈오브리온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고 투박한(사실 투박한 척)하는 서던록 사운드에 들소같이 달려들어 밀고 나가버리는 박력.
어쿠스틱 셋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무대는 Walls를 연장시키는 V자 벽이 위로 올라가면서 커졌고 4인조에서 추가된 세션으로 아레나록을 지향했다. 'Sex on Fire'와 'Use Somebody'가 성공한 이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그 기세로 점점더 규모를 키워가고 덩치가 크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으로 노선을 정한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 그런데 그 고민이 공연에서도 느껴졌다. 이전에 확 잡아당기는 강력한 록사운드에서 덩치를 키웠을 때 그 쾌감이 더 이상 폭발하지 않는다는 점. 스톤즈처럼 'Brown Sugar'같은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쎄게 간다는게 의미있지도 않다. 지금 최고의 록밴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Setlist
The End
Slow Night, So Long
McFearless
Four Kicks
Muchacho
Molly's Chambers
Eyes on You
The Bucket
Over
Sex on Fire
The Runner
Comeback Story
WALLS
Find Me
The Immortals
Radioactive
On Call
Closer
Crawl
Pyro
Conversation Piece
Supersoaker
Reverend
Use Somebody
Waste a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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