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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칼바랏-무브홀, 20190423


리버틴스 1집에 매료되었던 것은 선명한 곡조를 속도감있게 담아낼 때 그리고 그 속도감에 날 것의 느낌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허세, 자학이 질주하는 청춘의 짧은 순간이 있다. 롤링스톤즈 같은 개막장은 늘 그렇듯 롤링스톤즈 말고는 지속할 수 없었고 재결성 후 앨범에서 작곡 능력은 살아있었지만 이제는 질주하는 젊은 대신 망해버리고 지나가버린 중년남이 되어있었다.
2년전 리버틴스가 영국에 지닌 의미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아무 맥락없이 나오는 오 제러미코빈-공연은 좋기도하고 안좋기도 했다. 에너지를 집중해서 담아내는 빛나는 순간이 있어도 개판치는 시간이 특히 피트 도허티가 개판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칼바랏의 밴드로 공연할 때 공연 초반과 후반의 속도감은 상당했다. 피트라는 짐짝이 없어졌을 때의 속도감. 물론 그 속도감에도 구린 사운드가 장애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트 도허티가 있고없고는 차이가 적지않았다. 돈룩백..의 시작부분에 얘야아나 피트의 멜랑콜리나 한심함이 주는 곡의 입체감. 노래를 못부르는 것같은 로큰롤 보컬이 로큰롤에서는 왠만큼 잘하는 보컬이나 아니면 아주 잘하는 보컬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도 있었다. 칼바랏이 아무리 못불러도 보컬은 곳을 가지고 노는 수단인데 그걸 악보에 따라 노래하고 영어를 읽어버리면 재미가 없어진다.
곡이 좀 안들려도 그보다 더한 재미가 있다. K팝이 수출하는 팬덤의 공연장놀이. 90프로 이상의 여성관객의 때창과 조공, 이벤트는 단지 기타티고 노래부르는 공연이 아니라 두시간을 끝없이 주고받는 놀이터로 만들었다. 사실 한줌도 안되는 남성팬들은 이 놀이의 장애물일지도. 록중년남들이 좋아하는 비틀즈의 비틀매니아보다 못할께 뭐있을까. 사실 영국록은 소녀들이 춤출 수 있는 노래가 되지못하면서 망했다. 망하기 전의 그런 느낌을 잠시는 까볼 수 있는 충만한 재미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