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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존 메이어-20140506, 잠실보조경기장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뮤지션을 꼽는다면, 팝에 오픈마인드라면 비욘세, 조금 더 오픈마인드라면 소녀시대가 되겠지만 적당히 쟨척하려면 영국 쪽이라면 콜드플레이, 미국 쪽이라면 존 메이어 아니면 잭 화이트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모던이나 대안이라는 말로도 뽕을 뽑아먹다가 이제는 인디라는 말을 막붙여쓰는 막장에 몰린 비평 쪽에서는 항상 새로운 척하는 것을 찾지만 정작 최고로 꼽을만한 미국 뮤지션인 잭 화이트와 존 메이어가 루츠에 가장 강한 뮤지션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지금의 뮤지션 중 최고라할만한 뮤지션이 왔다. 최고의 앨범 continuum을 낸 후 2007년 실황 영상인 where the light is에서 압도적인 그의 실력을 이미 확인할 수 있었기에 기대감은 클 수 밖에 없었다.

공연장에서 존 메이어는 모범 그 자체였다. 내한 공연답지 않게 7시 정각에 공연을 시작했고 별다른 비주얼적인 장치없이 음악만으로 110분 정도를 달렸다. 상품 수입을 세월호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고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오며 한국 관객들을 위한 예를 다한 것과 다시 오겠다는 말을 몇차례 반복하는 것 역시 좋은 팬서비스. 손맛이 뭔지를 보여주는 핑거링을 곡마다 선보였지만 기본적으로 리듬을 담당했고 제인 카니와 덕 페티본이 수시로 솔로를 연주했는데 각각 록킹하거나 컨추리한 요소를 보안하는 역할을 했다. 루츠에 충실했기에 요즘 뮤지션답지 않게 모든 곡이 내실있고 그 와중에 알찬 솔로를 맛보는 쏠쏠했고 보컬은 단단했다-몇번 삑사리는 있었지만 그건 안중요하고. 작곡,기타,보컬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 재간동이 쌍제이나 바톤 핑크 시절, 존 타투로 같은 유태계치고 잘 생긴 외모는 덤. 3명의 기타를 통한 잘만든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전형. 제일 쉬운 것 같은데 제일 어려운게 어덜트 컨템포러리가 아닐지.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아쉬움도 있었다. 초반 사운드가 개판인 탓도 있었지만(늘 그렇듯 해가 지면 사운드는 좋아진다) 밴드로서의 사운드의 단단함이 다소 부족하다 싶었다. 각자의 뮤지션의 역량보다도 밴드로서 호흡을 맞춘 시간의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든 밴드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 정작 공연 중에 존 메이어는 나 잘났어 플레이 대신 상호 존중이라는 것을 큰 형들과의 작업을 통해 배운 것이 느껴졌지만. 존 메이어 같은 뮤지션은 미국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뮤지션이다. 루츠가 만들어지고 살아있는 지역적인 요소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루츠를 직접 발견발굴했던 이전의 영국을 제외하자면. 어쿠스틱 찌질 포크 솔로를 솜씨있게 하는 뮤지션이 실력있다는 이유로 블루스의 전설과의 작업으로 루츠에 눈을 뜨는 일은 미국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존 메이어나 잭 화이트와 같이 지금 세대에 루츠에 기반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면 그들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 자체도 느껴지기도 한다. 루츠를 직접 발견해서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던 로큰롤 초창기의 뮤지션이나 2세대쯤 뮤지션과 달리 지금 세대는 록을 통해 그 흔적을 찾아가야 한다. 정말 영리하게 흠 잡을 수 없는 모범적인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기에 별 의미없는 투덜거림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달말의 폴매카트니나 다음달 고란 브레고비치를 본다면 이런 투덜거림에 동의하실 분도 있을 듯.


BAND

  • John Mayer-Guitar, Vocal
  • Sean Hurley – bass
  • Aaron Sterling – drums
  • Zane Carney – guitar
  • Doug Pettibone – guitar
  • Andy Burton – keyboards
  • Tiffany Palmer – background vocals
  • Carlos Ricketts – background voc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