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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공연을 찾아서 본 적이 있었고 앨범을 찾아서 사기도 했는데 그걸 찾아서 보고 싶었던 이유와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다큐에 잘 표현되었다. 어떤 이들-특히 씨네필이나 영화비평-은 영화적인 측면에서 평가하기 싫어질 수 있다. 영화비평가들은 영화의 소재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똥을 싸기도 한다. 프랭크를 보며 '이건 음악이 아니예요'라고 한 누구처럼. 그런 면에서 인디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활동 당시 그들의 지향점과 음악에 매력과 가치를 느꼈다면 이 영화의 접근 방식도 음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얘네들 나오는 허름한 공간을 (어쩔 수 없이) 근접촬영으로 흔들거리며 잡아내고 가사를 화면에 출력하며 보여주는 방식이 사실 이들의 음악과 지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영화로 정치하기'나 '정치적으로 영화만들기'로 한국에서 또는 한국 정치를 뭘 어떻게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펑크, 그라인드, 록, 인디록으로 자기 하고 싶은데로 장난 친 이들은 청춘이 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사나 그들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음악 역시 아무 생각없는 것 같은데 대단히 영리하고 지속적으로 고민한 구석이 있다. 그냥 놀면서 재개발과 강정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라는 구세대의 똥과 싸운 흔적이 여기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게으르게 투덜거리며 침을 뱉을 수 있는 권리(와 의미)를 지닌 청춘이 똥을 싸는 꼰대들에게 고통받은 흔적이 또한 여기있다. 그들이 택한 삶의 방식과 가사처럼 음악적인 부분 역시도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대단히 영리하기도 하고 집요한 고민의 흔적도 있다. 또, 그르렁거리는 그들의 음악에서 고통의 자국 역시 느껴졌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Bamseom Pirates Seoul Inferno, Korea, 2017, 120min)

감독: 정윤석

출연: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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