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최신작

러브 앤 머시



신화가 없는 미국의 신화로 만들어져 자극과 극단의 역사를 써간 로큰롤의 역사는 그 자체로 샘이 마르지 않는 영화적 소재다. 비치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은 그 자체로 아트팝의 정점이며 이후 (특히 최근의 실험적 팝음악은) 펫사운즈와 스마일을 따라ice'가기도 쉽지 않다. 영화에도 나오는 필스펙터가 그랬던 것처럼 펫사운즈와 스마일과 같은 50,60년대의 실험적 음악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도 객기와 집요함, 광기가 만든 천재와 장인이 만든 결과물이다.

서프뮤직의 명곡을 멋들어지고 짧게 보여준 이후, 영화는 60년대의 브라이언 윌슨이 걸어나온 것 같은 폴 다노는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존 쿠삭은 천재성을 제어하지 못한 이가 어떻게 사회적 약자가 되엇는지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폴 다노의장면은 특히  (지루함에 본의아니게 집중했던 고다르의 원플러스원처럼) 스튜디오에 집중하는데 음악적 영감에 대한 소리 그 자체와 그것의 시각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등 음악의 쾌감보다도 음악 자체에 집중했다. 한편으로는 실험적인 브라이언 윌슨과 비트와 하모니 그 자체에 집중했던 마이크 러브가 서로 부딪히며 만든 아트팝의 정점 'Good Vibrations'의 제작 과정을 지나 그 결과물이 주는 희열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영화는 지루한 싸움의 과정과 상업적 성공 그리고 그 다음의 싸움이라는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에 집중한다. 영화는 브라이언 윌슨의 특별함에 집중하지만 마이크 러브로 대변되는 (영화에서도 언급한) 공식(formula)와 천재의 신경질의 중요한 조력자인 세션맨들의 조합(Wrecking Crew) 그리고 악독하지만 멍청했고 또 집요하게 결과를 끌어낸 매니저(그의 아버지)가 모두 이 역사와 삶의 한 부분임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존 쿠삭의 장면은 특별함을 존중하는 평범함이 그 특별함의 결핍을 어떻게 치유하는지에 집중한다. 드팔마의 '천국의 유령'에서 보여준 것 같은 착취당하는 천재성은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과 같이 로큰롤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는 갈수록 특별해지고 그 특별함의 아픔이 사려깊은 평범함으로 치유되는 것을 교차 편집하며 천재와 장인이 하나가 되었던 짧았던 60년대와 기나긴 치유의 시간이라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Good Vibrations'만큼의 걸작인 'Wouldn't It Be Nice'가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과 영화의 엔딩씬과 함께하는 두 부분은 그래서 더 여운이 길다. 


러브 앤 머시(Love & Mercy, US, 2014, 121min)

감독: 빌 포래드

출연: 존 쿠삭, 폴 다노, 엘리자베스 뱅크스


p.s. 영화에도 언급된 지금은 감옥에 계신 필 스펙터의 스튜디오를 영화로 보고싶다.

p.s. 60년대 후반, 브라이언 윌슨과 비치보이스의 진정한 라이벌은 비틀스가 아닌 헤비블루스였다. 브라이언 윌슨의 자아가 천재성만큼 튼튼했다면 록의 역사는 확실히 다르게 쓰여졌을 것임을 많은 이들은 '스마일'을 보며 확신했다.

'영화 > 최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0) 2015.08.09
터미네이터: 제너시스  (0) 2015.08.09
암살  (0) 2015.07.27
셀마  (0) 2015.07.24
극비수사  (0) 201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