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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Tenacious D-20141206, 올림픽홀









왠 하드록밴드인가 싶었는데 십센치. 록킹한 의상, 록킹한 사운드, 록킹한 멘트. 다소 무리수라 싶은 이틀 연속 공연이었기에 올림픽홀의 빈좌석은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상당히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스피릿을 발산하며 테너셔스D를 기다렸다.

뚜껑을 열어봤을 때, 테너셔스D의 공연은 기대만큼 재밌었고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다.웃긴 배우가 하는, 그리고 코미디록이라고 분류되기도 하는 잭 블랙의 공연이라 '특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특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훌륭했다. 기본적으로 공연의 근간을 이룬 하드록 사운드는 최근 내한 공연 중 돋보일만큼 단단한하고 시원시원했다. 그걸 바탕으로 잭블랙과 카일 개스의 듀어는 공연 시간 내내 어쿠스틱 기타만을 연주했는데 '오버'가 필살기인 잭블랙이 쉽게 오버할 수 있는 일렉보다도 두대의 어쿠스틱을 프런트맨이 연주한다는 것 역시 로큰롤 사운드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

코미디록이라는 개성만큼 간주 사이에 장난도 많이 치고 무대 액션도 짧은 팔다리를 기막히게 활용했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이 훌륭했다. 하드록을 중심으로한 록의 서브 장르가 지니는 각각의 클리쉐를 유머러스한 것 이상으로 정확하게 표현했고 그것으로 곡과 앨범, 공연을 구성할 때 테너셔스D만의 개성을 만들 수 있었다. 잭 블랙의 배우로서의 성량은 록프런트맨으로도 매력적이었다. 프랑스록처럼 다소 장황할 수도 있는 대사많은 뮤지컬같은 록사운드였지만 기본 하드록 사운드가 단단하기에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재즈를 연주한다고할 때 장난기가 있었지만 퓨전 재즈의 핵심적인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었고 그게 또 밴모리슨으로 이어졌다. 공연의 유일한 아쉬움이라고도 할 수 있는 히트 싱글 곡이 없다는 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앵콜에는 더 후의 핀볼 위자드가 나왔고 잭블랙의 강하고 빠른 입담은 핀볼위자드와도 딱 어울렸다.

잭 블랙을 보면 성공한 덕후라 할만했다. 모든 곡과 액션 하나하나에는 개그 욕심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음악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그 모습은 하이 피델리티와 스쿨오브락의 잭블랙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걍 한심한 뚱땡이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고 당당한 잭 블랙의 자세는 그 자체로 록스피릿이었고(로큰롤은 처음부터 사람을 즐겁기 하기 위해 태어났다) 모든 면에서 성공한 덕후였다. 늙어서 귀요미가 되고 보컬이면 보컬 연주면 연주 액션과 연기면 연기, 말빨이면 말빨 모두 최고인 잭 블랙은 키작은 뚱땡이 덕후 중 가장 성공한 덕후라 할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