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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해적창고

Rock Werchter 2008 3일차(4) - Radiohead

Radio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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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 발생. Sigur Ros 때만해도 충분히 과밀도 상태였으나 Radiohead 때 추가로 밀려드는 인파는 슬램없이도 죽을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본의 아니게 뒤로 후퇴. 사실, 바리케이트 바로 앞에서 밀려드는 남정네를 밀어내는 쿵푸 팬더 언니 앞에서 안식을 취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난 라디오헤드 별로 안좋아한다. 하지만, 시규어로스 때 물타기 응원하는 한국 분들이 맨앞에 있음을 알 때 더욱이 강한 여성에 묻어 앞에서 보는 한국 남성 분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쫓겨나는 것은 분통이 터지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밀려드는 인파를 향해 Don't Fxxking Push를 날려주고 효과 좋다 싶으니 나가기 직전에 Fxxk을 두어번 거성스러운 복식호흡으로 뱉었다. 미안해하는 스패니쉬들. 아무튼 거성은 수만명 앞에서 호통을 치는 어글리 코리안의 면모를 드러냈다. Radiohead Effect는 공연 마치고도 발생했다. Pyramid의 Roisin Murphy를 본 이들 마저도 Radiohead 끝나고 귀가 했기에 8만명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안그래도 먼 귀가길이 거북이처럼 더뎌졌다. 아무튼,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모범 유럽 시민이 되기를 포기하는 관객들이 Radiohead의 매니아층을 보여준다면 모두들 Radiohead는 한번은 들어야된다고 생각하는 8만명의 인파는 현재 대중적으로 최고 큰 밴드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왜곡되고 변형된, 숲이 아닌 나무로 생각되는 Close-up된 그들 파편의 이미지들만 스크린을 통해 조각조각 보여주었고 빛의 기둥 속에서 비쳐지는 그들의 얼굴 역시 흐릿한 인상만 전달될 뿐이었다. 대중들은 그들이 미디어에 드러내기를 갈구하지만 그들은 절묘하게 또는 절실하게 피하고 빠져나가며 기대와 다른 이미지를 선물하년 대중들은 그것에 또 열광하지만 결국 자기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서태지의 신비주의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특히 톰요크는 드러내는 모습 중 상당 부분을 왜곡을 넘은 자기 파괴에 할당한다.

한편, 공연 시작 전 그들에 대해 가장 흥미롭게 생각했던 부분은 그들의 라이브에서 모습은 기타록에 충실할 것인가 전자음악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질 것인가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적어도 그들은 기타사운드에 기반한 록은 아니었다. 톰요크와 조니 그린우드, 에드 오브리언은 두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의 상당수를 기타를 연주하며 보내고 기타로 만든 사운드를 주로 들려주며 적지 않게 강렬한 기타사운드와 액션을 보여주지만 이 모든 것들은 전통적인 기타가 리드하는 록이 추구하는 감성적 영역과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직접 기타록의 영향력을 꾸준히 언급하지만. 그루브에 실려오는 인간적 감성과 자신의 느낌이 관객과 동조를 이루는 록앤롤 기타와 달리 그들은 우주적 공간감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드는데에 대한 철저한 도구였다. 난 가끔 Radiohead는 Pink Floyd가 될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곤 했지만 사실 그들은 핑크 플로이드가 되기를 전혀 원하지 않았다. 핑크 플로이드가 기타를 중심으로 지극히 감성적으로 표출했던 인간의 분열, 부재, 저항의 느낌은 라디오헤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였다. 물론, 처음 두장의 앨범은 그런 감성적 영역, 특히 자기파괴적인 부분에 할당되어 있었으나 OK Computer를 기점으로 그런 부분과의 단절이 선언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공연 막판 연주된 Paranoid Android는 그들의 음악 속에 톰요크 자아가 날아갔음을 선언함처럼 느껴졌다. 그 이전에 연주된 In Rainbows의 Body Snatcher가 외계인이 그에게 강탈한 것 같은 상태임을 얘기하는 것처럼. 마지막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이 연주되고 그들이 떠날 때는 마치 우주선이 외계로 떠나가는 바로 그런 무드였다.

그들에게 사실 기타록과 전자음악의 방법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보다 직접적인 감정의 표현으로서 음악도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록적인 관습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모더나이즈'를 몸소 실천한 데이빗 보위 선생님, 특히 베를린 시절 보위도 있겠지만 OK Computer 이후 Radiohead는 해체의 차원을 넘어선다. 최근 조니 그린우드의 작업인 There will be blood의 사운드트랙이 마치 2001 Space Odyssey의 그 것을 연상시키듯이. 록앤롤의 관습의 추종자인 walrus 입장에서는 미디어와 오랜 투쟁 끝에 빚어진 그들의 미디어 전략과 음악적 지향성은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작 록을 죽인 것은 일렉트로니카와 댄스 스테이지가 아닌 지금 최고의 밴드로 여겨지는 Radiohead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라이브가 보여준 견고한 성은 근래 쉽게 보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어권 언론의 거창한 찬사들은 한편 이런 라이브에서의 견고함에 대한 지지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물론, Ben Harper, Sigur Ros, Radiohead로 이어지는 감상용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록 스타의 환경은 1966년 비틀즈 튜어 시 이미 예견되었던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 상황을 스톤즈는 노골적으로 즐기고 라디오헤드는 피하는 듯 이용한다.


Setlist
1. Arpeggi
2. The National Anthem
3. Lucky
4. All I Need
5. There There
6. Nude
7. Climbing Up The Walls
8. The Gloaming
9. 15 Step
10. Faust Arp
11. How To Disappear Completely
12. Jigsaw Falling Into Place
13. Optimistic
14 .Just
15. Reckoner
16. Idioteque
17. Bodysnatchers
18. Videotape
19. You and Whose Army?
20. 2+2=5
21. Paranoid Android
22.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