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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Oasis-2009/4/1, 체조경기장

오빠들이 왔다. 절정부 Don't look back in Anger의 때창은 이미 예고된 오아시스 빠돌이/빠순이. 오아시스의 음악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 음악들이 공연 시작 전 줄기차게 흘러나왔다. 모던락이나 브릿팝이라는 말들이 어쩌면 오아시스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되었지만 정작 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록앤롤 밴드일 것이다. 80년대를 지나며 블루지한 요소들이 거세된 북부 백인 노동 계급의 허장성세와 칭얼거림이 양식화된 것이 바로 오아시스가 정의한 록앤롤이다. 두장의 앨범만으로 언론의 집중적 지원사격으로 최고가 된 그들이었지만 사실 그 이후 결과물은 그닥 재미없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달랐다. 단단하고 강력하고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앨범이었다. 그 부분은 공연을 통해서도 들어났는데, 갤러거 형제 뿐만 아니라 드럼 베이스, 2nd 기타의 비중도 충분히 높았고 밴드로서 사운드의 응집력이 상당히 느껴졌다.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은 그들이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전 내한 공연 당시엔 기나긴 튜어의 피로감이 묻어났지만 사실, 그들의 목소리에 피곤함이 있는 것은 튜어가 길어서가 아니라 술담배와 약물에 찌들어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리차드 애쉬크로포드와 함께 꼴깝의 양대 산맥을 달리는 보컬 갤러거 아저씨는 이번엔 영국에서 가장 촌스러운 옷임에 틀림없는 예비군 차림으로 예비군 열중셧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놈의 헤어스타일 역시 고거 참... 보컬 갤러거 하는 짓에 비하니 기타 갤러거는 그나마 인간 같았다. 뭐 개막장 꼴깝질 자체가 어짜피 그동네 양아치 색휘들이 하는 짓거리지만. 어쩌면 모든 록커는 블루컬러 건달의 피터팬 컴플렉스.

예상대로 Don't look back Anger에서의 때창모드는 지나쳐서리, 기타 갤러거가 절정부 후렴구를 때창에 맞기는 참사가 있었고 옐로우 나인의 야심찬 때창을 위한 가사 나눠주기는 대실패-보컬 갤러거가 기타 갤러거 싫어할만도-했으며 마지막 곡은 I am the Walrus. 체조에서 하는 공연대로 안들리는 소리들이 참많았지만 그래도 더욱 단단해진 오아시스의 사운드를 느끼기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