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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Joshua Redman-2009/4/26, LG아트센터

재즈계에 엄친아가 있다면 바로 조슈아 레드맨이 아닐까. 명품 테너 섹스폰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났고 하바드 출신에 예일대 법대 진학을 고민했었고 뮤지션으로도 연주력, 창작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섹스폰 주자의 로망에 충실한 그 탁월한 간지까지. 조슈아 레드맨이 자라섬에서 연출했던 그 드라마틱한 스테이지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정전으로 조명이 나갔을 때, 어둠을 가르는 섹소폰 솔로와 어느 순간 어둠을 뚫고 나타난 조슈아 레드맨의 모습, 그리고 전체 밴드가 눈에 들어올 때 에너제틱한 합주까지. 이번에도 마찬가지. 육상과 농구처럼 흑인음악의 힘은 골반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조슈아 레드맨의 연주는 폐가 아닌 골반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섹소폰을 든 엘비스처럼 이보다 더 간지나기는 힘들 듯.

이번엔 트리오의 편성으로 찾아왔다. 두개 이상의 멜로디 악기가 주고 받는 대화의 양식이 없는 연주시간의 상당부분을 리듬악기의 뒷받침에 따른 독백으로 진행되어야하는 트리오 편성은 자유로운만큼 많은 책임이 부가되는 연주자와 관객 모두 어려운 연주형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40줄에 접어드는 연주력과 창작력 모두 최전성기의 뮤지션에게서 볼 수 있는 자신감과 활기참이 공연 시간 내내 가득찾다. 그의 음악 속에서는 전통에 대한 존중과 진보에 대한 열망이 공존했으며 그의 연주는 발라드곡이나 그루브한 곡 모두 섬세하고 시원시원했다. 특히 공연의 후반부 관객의 박수와 함께 증폭되는 에너지는 재즈 공연의 하일라이트에 대해 기대하는 바로 그 느낌에 충실했다. 최고의 뮤지션의 전성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색소폰)
그레고리 허친슨(Gregory Hutchinson/드럼)
루벤 로저스(Reuben Rogers/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