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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그린데이 - 20090118, 체조경기장

1999년(이 맞을 것 같다), 2회 펜타포트는 예매율 저조로 취소되었다. 그 때 헤드라이너가 그린데이였다. 사실, 그 때는 그랬다. Basket Cae의 유행이 지나갔을 때 그들의 존재감은 펑크를 팝에 팔아먹은 그다지 연주력의 미국 밴드 정도. American Idiot이 나왔을 때도 그다지 세겨듣지 않았는데, 우연히 음반가게에서 boulevard of broken dreams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그린데이는 The Who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설익었지만 동시대 청춘의 에너지를 담아낸 밴드로 시작하여 음악적 성숙 과정을 거쳐 장인의 경지로 이른 음악적 이력. 난 American Idiot이 Tommy 나 Who's next가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Monster와 같은 거대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Concept앨범이라는 음악적 욕심을 이루면서 동시에 팝적인 센스가 넘실대는 매력적인 싱글을 앨범 가득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투적인 문구지만) 동시대의 정서를 통렬하게 관통하고 있기까지 하다. 특히 Jesus of Suburbia를 중심으로한 전반부의 메들리는 Abbey Road B side 메들리만큼 매력적이다-공연 중 빌리 조가 액센트를 빡세게 주면서 소개한 Jesus of Suburbia는 이 곡을 내가 만들었어 라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또한 지난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은 최근 가장 견고한 사운드의 성을 구축한 프로듀싱의 교과서라할만한 앨범이 아닐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건방진 walrus군이 풋내기라 폄하했던 Green Day의 존재감 역시도 과소평가할 바 아니다. 크라잉넛/노브레인(문샤이너스까지)이라는 한국의 국보급 뮤지션들이 Green Day가 없었다면 있었을까?

1만1천명..사실 이번 그린데이 공연의 스탠딩은 다소 사람을 과하게 받았다 싶었다. 예상대로 격렬한 반응과 슬램은 열정적인 한국의 관객을 고려하더래도 정말 대단했다. 일사분란한 뮤즈 때 관객들의 반응과 달리 펑크적인 엔트로피가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격한 반응에 삘 받은 빌리 조는 초반부터 각종 오바 액션. 실제로는 정해진 셋리스트를 그대로 소화하고 갔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의 정성이 느껴졌다. 관객과의 호흡과 더불어 중간중간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맛뵈기 솔로 타임엔 무려 Van Halen의 Eruption도 있었다. 30곡과 수시로 때창 모드로 인한 산만함도 있었지만 그 산만함은 공연은 관객과의 놀이라는 펑크의 공연 방식. 산만하지 않고 컴팩트했던 좌파 밴드라는 RATM의 내한공연은 사실 얼마나 정떨어지는 후일담을 남겼는지. 체조 경기장은 마치 만천명이 수용가능한 드럭처럼 느껴졌다. 정시에 시작해서 두 시간반을 채워주는 공연 시간만큼, 공연의 내용 마저도 얼마전 액슬로즈의 공연과 참 비교되었다. 공연을 통해 보여준 음악적인 면모는 성숙과 변화의 과정을 겪지만 공연장의 분위기나 무대 매너는 Punk의 Spirit에 충만한 공연이었다. 물도 뿌리고 총도 쏘고 뽀뽀도 하고 엉덩이도 까주고. 오늘 빌리 조는 일탈로 시작한 로커에게 역겹지 않은 성숙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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