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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플레이밍 립스 - 20101120, Ax


Bright Side of the Pink Floyd. 최근에 핑크 플로이드 Dark Side of the Moon을 Remake했기 때문일까. 원래부터 인디록의 핑크 플로이드였지만 최근 앨범에서 보여준 것처럼 초기 핑크 플로이드의 영향이 짙게 묻어났다. 하지만, 무대는 핑크 플로이드와 다르게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았다. 한편으론 밝은 스테이지 매너와 연출이 다소 다크하고 강렬한 이번 앨범의 곡과 부딪히는 면도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음악과 라이브 천재의 밝은 모습이 바로 안톤 코인이고 립스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싸이키한 사운드에서도 곡의 영감이 빛날 수 있던 것처럼 섹시하면서도 천진난만하고 유쾌한 스테이지는 몽정기 소년의 환타지 속에서 늙는 것을 멈춘 천재의 작품이었다. 풍선 속에서 관중들 사이를 부유하며 공연을 시작하는 부분, 곰돌이 머리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빛을 받고 뿜어내는 거대한 손바닥 그리고 모든 비주얼을 차단한 어둠 속의 스테이지 등등. 누구나 생각해볼만 하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스테이지.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큰 공연장이 필요한 뮤지션이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의 한계. 작은 공연장에서 안개 연출은 시야를 지나치게 가리는 경향이 있었고 다크한 최신곡과 예전 앨범의 꿈꾸듯 아름다운 곡 모두 악스홀의 웅웅거리는 사운드 대신 보다 샤프한 사운드였다면 이 이상의 감동도 맛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핑크 플로이드가 록앤롤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뮤지션이라면 대중음악이 예술이면서도 얼마나 오락적이고 쾌락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 밴드가 플레이밍 립스가 아닐까. 예술은 창의성이고 창의성은 놀이에서 나오고 이날 Ax는 지상 최고의 창조적 놀이터였다. 조만간에 지산이든 그민폐든 확트인 페스티발에서 제대로 한번 다시 놀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