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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Ennio Morricone - 체조경기장, 2007/10/3

이번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을 보자면,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음악은 충분히 감동적이나 체조경기장 이라는 저열한 공연장 환경으로 인해 감흥이 반감되었다'정도일 것이다. 딱 이틀 하지말고 몇일 잡아서 해야지 이렇게 처넣으면 어떡하냐는 불평이 옆좌석에 들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바흐나 베토벤은 몰라도 미션과 시네마천국의 테마는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쾌적한 음악감상의 공간에서 연주될 때 티켓값이 어느 정도일지는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사실, 세계최정상의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흥행성에 있어서 처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공연이 일주일씩 계속될 때 게런티는 실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정통 클래식공연이라면 세종문화회관에서 50만원 받고 공연하겠지만 영화음악인 엔니오 모리꼬네이기 때문에 에릭클랩튼이 했던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공연 플래카드를 봐도 그렇다. Arena Concerto가 선명히 찍혀있다. Arena는 보아의 일본 튜어에서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상업적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표값을 깍아주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여기에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의 정체성이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음악'의 최고 거장이다. 영화를 만드는 음악인 셈이다. 그런데, 영화는 종합 예술이며 대중적 또는 상업적 예술이다. 기존의 모든 예술을 한군데로 끌어모아 아무나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영화인 셈이다. 물론, 영화도 난해하고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난해한 영화를 즐긴다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높은 계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뤽고다르를 보며 감동을 받으면 '오빠집 좀 사는구나' 대신 '무엇인진 잘 모르겠지만 취향 참 특이하시네요'라는 공손한 말을 듣게 된다. 이 예술 저 예술을 비벼 저 낮은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로 영화인 셈이다. 그런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남녀노소 교양수준에 관계없이 한번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선율과 무드를 각인시킨다. 더욱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웅장한 사운드는 고상한 상류층 또는 그렇게 믿는 이들도 부끄러워하지 못할 고급스러운 품격을 지니고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와 요즘같은 매스미디어가 없었던 150년전에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시대를 대표하는 교향곡의 작곡가가 되었을 것이다. 400편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사운드트랙 작업에 자신의 결과물은 천재적인 영감과 그 영감을 완벽한 사운드로 뽑아내는 능력에 의한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사실, 결코 영화의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영화의 명장면을 빛내주고 영화를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영화의 비주얼보다 그의 음악이 남는다. 사실, 어릴 때 본 미션의 장면 기억 나지 않는다. 시네마 천국은 키스신과 필름을 보는 꼬마가 기억은 남지만 그것도 마치 뮤직비디오같은 인상만 남는다. 메탈리카 공연의 오프닝에 쓰이는 Ecstacy of Gold에 관해 제임스 햇필드는 철하적이며 신비한 용기를 담고 있다고 얘길하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내 머리 속에 메탈리카의 공연은 Ecstacy of Gold의 테마에 서부의 무법자처럼 등장하며 관중들이 환호하는 그 이미지만 남아있다. 이미지는 지워져도 소리는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증명하는 것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다.


아무튼, 8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조력-오늘 보아 하니 체력도 좋으신듯-을 보여주고 있는 이 시대의 거장이 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마치 베토벤이 직접 지휘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더욱이 청력의 상실로 실제 지휘를 할 수 없었던 베토벤처럼 다른 지휘자를 둘 필요도 없으니. 한편으로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악장에 테마를 부여하며 세계 튜어를 도는 것은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곡을 연주하게 될 음악인들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시위하는 것과도 같지 않을까?


p.s.1 실로 흥미로운 것은 시네마 천국이나 미션같은 작품과 달리 베르톨루치, 파졸리니, 그리고 알제리전투까지 좌파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상당수 참여한 이력이다. 물론, 살로 소돔의 120일에 관해 파졸리니가 뻥을 쳤다는 일화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두번째 장의 테마는 Social Cinema이다. 옵새같이 골방에 처박혀-더욱이 작곡할 때 피아노도 안쓰니-곡이나 쓸 것 같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감의 중요한 부분은 세상이 있다. 영화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기에.


p.s.2 웅장한 그의 음악처럼 이번 공연의 각 장마다 테마 한번 거창하시다. 'Life and Legend', 'Social Cinema', 'Scattered Sheets', 'The Modernity of Mith in Sergio Leone Cinema', 'Tragic, Lyric and Epic Cinema' 이렇게 좋은 곡들을 가득 채우고도 앵콜로 남겨둔 것이 바로 시네마 천국과 황야의 무법자의 테마!!! 정작 세번의 앵콜이 끝났을 때 악보를 챙겨가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보며 정말 끝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야의 무법자


알제리전투


ENNIO MORRICONE   IN  SEOUL  OCTOBER  2 – 3
엔니오 모리꼬네 서울 콘서트 프로그램

Director   ENNIO MORRICONE / 지휘 : 엔니오 모리꼬네
Orchestra   Roma Sinfonietta /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Soprano   Susanna  Rigacci / 소프라노 : 수잔나 리가치

LIFE AND LEGEND (삶과 전설) 20’00”

The Untouchables (from the film) – “언터처블” (주제곡)
Debora’s theme (from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데보라의 주제곡” (원스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Poverty (from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빈곤” (원스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from the film)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The legend of 1900 (from the film)
– “1900의 전설 (피아니스트의 전설)

SOCIAL CINEMA – (사회속의 씨네마) 20’12” 

The battle of Algiers (from the film) – 알제리의 전투 (주제곡)
Investigation on a citizen above suspicion (from the film)
– “완전범죄” (주제곡)
Sostiene Pereira (from the film)
La Classe Operaia va in Paradiso (from the film)
– “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
Casualties of war (from the film)  - “전쟁의 사상자들”
Abolisson (from Quemada)    

SCATTERED SHEETS (조각난 악보들) 20’00”
 
H2S (from the film) – “H2S”
Il Clan dei Siciliani (from the film) “시실리안 패밀리”
Metti una Sera a Cena (from the film) “어느날밤의 만찬”
Uno che grida amore (from Metti una Sera a Cena)  
– 열정적인 사랑 “어느날밤의 만찬”
Maddalena (from the film) “막달레나”

THE MODERNITY OF MITH IN SERGIO LEONE  CINEMA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의 신화의 모더니티) 13’00”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from the film) –“석양의 무법자”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from the film)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A fistful of dynamite (from the film) – “석양의 갱들”
The ecstasy of gold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 엑스타시 오브 골드 “석양의 무법자”
AGIC, LYRIC AND  EPIC  CINEMA
(비극, 서정, 그리고 서사시의 씨네마) 20’00”


Il Deserto dei Tartari (from the film) – “타타르 사막”
Richard III (from the film) – “리차드 3세”
Il Deserto dei Tartari – Reprise (from the film) – “타타르 사막”
Gabriel’s Oboe (from Mission)
– 가브리엘의 오보에 “미션”
Falls (from Mission) – 폭포 “미션”
In Earth as it is in Heaven (from Mission) – 지구안의  천상 “미션”
 
Encore.1 Cinema Paradiso - "시네마 천국"

Encore.2 Ecstasy of Gold - "황야의 무법자"

Encor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