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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Bobby McFerrin - 예술의 전당, 20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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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ed라는 표현이 적합한 뮤지션이 있다. 남들은 하나도 얻기 힘든 재능을 다양한 방면에 걸쳐 가지고 있는. 바비 맥퍼린이 그렇다. 흔히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는 능력을 넘어서 36.5도의 체온과 4옥타브의 음역을 가진 인간 신서사이저라는 표현을 써야할 그의 목소리. 특수한 외계 생명체처럼 그가 보고 들어 샘플링을 하면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내는 천부적인 능력은 이론적인 토대를 통해 완전히 뒷받침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의 보컬은 가스펠이나 아카펠라 등 흑인 음악 전통에 기반하는 듯 하지만, 최고 성공작인 Simple Pleasure는 60년대 록이 재료였으며 최근 십여년 이상은 흑인음악의 정반대편에 있어보이는 클래식 뮤지션에 가까운 커리어를 보여주었다. 레너드 번스타인 등 최고의 지휘자들에게 직접 지도를 받으며 익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커리어와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첼로의 거장 요요마와의 작업 등에서 그가 보여주는 클래식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은 가히 놀랍다. 지금도 인종에 대한 높은 장벽이 있는 클래식계에서 50년전에 최고의 성악가로 이름을 올렸던 그의 아버지처럼 장벽이 높을수록 오히려 도전하겠다는 근성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는 그의 음악은 본능적인 감성에 충실한 것이며 그 역시 그의 음악은 '아프리카'임을 강변하곤 하지만. 관객과 악기와의 소통 그리고 '자유로움'과 가볍고 따뜻한 '유머'. 바비맥퍼린은 또한 좋은 음악 선생님이었다. 관객들의 능력을 기대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그의 모습속에는 창의적인 '놀이'로서의 공연 또는 음악수업을 하는 바비 선생님의 모습이 있었다. 자유로운 즉흥성이 공연의 핵심이었지만 공연의 기본적인 레파토리는 15년전 요요마와의 작업이었던 Hush라는 것은 정작 그의 창작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의 시대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이 부재한 시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바비 맥퍼린만큼 재능을 가진 이는 없어도 바비 맥퍼린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좋은 음악을 하는 이는 많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기에는 열려있는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너무나 평범한 우리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