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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Nana Mouskouri - 센트럴시티, 200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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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나 무스쿠리가 지난 세기 최고의 가수 중에 한명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스라는 팝음악의 주변부에서 태어나 누구보다도 많은 음반을 발매했고 손꼽힐만큼 많은 음반을 판매했으며 다양한 언어로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레파토리를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해서 새로운 고전을 창출해갔다. 사실, 오늘 공연은 그다지 만족스럽긴 힘들었다. 예전에도 몇번 속은 적이 있었지만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은 체육관보다도 더 체육관스러운 황량하게 넓고 산만한 곳이며 호빗족에게 스탠딩만큼 무대가 잘안보이고 좁은 출입구는 번잡하며 그 와중에 스크린 쏴주는 그런 쎈쓰도 없었다. 마지막에 나나 무스쿠리도 살짝 언급한 것 같지만(확실하진 않다), 나나 무스쿠리는 오늘 목이 좀 무거운 상태같았다. 사실, 그것보다도 확실히 목소리에 나이가 느껴졌다. 청아함의 대표주자였던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는 많이 바뀌어 있었고 거기에 맞추어 창법도 바뀐 것처럼 보였다. 변성기가 같지 않은 소녀 같은 맑은 청량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차분한 성숙함이 담겨져있던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는 확실히 75살이라는 나이를 무시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리듬감있는 곡보다도 느린 곡에서 곧게 뻗어나가야하는 부분, 특히 잘 알려진 영어 스탠다드곡은 많이 아쉬웠다.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노래일수록 더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모국어나 영어가 아닌 노래 그리고 리듬감이 있는 곡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스는 반젤리스의 나라이기도 하다. 중간에 반도적인 사운드의 느낌 역시 흥미로웠다. 팝과 월드뮤직 사이에 애매하게 하지만 양쪽 다 만족시켰던 나나 무스쿠리의 저력은 사운드에도 있을 것이다. 공연의 후반부,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는데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이겠지만 나나 무스쿠리가 5개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 국가의 레파토리들을 해당 국가 가수보다도 잘 불렀다는 것을 연상한다면 그런 접근 방식 자체가 나나 무스쿠리에게는 하나의 저력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음악을 듣다보면 가수는 뮤지션에 종속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요즘 들어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가수는 가끔 뮤지션 이상이며 다른 영역일 수 있다. 자신의 직업이 뮤지션보다도 가수라고 불리는 이라면 노래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두시간 이상 많은 곡을 들려주고 간 나나 무스쿠리의 공연을 그런 면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