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최신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가 감독이 임순례였기 때문이다. 여섯가지 시선에서 보여준 따뜻한 여성주의적 시선이 영화에 어떻게 묻어날지가 궁금했다. 핸드볼 대표팀처럼 영화의 제작은 원활하지 않았다. 결승전의 해외로케는 할 수 없었고 국내체육관에서 촬영되어야 했다. 영화는 '빈틈'이 많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에서 사이사이 아쉬운 점을 지적할 부분은 적지 않게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 장면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창의적이거나 다이내믹하지 않고 경기의 흐름에 몰입되지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캐릭터의 희노애락이 살아나지 않는다.(walrus는 폴 그린그래스가 가장 빠른 핸드볼을 휙휙휙 끄덕끄덕하게 연출해야 뭐 좋아라할 것 같지만)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스포츠의 긴장감을 영화로 재현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일터다. 적어도 경기장면에서 몰입할 무언가가 들어갈려면 영화의 길이는 천국의 문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상당히 많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쉬운 점을 잊어도될 매력과 장점이 넘처난다. 이 영화는 핸드볼이나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아줌마 영화다. 영화를 보면 핸드볼 선수인 아줌마 뿐만 아니라 그냥 아줌마도 이해하게 되고 좋아지게 된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설득력 넘치고 흥미롭고 반면 여성들을 편협한 시선으로 보는 남자들의 캐릭터 마저도 사랑을 담아 마무리하는 임순례의 따뜻한 느낌이 좋다. 절실한 상황 속에서도 신파로 가지 않은 것은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활기찬 조연들의 활약과 문소리라는 배우의 역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심지어 영화 후반 다소 허술한 경기장면 마저도 전반에서 벌어놓은 감정적인 힘으로 몰입할 수 있다. 좋은 연출력 이상으로 세상에 대한 시선이 좋은 감독의 필수조건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 뚝심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 좋은 한국 영화의 방향은 이런 쪽이다.


p.s.1 문소리의 모델은 오성옥 선수였다. 올림픽 2관왕 당시 주역이다 보니 이름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p.s.2 싸가지없이 나오는 엄태웅의 모델이었던 임영필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좋아할까? 좋아할 것이다. 자기가 욕먹더라도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핸드볼 영화가 아닌 아줌마 영화를 만들어서 미안해서일까? 마지막에 말을 못있는 임영필 감독의 실제 영상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Korea, 2008, 124min)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민지

'영화 > 최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것에 관하여  (0) 2008.01.15
천년학  (0) 2008.01.13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  (0) 2008.01.09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0) 2008.01.07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0) 200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