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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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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동안 휴전하는 것은 근대 유럽국가간의 전쟁에서는 상상 가능한 것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에서 우리가 더 신사니 서로 먼저 공격해라고 권유한 일화처럼. 또한 기병이 중심이 되었던 그 이전의 전쟁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이 통하던 시대였다. 귀족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말을 몰고 적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유럽인의 관점에서는 유색인종에 인간의 가치를 부여하지 못했던 정복전쟁이 아닌 인간간의 전쟁에서는 이런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사실, 크리스마스 휴전 전 참호 속 장면도 사실 대한민국 군발이 들에 비하면 복받은 것이다. 상관한테 할 얘기 다하고 술담배도 하고 노래와 악기도 가지고 있고.


그런데, 세계 제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가스 등 대량 살상 무기, 폭격, 시체를 쌓아놓기를 경쟁하는 참호전. 어쩌면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한 슬픈 기록일 수도 있다. 독일인은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목사의 모습은 마치 테러분자로 분리한 중동사람들은 똑같은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죠라고 말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역시 옛 시대의 얘기가 되었다. 현대전의 장교는 병사들을 참호 속에 몰아넣고 상대 참호를 어떻게 폭격할까하는 체스게임이나 두는 인간이 되었다. 칠면조나 뜯으며. 군사 관계자들이 말하는 깨끗하고 인간적인 전쟁의 정체는 전쟁에서 죽는 사람의 고통을 모르고도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고위 장교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편한 호텔에서 칠면조나 뜯는 장교들보다 적군이 더 좋다라고 말하는 이의 말 속에 영화의 진짜 주제는 있다.


상투적일 수도 있는 휴먼 전쟁드라마일뿐이자만 끝이 나지 않는 불행 속에 꿈같은 상황이 주는 병사 하나하나의 표정 속에 따뜻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필름의 느낌이 주는 따뜻함처럼.


1914년, 비싼 수업료를 내고 3년 이상의 전쟁을 계속해야 했고 또 한번의 큰 전쟁을 해야했다. 이런 비싼 수업료로 인해 적어도 유럽인들간의 경쟁적 적대감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속 국가간 축구처럼 훌리건들이 이걸 대신하곤 하지만.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 France, 2005, 115min)

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


p.s. 극 중, 유태인 독일장교에 짐짓당황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1차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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