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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최신

올해의 베스트

올해의 음반: American Doll Posse - Tori Amos

올해 토리 에이모스의 음반은 대중적으로 그리고 비평적으로 별로 주목받는 편은 아니며 무관심에 가깝다. 시네드 오코너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토리 에이모스의 행보는 독불장군에 가깝다. 음반은 독불장군식인데 일단 가사가 너무 맵다. 비평가들이 해석하기 귀찮아할 신화적 컨셉의 난해한 가사도 물론이거니와 그 가사에 담고 있는 내용이 전쟁과 남성에 대한 살벌한 독설이 담고 있다. 공연 정 중간에 관객들에 향해 내미는 중지는 너희들도 마찬가지야라는 것을 담고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가 무섭고 맵다. 대중들은 골아파지면 외면하게 되고 비평도 시대에 비해 반걸음 정도면 엄지를 내밀어도 두세걸음 앞서나가는 정치색에는 외면으로 일관한다. 그런데, 가사에 담고 있는 내용이 독하다고 해서 그게 존레논의 Power to the People처럼 정치색이 사운드, 가창, 곡의 전개, 앨범의 구성등을 압도하냐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꽉찬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토리 에이모스만이 차갑고 카리스마있는 음성이 강렬한 사운드 속에서도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LP시절이면 더블앨범에 해당할 4부작의 신화적 서사시 속에 담긴 힘은 The Wall을 연상시킨다. 물론, 길이가 긴 컨셉 앨범이기에 앨범의 중간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의 인내력을 필요로 하고 강한 카리스마는 청자에게 '강요'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으나 사실 The Wall도 그랬다. 한편, 토리 에이모스는 12월에는 공연 중 열받아서 관객들 두명을 내쫓는 대형 사고를 치기도 했다. 70년대 후반 로저 워터스 역시 폭죽을 터뜨린 관객에 대해 연주를 중단하고 내쫓은 것이 연상되기도 한다.

 

올해 난 비교적 최근 음악을 많이 들었고 정보도 많이 수집했기에 올해의 음반은 거의 잡동사니식 pick에 가까웠고 실제로 Rolling Stone류의 pick을 여러개 섞어놓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여성싱어송라이터나 록앤롤의 필링을 가진 일레트로니카에서 좋은 음반이 많았으나 트랜드라 싶은 폭발력있는 경향은 올해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팝/록 쪽에서 적당히 좋은 앨범은 많았던 한해인데 그건 아마도 개인적인 애정과 비례하지 않나 싶다. 확실한 M.I.A.가 막판까지 귀에 들어왔고 Queens of the Stone Age도 들어왔지만 지금 시대의 주류로는 너무 Hard한 쪽이며 최근에 들은 Spoon, Wilco, Of Montreal, Panda Bear도 좋았지만 다음 앨범이 더 좋을 것이라 기대하고 싶으며 LCD Soundsystem, Radiohead, White Stripes는 상당히 좋았으나 그들의 디스코그라피에서 베스트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의 음반만은 튀는 쪽으로 가고 싶으며 그래서 보통 베스트로 안꼽힌 Tori Amos를 선택했다. Tori Amos는 충분히 존중받아야할 이 시대의 작가다.

 

올해의 공연: Rolling Stones in Lisboa

국내의 공연에서 꼽자면 에릭클랩튼. 최근 어떤 뮤지션의 공연도 이만큼 그루브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올해의 음악인: James Murphy

LCD Soundsystem의 두번째 정규 앨범이 첫번째만큼 재미없다고 하더라도 2년 사이 미친 듯이 작업한 제임스 머피의 부지런함에 대한 평가로는 적합하지 않다.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가장 기대되는 현 시대 가장 창조적인 뮤지션.

 

올해의 영화: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 US, 2005, 95min)

아름다운 오디오비주얼을 체험하게 했던 파라노이드 파크 그리고 헐리우드 첩보 액션물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본 얼티메이텀이 끝까지 머리속을 멤돌았으나 '폭력의 역사'를 올해의 영화로 꼽고 싶다. 혁신적인 이 두 영화에 비해 전통적인 영화적 가치와 방법론에 충실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최근 유럽영화제 시상을 거부하며 영화의 지나친 상업화를 지적한 장뤽고다르의 말처럼 영화적인 것이 (대체로 상업적인 이유에 의해) 과소평가되는 지금 이 시점에 전통적인 접근방식으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영화의 가치는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

 

올해의 영화인: Tony Gilroy

토니 길로이가 각본을 맡은 본 얼티메이텀과 감독까지 한 마이클 클레이튼은 반성하고 비판하는 헐리우드의 최근 경향을 단적으로 들어낸다. 이전의 경향들이 '착한 미국'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자유주의자의 선을 못넘은데에 비해 최근에는 '우리의 잘못으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희생되었어'라고 고백한다. 이런 경향의 많은 작품들이 대중들의 외면을 받은 것에 비하자면 본 얼티메이텀과 마이클 클레이튼은 대중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비평가 마저도 흠잡을 구석이 쉽게 보이지 않는 탄탄한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정말 강한 힘은 많은 관객을 모은 300이나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반성하면서 진화하는 토니 길로이 같은 작가들에 있다. 대중들의 입맛에만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시비를 걸고 대화하고 같이 고민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