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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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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공포를 자극하는 실제적인 폭력은 영화의 20%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놀람이 아닌 공포가 옥죄일 수 있는 영화적 요소는 충분하다. 영화는 작가의 슬럼프에 대한 공포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모든 중년 남성들에게 해당한다. 자신의 정체된 역량에 대한 탈출구, 가정에서의 지배력에 대한 집착, 가정에서 충족이 되지 않는 성적 욕망. 정작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택하나 이는 고통의 미로로 들어가는 것일 뿐이었다는. 사실, 난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그의 태도가 그의 한계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테크놀로지는 도구적 이성을 비판하고 자유의지를 옹호하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도구였고 그러나 자신의 철학만큼 그런 도구와 같은 영화적 요소가 가지는 미학에도 균등하게 힘을 부여하고자했던 인물이었다. 영화의 주제가 영화적 수단에 함몰되는 일도 영화적 요소들이 가지는 미학이 휘발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확고한 철학적 바탕을 영화에 끈질기게 투영하고 때로는 강요하려 느낌마저 주려했다는 점이 영화를 통해 탐구하고 사색하며 새로운 세상을 찾고자 했던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아쉬운 점일 수는 있다. 이것은 사실 완벽함이 가지는 역설적인 한계일 것이다.


샤이닝(The Shining, UK, 1980, 146min)

감독: 스탠리 큐브릭

주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p.s. 영화의 후반부는 한편으로는 셜리 듀발이 무서워 잭 니콜슨과 대니가 호텔 밖으로 도망치다 얼어죽은 형국. 칼을 들고 저렇게 뛰는데 누가 안 무서울까? 한편으로는 대니에 의해 잭 니콜슨이 죽는 상황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도 묘하게 일치한다.


p.s.2 영화를 잘만들고 시나리오를 잘 쓰는 것은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고 결국에는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상상력이라는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같은 조각들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지식들의 조각들이 부족해서도 또, 지식들의 조각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도 그건 잘 안된다. 봉준호는 그리고 이날 영화를 보기 위해 온 박찬욱 역시 그게 정말 탁월한 것 같다. 영화를 재밌게 풀어가는 것이나 관객과의 대화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이야기 솜씨나. 그런데, 그런 상상력의 힘은 정말 많은 부분 '고전'에서 나온다. 영화도, 음악도, 과학도, 문학도, 미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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