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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상하이에서 온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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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자면 '괴작' 1시간의 가위질, 그리고 캐릭터나 상황 설정에서 기괴함은 어쩌면 1시간의 가위질을 가져온 그런 것들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대응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어지는 진원석/봉준호 감독과의 대화. 무엇보다도 가위질에 대한 생각들이 주로 언급되었다. 진원석 감독이 얘기한 리타 헤이워드가 여기 출연한 것은 '김아중이 밀양에 출연한 것'이라고 비교하자 봉준호 감독은 리타 헤이워드 죽을 때 김수미 씨 CF에서 나온 것 비슷하지 않더냐로 받아치기도. 그리고 살인의 추억 당시 배급사 쪽의 압박으로 인해 싸이더스 차승대 대표가 파란 포스트 잇에 메모해서 이거 잘라서 10분 줄여달라고하자 봉준호 감독이 그대로 잘라서 보여주며 이건 '채석장에서 돌맹이 찾아서 박해일이다'라고 말하거라고 하니 차승재 대표가 못이겨 다시 배급사를 설득했다고. 아무튼 자본과 함께 살아남는 것은 많은 영리함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님의 침묵'에 밑줄 그어놓고 '조국'이라 메모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재밌지만 공감하는 바가 컸다. 우선, 영화는 열린 '작업'이고 그게 처음부터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중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때 또 다른 의미가 잡힐 수도 있다. 사실, 난 텍스트를 두고 강의를 하는 것을 별로 좋은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때도 수업을 들어본적이 거의 없다. 수학같이 답이 정해진 과목은 책보고 설명대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고 문학이나 역사, 예술은 자신의 것으로 이해를 해야하는 건데 그걸 우리는 밑줄 그어놓고 특정하게 해석할 것을 강요 받아왔다. 최소한 12년.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수학, 과학 뭐 이런건 자습시키고 교육은 감독과의 대화, 뮤지션과의 대화 뭐 이런 걸로 때우는 것이. 마치 스쿨오브락의 잭블랙적인 발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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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독과의 대화는 재밌었지만 질문을 받으면서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다. 관객들이 자기 얘기를 좀 많이 해서. 짜증을 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감독이 들려주는 얘기는 진진하게 받아들이면서 같은 관객이 얘기하는 것은 들으려 안하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청인 하버마스는 한상진이 끊으려는 질문 마저도 다 받고 갔는데.

 

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US, 1947, 87min)

감독: 오슨 웰스

출연: 오슨 웰스, 리타 헤이워드, 에버레트 슬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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