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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최신

Al Di Meola

기타트리오의 내한공연에서 차갑고 건조한 존맥러플린, 그리고 화끈한 마초-미인은 마초를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하면 나는 어떡해-적 플라멩고를 보인 파코데루치아와 달리 알디미올라는 참 따뜻한 유머를 지닌 기타리스트였다. 물론, 세종문화회관 3층에 들리는 소리는 참말로 부실했지만 그들의 연주만큼은 놀라울 따름. 외모로만 보면 참 학구적이고 버클리에서도 공부잘했을 것 같지만 성적은 형편없었기에 보다 인간적이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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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인생의 기념비적인 전리품 중 하나. 알디미올라의 기타 피크. 존맥러플린, 파코데루치아와 함께한 첫공연을 제외하자면, 한국에서의 첫번째 공연. 이날도 여전히 알디미올라는 기타 줄 화끈하게 긁어주는 일 없이 한줄 한줄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무척 빠르게 연주했다. 스탠리 클락과 장뤽퐁티와 같이 오기로했던 처음 일정과 달리 그의 밴드와 왔지만 작은 오케스트라로 진짜 오케스트라와 같은 복합적인 사운드를 내겠다는 그의 시도를 읽기에는 충분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중성 한가운데 관객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앞에 반짝거리는 기타 피크. 눈치 빠른 Walrus는 총알같이 무대 앞으로 나아갔고, 90도로 절을 한 후 사정없이 낚아챘다. 10초 후 내 손안을 확인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오른손의 기타리스트의 역사적 첫 내한 공연을 연주한 기타 피크가 온기를 지닌 채로 있었다. 두~~~둥.

 

옆에 앉아있던 선영님, 애처러운 눈빛으로

"그거 저주면 안되요?"

작업에 대한 잔머리로 늘 가득찬 walrus이기에 고민할 뻔도 했지만 미소로 완곡강력한 거절의 의사표시.

 

3층에서 불쌍하게 보던 회사쫄따구 카수석이

"김댈, 저 소개팅 5번 시켜줄테니 그거주면 안되요?"

하하핫, 그 인간이 미친 것처럼 나도 미친 상태기 때문에 당빠 거절. 하긴 지 앞가림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카수석한테 그거 박해미처럼 ㅇㅋ ㅇㅋ 해봤자 건질 것 없지만.

 

하지만, 일잘하는 카수석 업무 사기를 위해 잠시 빌려주니 사진을 찍더니 담날 K모공과대 게시판에 서울 사니 좋습디다하면서 자랑하는 글을 올렸다. 쩝쩝. 그러니 여자가 안생기지. Walrus의 최고 보물이 되기엔 조금 모자람이 있다. 1등은 무얼까?

 

오늘 알디미올라를 들었다. 최고작 Splendido Hotel. 음악적 업적만으로 따지자면 피아졸라나 칙코리아를 능가할 수 없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난 알디미올라를 훨씬 좋아한다. walrus가 지향하는 미중년의 외모를 꾸준히 간직하고 있는 알디미올라의 음악 속에는 최근까지 여전히 도전적이며 다양한 재료들이 기타줄을 타고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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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이고 분위기 있는 앨범 커버와 달리 앨범 속지에는 알디미올라 형님도 Walrus와 비슷한 종족임을 깨닫게하는 그림이 있다. 궁금하시면 사서 들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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