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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muse-잠실실내체육관, 2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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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mjuːz] v. (mused, musing) v.i. 《文》 [Ⅰ(【부】)]
1 (…을) 심사 숙고[명상]하다, 생각에 잠기다, (…을) 묵상하다《on, upon, over ...》.

Muse [mjuːz] n.
· Zeus의 딸로 학문예술을 맡은 아홉 여신 중의 하나.
2 《때로 m-》 《the ∼》 《주로 文》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시신(詩神); 시적 영감.
3 《m-》 시재(詩才); 시인.


하지만 요즘 검색창에 뮤즈를 치면 영국 출신의 록밴드가 먼저 검색된다. 3월에는 다소 드물게 상당히 많은 눈이 내린 3월 7일 그 뮤즈가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 물론, 다소 작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공연이기도 하였지만 내한공연을 한 외국밴드 중 유래가 없을 정도로 초단기간에 대부분의 티켓이 팔려나갔고 공연의 열기도 그에 걸맞게 뜨거웠다. 숱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봤지만 오늘처럼 압도적인 환호를 보여준 광객은 가장 어그레시브한 인간들이 공연장을 채우는 한국에서 마저도 드물었다. 무슨 대부흥회 같은 것이 열릴 것 같은 잠실실내체육관이라서 그럴까? 뮤즈라는 신을 대상으로 접신하는 이들처럼. 그 어렵다는 영어가사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상당수가 직접 따라불렀고 다같이 뛰거나 손을 치켜세우거나 절도있게 박수를 맞추어 쳤다. 공연은 40분 이상 지연되었다. 사실, 뜻밖의 눈으로 인해 늦게 입장이 시작되어서 그러리라 예상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이 늦었다. 그리고 스탠딩은 다소 아찔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채워넣었다. 일찌감치 매진이라 했지만 꾸준히 관객을 더 받았고 사실 위에서 보면 아주 위험해보였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다행이라 싶었던 것은 그래도 뮤즈의 곡이 슬램을 하면서 몸을 부딪히기에는 좋은 곡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관객이 남녀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수십분 안에 동이난 스탠딩석에도 좌우 각각 1번에서 10번까지는 모두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채우고 있었고 대부분의 앞번호는 여성분들이 대부분. 역시 한국 남자는 한국 여자들을 못이긴다.


첫곡 Take a bow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미치기 시작했다. 프런트맨 매튜 벨라미의 마이크 앞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첫곡부터 온갖인상을 쓰면서 마이크와 프렌치키스를 나누는 매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사실, 공연을 하다보면 기승전결이 있게 마련인데 뮤즈의 경우 거의 첫곡부터 감정의 맥시멈을 다 불어넣는다. 라이브를 보며 더 확연히 들어났지만 뮤즈의 음악은 늘 맥시멈이다. 어쩌면 짝뚱 라디오헤드의 숙명이라고 할까? 불확실한 세기말의 젊음에 라디오헤드가 통했던 것은 바로 감정의 특히 멜랑꼴리의 과잉이었다. 다소 음울하고 밑으로 침잠하기도 했던 라디오헤드와 뮤즈가 차별화한 것은 사운드 마저도 철저한 과잉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컵을 가득 채운 물이 풀스윙을 하며 밖으로 넘칠 듯 출렁거리듯이. 과잉되고 큰 볼륨의 비트, 과잉된 기타사운드 거기에 과잉된 전자음까지. 그렇게 과잉된 감정과 사운드지만 Saturation되어 뭉게지지고 않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아티스트의 실력에 기반한다. 트리오 편성으로도 파워풀하며 절도있는 리듬을 보여준 두 멤버의 기량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두 멤버는 매튜 벨라미라는 꼭지점을 받쳐주기 위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매튜 벨라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사람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될만한 리프를 가장 효과적인 사운드를 뽑아내는 기타 사운드 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터치의 피아노도 일품이었다. 매튜의 연주를 보면 상당히 엄격하고 지독한 연습의 과정을 겪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뿅뽕거리는 전자음을 쓰면서 곡의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은 매튜의 클래식적 소양과 피아노 때문일 것이다. 뮤즈의 곡은 건반의 도움으로 많이 써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또한, 사운드와 감정은 과잉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연주하는 자세만큼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함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다소 격렬하게 보이는 무대매너마저도. 그러기에 오바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기가 원하는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었다. 'muse'의 또다른 의미가 '심사숙고하다'이기 때문일까?


열광적이고 압도적인 리액션에 공연이 끝날 때 쯤 철저하게 자기제어력을 보여주던 매튜 밸라미 역시 상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만간 봅세다라는 말을 던지고 그들은 사라졌다. 뮤즈의 팬이라면 아주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난 뮤즈의 팬은 아니다. 무대장치와 연출은 음악의 느낌을 살려줄만큼 화려하지도 다이내믹하지도 않았으며 사실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튜의 액션 마저도 다소 아이돌틱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운드는 나쁘진 않았지만 스탠딩이 아닌 부분의 경우, 예상대로 멍청하게 뭉게져 들렸으며  원곡의 재현에 충실한 라이브는 음반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 것도 없었으며 그점은 다소 심심했다. 매튜는 70년대 프로그레시브록이 감정이 없는 역겨운 결과물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난 작년에 봤던 PFM의 공연이 훨씬 인간적이며 감정적이라 느꼈다. 트랜드를 잘 탄 짝둥 라디오헤드의 성공에 그칠지 아니면 시대를 대표할 슈퍼밴드로 성장할지는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적어도 최근작의 시도는 긍정적임을 느꼈다. Supermassive Black Hole의 유머, Soldier's Poem의 잔잔함, Knights of Cyndonia의 웅장함, Invincible의 점증적인 감정의 고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히에 가득찬 그리고 어떤 곡보다 밝은 Starlight 등 멜랑꼴리 일변도에서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etlist

Take a bow
Hysteria
Super Massive
Butterflies
Map of the Problematique
New Born
Citizen Erased
Hoodoo
Apocalypse
Feeling Good
(Sunburn)
Assassin
Starlight
Plug in Baby
Stockholm
Soldiers
Invincible
Time is running out
Knights of Cydo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