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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잡담

모 가수의 공연 후기

모 가수의 공연 후기를 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슬하다. 사소한 실수나 오해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리고 어떤 대상에 대한 생각은 너무나 다양할 수 있고 '그 정도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정도 역시 그다지 좋은 생각일 수 있지만. 한 뮤지션이 아티스트, 장인, 작가가 되려면 재능만으로 부족하다. 뛰어난 재능의 뮤지션이 발전이 없을 때 오히려 보기 싫어진다. 그런 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Attitude고 그런 Attitude는 열정에서 온다.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더 발전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겸손함이 필요하며 또한 그것을 창조적인 원동력으로 만들려면 대중들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의 것 그리고 좋은 예술을 해야한다는 뚝심이 필요하다.

 

모 가수는 노래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 노래를 잘한다. 지르는 것 뿐만 아니라 곡의 맛을 살릴 줄 안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도 많으며 그런 수많은 음악을 돈주고 살 필요를 난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이명세가 안성기에게 이를 2/3만 들어내며 웃으라고 했듯이 장인에게는 당장은 알아채기 힘들어도 묵은 맛을 줄 수 있는 디테일이 있으며 그런 디테일을 모든 대중들에게 노골적으로 까들어내는 것은 수가 낮은 이들이나 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한한 아티스트가 말한 땡큐 속에도 일본에서 한 땡큐와 싱가폴에서한 땡큐와 유럽에서 한 땡큐와 미국에서 한 땡큐와 다른 또 다른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진 땡큐였다. 열광적인 환호속에 자신 역시 신이 나서 불러재낀 감정이 묻어난 땡큐였다. 연주와 보컬 마저도 일본에서의 차분한 느낌과 달리 약간의 격양됨이 묻어난 공연이었고 혼신의 힘을 다한 공연이었다. 실제로 성악하시는 분들은 고음부로 올라갈 때 모음을 약간 변형시켜 키를 올리고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하던데, 노래를 잘하는 그 가수가 그런 디테일의 감정을 과연 느낄 수 없었을까?

 

블루스 익스플로젼이 이번 내한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나에겐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아'라고 평가하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일 수도 있는, 음악적 소신에 대한 발언일 수 있다. 음악을 보는 관점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건설적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가수가 얘기한 바는 음악적 소신이나 기술적인 문제와는 멀다. 특히, 앞으로 내한하는 아티스트에게 레파토리를 계약사항에 포함해? 이 부분은 조금 많이 깨는 부분이다. 돈되는 대중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아티스트의 자율권을 간섭하겠다? 주류시스템에 소속된 뮤지션의 뇌구조를 단적으로 들어내는 부분이다. 대중의 탈을 쓴 자본의 요구에는 굴종하면서 자신의 음악의 근원과 방향에 대한 고민과 존경심이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노래 잘하는 뮤지션'이라는 별 의미없는 평가에 자존심이 아닌 자뻑만 있을 뿐이다. 그런 식의 자세를 가지고 음악을 했기 때문에 그 가수의 뛰어난 재능에도 결과물은 형편없으며 대중음악사에 남을 제대로된 앨범하나 없는 것이다. 조용필이 작가는 되지 못해도 장인과 아티스트라면 그 가수는 재능을 살리지 못한 가수 이상 될 수 없다. 담다디는 충분히 매력적인 곡이지만 이상은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담다디를 공연 때 부른다면 지금의 이상은이 되었을까?

 

"My focus is always on 'Is this good enough?' Not 'Will it sell?' Always 'Is this good enough?"

Eric Clapton, 2001

 

Eric Clapton이 상업화된 야드버즈를 견딜 수 없고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탈퇴한다고 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록음악의 황금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레이드백되고 이전만큼의 에너지가 없다고 고백한 80년대 후반 이후에도 그 사실에는 자신에 충실한 음악을 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재능의 유무에 관계없이 돈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땅의 아티스트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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