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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해적창고

U2-2006/12/4, Saitama Super A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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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정치적인?

공연장 근처에 서성거릴 때 느낄 수 있었던 점은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왔다는 점이다. 경제 파탄에 이르면서도 물건너 올 정도의 열성 팬들이 많은 뮤지션이 바로 U2라는 점이다. 굳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또한 데뷔 이래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 단 한번의 실패도 안한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내놓은 앨범마저도 탄탄한 사운드와 영감에 가득찬 곡을 만들어내는 밴드는 U2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칠고 저항적인 하지만 아일리쉬의 전통음악과 구교적 전통에서 온 종교적이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록사운드를 통해 개성적인 자리매김을 했던 초창기의 음악에서 미국적 가스펠의 전통과의 접점을 찾아 세계 최고의 록밴드로 도약했던 80년대 중후반, 쿨함이 대세였던 모던록의 시대, 이노와의 만남을 통해 사운드와 비트의 신선함을 찾아갔던 90년대, 스트레이트하고 따뜻한 멜로디의 록사운드로 회귀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강점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음악으로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올초 내한공연을 가졌던 오아시스의 자존심 강한 갤러거 브라더스 역시도 '그래봤자 아직도 U2가 최고고'라는 말로 비아냥거릴 정도였으니. 공연자 역시, U2의 명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주중에 7시공연이며 입장도 입장 번호 순대로 행해짐에도 낮시간에 벌써 기념품을 사기 위한 긴 줄을 있었다. 앞뒤 옆에서 들려오는 한국말을 고려했을 때 절대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 분명했다. 정치적인 활동을 통해 보노가 UN사무총장까지 거론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U2가 가지는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이날 사운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거대한 비주얼과 보노의 간지나는 액션 속에 묻혀질만 했지만 현재 최고의 라이브 밴드가 바로 U2임을 고려했을 때 사운드의 디테일은 아주 아쉬웠다. 록밴드에 있어서 좋은 사운드라면 들소와 같은 거대한 사운드의 힘이 살모사와 같은 날카로움을 지녀야 했다. U2의 초기 사운드가 스트레이트한 록 사운드의 힘을 강조했다면 브라이언 이노와의 만남 이후 사운드의 특징은 '소리'자체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또한 감상용 음악이기도 하며 좋은 실황 공연은 청중에게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멍청한 체육관 사운드는 사실 음반에서 들리는 것보다 덜 들렸다. 한편으로는 이노 이후의 U2는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밴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Sunday Bloody Sunday에서 가슴에 대못을 박아할 드럼 사운드는 답답했고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와 With or Without You의 경건함은 얄팍하게 느껴졌으며 Vertigo의 drive감은 찾기 힘들었고 One의 호소력은 기대에 못미쳤다.

보노의 보컬은 또한 확실한 노화를 느낄 수 있었다. DVD등의 영상을 통해서도 보노의 목소리가 이전의 시원하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없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실제로 들었을 때는 많이 탁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창법의 변화는 하나의 돌파구가 되겠지만 마구마구 불러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하는 믹 재거나 따뜻한 느낌을 주는 에릭 클랩튼과 달리 기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하는 U2의 음악에 보노의 목소리는 아쉬움이 많았다. 올초 중단된 공연이 다시 재개되어 충분한 휴식 기간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성대 자체에 무리가 갔기보다는 목소리 자체가 확실히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무대의 배경 자체가 큰 규모와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공연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관객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무대 구조에서 보노의 액션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그런데, 이런 무대의 구성과 보노의 액션 역시 사실 철저하게 계산된 것처럼 보였다. 아마  초기 U2의 경우, 정말 들소같이 밀어붙이는 힘이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Nirvana에 조 스트러머에 그리고 존레논에 열광했던 이유는 익혀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 속에서 신선함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록앤롤이 20세기를 휘잡았던 것 역시 날익고 비이성적인 측면 속에 답답한 현대 사회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그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U2의 스테이지는 관객들이 어디에 열광하느냐를 계산한 철저하게 정치적인 스테이지였다. 사실, 대부분의 백인 아티스트들이 육감적이기보다는 계산적이고 정치적인 스테이지를 추구한다. 거대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덩치큰 사운드의 힘과 실험적이며 창조적인 사운드의 섬세함이란 두마리 토끼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 컸던 탓일까?


'정치적'이란 의미가 방법론적 의미가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정치'를 대상으로하는 목적의 의미가 있다. U2의 공연은 잘 알려진 바대로 정치적인 주제를 얘기하는데도 인색하지 않다. 실제 공연에서 보여준 그들의 공연은 단순히 정치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한 두개 있고 관련 멘트와 퍼포먼스를 어쭙잖게 행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무대가 달아오른 중반부부터는 거의 매곡마다 정치적인 주제를 담은 비주얼과 노랫말을 연계시키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더욱이 사이타마 공연에서는 일본 관객을 타겟으로한 철저하게 계산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큰 자막을 통해 일본인 메일주소를 가리키며 여기로 메일을 보내라고 요청했고 대부분의 사람이 한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세계인권선언문을 무대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일본어로 전달되었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에 있어서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은 없으리라. 그런데, 일장기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과연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서 알기나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기모노 입은 일본여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사실 오리엔탈리즘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방법론적으로 정치적인 방법이었다. 상대에 대한 호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설득의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악하다 싶을 정도로 목적에 맞게 계산된 U2의 스테이지 속에서 '아프리카 구호'등의 목적을 위해 너무나 정치적인 접근으로 이전의 저돌성을 잃어버린 아쉬움이 더욱 강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Vertigo를 앵콜로 다시 한번 불렀다. U2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탁월한 곡이기에 두배로 좋았다. 성공적인 앨범과 튜어를 마감하는-하와이에서 한차례 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의미도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U2의 현재를 보여준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노동자 출신이었던 보노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부른 'Sometimes You Can't Make It On Your Own'이 최고로 감동적이었다.


City of Blinding Lights
Vertigo
Elevation
Out of Control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Beautiful Day
Angel of Harlem
The First Time
Sometimes You Can't Make It On Your Own
Bad
Sunday Bloody Sunday
Bullet The Blue Sky
Miss Sarajevo
Pride (in the Name of Love)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One

The Fly
Mysterious Ways
With or Without You

The Saints are Coming
Window in the Skies
Vert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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