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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해적창고

Eric Clapton & His Band-2006/12/2, Saitama Super Arena, Saitama, Japan

가장 감동적인 에너지.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라 안심. 하지만 체육관 사운드 특유의 지저분함이 이전 UDO공연의 경험상 걱정되었다. 더욱이 자리가 S석임에도 측면 꼭대기임을 확인하는 순간 절망.

무도관에서 수차례 공연이 있었기에 다소 큰 사이타마의 경우 비는 좌석이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는 Sold out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예상대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리는 만족스러웠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1월 내한 공연이 확정된데에다가 무리한 일정이라 굳이 봐야될까 생각도 들었지만 첫곡 Tell the Truth가 나오자마자 그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 과연 Blues는 Live다. Blues의 에너지와 자유분방한 감성적 흐름은 앨범에서는 백분의 일도 느끼기 힘들다. 강한 에너지와 귀에 쏙쏙 들러붙는 멜로디의 기타라인으로 첫곡부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펙터를 기타처럼 쓴 키보드로 실험적인 블루스를 보여준 Old Love를 지나 Motherless Children의 말달리기 리프가 쏟아져나올 때는 그 어느 순간보다 통쾌했다.


흥분을 가라앉힌 sit down set에서는 Eric Clapton의 Solo로 시작했다. 마틴 스콜세지 등 7명의 감독이 만든 The Blues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블루스를 개척했던 흑인 아티스트들은 엄청난 보물 창고를 마치 단순한 중얼거림처럼 암호화시켜놓았다. Eric Clapton이 Robert Johnson을 해석하는 작업에서 밝혔듯이 너무나 어려워서 대중들은 단순한 중얼거림을 들릴 뿐. 그들이 천재인 것처럼 White Blues를 통해 지직거리는 판속에 숨겨둔 보물들을 찾아낸 백인 아티스트들 역시 천재임에 틀림없다. 장인의 솔로를 통해 단순한 듯 하나 Energy와 풍부한 감성이 응축된 Mojo를 표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 편성을 늘려가면서 전기의 힘은 단순한 도구일 뿐임을 증명하듯이 멋들어지고 복합적인 사운드를 연출해냈다.


이전의 밴드 편성이 스티브 갓, 나단 이스트, 데이빗 샌본 등 올스타급 편성이었다면 이번 편성은 다소 젊은 멤버들로 구성되었다. 브라스를 없애고 건반2, 기타3을 통해 보다 스트레이트한 블루스락, 특히 Derek & the Dominos시절의 음악으로 회귀하는 편성으로 볼 수 있다. 건반도 하나는 피아노 주자로 곡의 중후함을 부여했고 하나는 키스 에머슨처럼 이펙터를 잘써서 왼손으로 음 하나하나를 구브러트리며 쓸 수 있는 키보드 주자로 실험성을 더했다. 기타의 경우, Doyle Bramhall II가 전형적인 낡은 펜더 바디처럼 두텁고 호방한 벤딩의 왼손 기타리스트인 반면, Derek Trucks는 듀언 올맨을 연상시키는 슬라이드 스페셜리스트였다. 에릭클랩튼이 크림을 통해 트리오라는 단순 편성으로 블루스의 에너지와 실험성을 발견했다면 Derek & the Dominos에서는 듀언 올맨등 여러대의 기타를 통해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어가고 보다 아름다운 곡을 에너지에 실어 보낼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명의 기타리스트가 때로는 합주로 때로는 솔로로 곡을 끌어가는데 이 것 자체의 완성도가 그 어느 밴드보다도 높았다. 한명 한명의 실력이 탁월하기도 하지만 에릭 클랩튼이 워낙 숱한 잼을 통해 농축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필요로 한다. 혼자서 독선적으로 진행할 경우, 결코 좋은 앙상블이 나오기 힘들다. 에릭클랩튼의 공연이었지만 다른 건반주자와 특히 두명의 기타리스트 역시 충분히 솔로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냈다. 에릭클랩튼의 미덕은 '겸손함'에 있다. 상대방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그것을 항상 인정해주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자양분으로 삼았기에 자신만의 완성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다. 공연중 어떤 일본인은 'Clapton is Blues'를 외쳤지만 에릭 클랩튼은 아마도 한편으로는 인정하겠지만 한편으로 그게 아니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에릭클랩튼은 인생 자체가 블루스였지만 그가 블루스라고 하기에는 그가 인정하는 블루스맨들의 존재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기타라는 악기는 안으면서 연주를 해야하는 다시 말해 사람의 체온을 전달하며 연주해야되는 악기이다. 또한 줄을 구브리며 휘며 미끄러지며 연주를 해야하는데 이는 마치 사람의 감정을 구브리며 휘며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Derek and the Dominos에서 에릭클랩튼이 보여준 성과는 또한 기타를 통해 에너지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 것도 있다.

과연 Layla and asserted love songs만큼 감성적인 그리고 감동적인 앨범이 또 있을까? 첫곡 Tell the Truth부터 총 다섯곡이 Layla and asserted love songs에서 선택되었다. 이 앨범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앨범 제목이다. asserted love songs로 분류되기에는 곡 하나하나가 빤짝거릴만큼 잘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또한 'Little Wings'를 요청했지만 에릭클랩튼은 웃으면서 '다음주에'라는 말로 답했다. 물론, 다음주도 하지 않겠지만. 지미 헨드릭스의 원곡보다 더 감성적인 곡.


다시 전기기타를 들고 그의 이력의 대표라할만한 Wonderful Tonight, Layla, Cocaine 그리고 앵콜곡으로 Crossroad를 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할만큼 힘차지만 감동이 있는 에너지. 70년대 초반 어떤 평론가는 어떤 록은 예술이다고 했는데. 과연 에릭클랩튼의 최상의 결과물만큼 그에 부합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클래식이라는 서구 전통 예술이 감정을 절제할 것을 우선 주문한 반면, 흑인의 음악은 보다 노골적으로 들어내는 문법을 개발해냈다. 완전히 다른 경로로 새로운 경지의 끝에 난 음악. 옛날 음악보다 못하다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난 당신이 산 기간 보다 훨씬도 오래 음악을 해왔소'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을 한 것처럼 에릭 클랩튼은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CD또는 MP3를 통해 듣는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어도 그는 공연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꾸준히 해간다. 나이가 들고 튜어가 장기화되면서 보컬의 힘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새로운 창법을 통해 곡의 맛을 내는 능력은 더욱 탁월해졌다. 에릭클랩튼의 보컬 역시 거장급이다. 그보다 고음을 잘내는 사람은 많을 수 있지만 그처럼 인생의 맛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는 많지 않다. 그의 보컬 역시 블루스이기 때문이다.


에릭클랩튼은 인생의 질곡이 많은 사람이다.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은 인간이 신보다 낳아보일 때가 있는데 에릭클랩튼의 인생이 묻어나는 음악을 보면 신보다 낳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라고 하기에는 철저한 찬사 일색이다. 어쩔 수 없다.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얼굴 하나 제대로 안보여도 오히려 정말 좋아 죽을 것 같고 눈물 그냥 줄줄 흐르는. 8년전이 그랬고 지금은 더 좋았다.


Have you evere loved a Woman?

Have you evere loved Blues?

Have you evere loved Rock'n'Roll?

Have you evere love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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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2 December 2006
75th Show '06 / '07 Tour
Saitama Super Arena, Saitama, Japan


The Band:
Eric Clapton - guitar, vocals
Doyle Bramhall II - guitar
Derek Trucks - guitar
Chris Stainton - keyboards
Tim Carmon - keyboards
Willie Weeks - bass
Steve Jordan - drums
Michelle John - backing vocals
Sharon White - backing vocals

Setlist
01. Tell The Truth
02. Key To The Highway
03. Got to Get Better in A Little While
04. Old Love
05. Motherless Children

Sit Down Set
06. Rambling On My Mind (EC Solo)
07. Outside Woman Blues
08.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09. Running On Faith

10. After Midnight
11. Little Queen of Spades
12. Anyday
13. Wonderful Tonight
14. Layla
15. Cocaine

Encore
16. Crossro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