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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최신

2006년 5월 11일

1. 보통 한 뮤지션이 한방 터뜨리고 나면 소포머 징크스를 겪게 된다.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는 상황에서 메이저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메이저에 진입한 첫 앨범은 사실 수많은 시간동안 그들을 멤돈 영감의 총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뮤지션의 스타일과 개성은 처음이 가장 참신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경우, 반짝하고 사라지게 되고 아니며 천천히 시들게 된다. 그런데, 그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악전고투는 그들을 단단하게 다듬어 알찬 결과물을 내놓게 할 수도 있다. 적어도 참신함을 생략한 내용물의 완성도는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메이저 진입 후 한참 후에 내놓을 경우도 있다.


90년대 메이저 록씬을 대표했던 밴드들, 펄잼, 레드핫칠리페퍼스,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오아시스, 블러...이들의 흥망성쇠는 참으로 흥미롭다. 특히 90년대 후반 이후 음반시장의 장기 침체는 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프스프링이 Americana로 1,2집의 성과를 뛰어넘은 후 조금 주춤하다 싶으니 이제는 접을 때가 되었다 싶은 Greenday가 American Idiot이라는 폭탄으로 최전선에 한방에 올라섰다. 작년 부터 시작된 90년대 빅밴드들의 복귀전에 펄잼과 레드핫칠리페퍼스의 새 앨범은 화룡정점이 될 것 같다. 펄잼도 역시 그린데이처럼 부진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앨범 Vitalogy가 최고지만 그들의 성과는 보통 첫번째 앨범 Ten이후 점점 내리막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이번에 뒤집었다. 올무식의 별점4반, 그리고 World Wide Suicide의 성공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었다. 이번엔 레드핫칠리페퍼스. 사실 레드핫칠리페퍼스의 21세기 음반들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Californication과 By the way를 통해 리듬과 멜로디를 차례대로 강화시켜나갔고 라이브 스테이지는 언제나 가장 화끈했다. 꽤 오랜 공백. 그들은 일단 양으로 승부한다. 두장짜리 꽉찬 앨범.


그들의 복귀전에는 공통된 공식이 있다. 흥미롭게 진행되는 기타록. 기타가 리드하는 사운드는 록의 공식이지만 그런 공식에 가장 충실한 결과물로 다시 나서고 있다. 밴드의 커리어가 쌓이면서 영감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적어도 사운드의 밀착감은 밴드의 호흡만큼이나 좋아지게 되는데, 이런 사운드의 밀착감을 극대화한 앨범이다. 오랜 공백과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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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 여러 좋은 앨범들이 나왔지만 이 두 앨범만큼 흥미를 끄는 앨범은 Tool의 새 앨범. Tool는 앨범 하나하나를 아끼면서 내는 뮤지션. 그만큼 사운드의 충실함은 보장되어 있다. 이번엔 말할 것 없는 어둡고 치밀한 사운드 외에 멋진 패션 안경도 제공한다. 물론, 고무줄이라는 추가 비용이 들긴 하나 이거 쓰고 나가면 어디서 싸이코 소리 듣기엔 전혀 아쉬움이 없다.
아, 그리고 레드핫칠리페퍼스도 티셔츠 준다. 추첨을 통해 준다고 하지만 나처럼 잘생긴 사람한테는 그냥 주기도 한다. 쎈스 20점의 쓰레게 같은 앨범 커버와 달리 티셔츠는 꽤 괜찮다. 회사에 이거 입고 가고 싶은 맘 꿀떡같지만 BJr 동공 커지면서 쬐려보는 것 의식하기 귀찮아 내일도 범생 컨셉으로 출근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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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거 사는 동안, 향음악사 누님(나이야 몰겠지만 누님이라 쳐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어려보이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술수)왈, 어...펄잼은 안좋아하세요?


WAL: 당빠 샀당께용.


누님: 저 없을 때 사셨어요?


WAL: (고민하는 척했지만 사실 퍼플레코드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시간 겐세이)퍼플에서 샀슨디용.


누님: (쬐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밑에 아제께서도)여기서 사시지. 자주 사시는김에.


WAL: 퍼플 아저씨도 역시 똑같이 생각하실 듯. 여긴 차 대기가 너무 어려워서 퍼플에서 살 때가...궁시렁궁시렁 수습수습(주특기가 질러놓고 수습하기)


4. 이거 사고 Dani California 만땅 틀어놓고 후렴구 예~에를 미친척(이건 진짜 비밀인데 미친 척이 아니라 실제로 미쳤을 수도) 하면서 지를 때 신촌 신나라에서 대기 중일 때 늘 그렇듯 댄디한 범생 마이 차림의 고책임 발견. 이 아제와도 질긴 인연. 입사 동기이나 제대로 된 선택을 통해 한달만에 배째고 나갔으나 갑과 을의 관계로 재회. 요즘 거의 매일 보고 있다. 내 업무수칙 중 하나가 알아서 하려는 일잘하는 사람은 돈 안되도 잘해준다인데, 고책임이 그렇다. 방가방가


요즘 생각나는 것이지만, 가슴 속에 깊게 박힌 한명 만큼이나 가볍지만 이런 인연들이 사는 맛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깊은 감정의 기복보다는 방가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지겹고 꿀꿀할 수도 있는 하루를 바꿔주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니.(음.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walrus의 무대책 만연체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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