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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해적창고

It's only Rock'n'Roll(But I like it) - Part.2

공연의 시작


8시 10분을 넘겨 조명이 다시 어두워졌을 때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관중들의 함성은 커졌다. 물론, 그 정도는 한국에서는 평균 이하겠지만 중앙의 초대형 스크린에 날개 처럼 달린 부분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빛깔을 냄과 동시에 그 위에서도 관중들이 볼 수 있는 좌석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 뒤쪽에서도 필요한 Visual을 형상화할 수 있는 컬러 전광판이 있었다. 대형스크린의 요란한 영상이 멈추자 오프닝 예상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바로 그 곡 'Start me up'의 기타 인트로가 나왔다. 공연을 처음부터 달렸다. 최근 앨범 A Bigger Bang은 상당히 스트레이트한 록 앨범인데 이런 앨범의 특성이 공연에도 묻어 났다.


사운드와 공연 진행도 달렸지만 멤버들도 달렸다. 넓은 메인 스테이지를 로니와 키스가 유연하게 교차하는 동안 믹 재거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뛰었다. 정말 뛰어다녔다. 양쪽으로 길게 뻡어있는 무대는 거의 100미터 가량되는데 곡 하나하나 사이에도 줄기차게 왔다갔다 했다. 노래 안부르고 뛰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가끔 가속도 장난 아니게 붙이는데 이는 장거리와 단거리가 동시에 가능한 육상 선수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믹 재거는 매일 조깅이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멤버들 모두 약간 마르긴 했지만 어떤 청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게 단련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한 전력 달리기는 아니었다. 빠르기만한 드리블러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드리블러의 상대가 될 수 없듯이 뛰는 것도 그루브를 타면 뛴다. 모 음악잡지에서 그랬듯이 누구도 믹 재거처럼 뛰어다니며 노래는 못 부른다. 마구잡이로 부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창법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움직일 때 거친 호흡을 노래를 통해 뿜어낼 수 있는 호흡법, 장기적으로 성대에 손상이 가지 않는 발성법, 그리고 곡에 따라 가성으로 큰 성량의 고음을 처리하는 방법 등. 보컬 트레이너가 가르치는 교과서적인 것과 다르지만 자신의 것을 충분한 연습과 노력으로 하나의 경지에 이른 목소리라고 봐야할 것 같다.


키스 리차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교적인 연주를 선호하는 이는 키스 리차드가 최고의 기타리스트의 반열에 손꼽기를 꺼려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최고의 리프와 솔로들은 믹재거의 목소리 톤과 결합하여 온몸을 비틀어버리게 만드는 최상의 그루브감을 뽑아낸다. 다른 기타리스트들이 키스 리차드의 곡을 연주했을 때 키스만큼의 느낌이 날까? Never. 보다 샤프하거나 강력하고 예쁜 톤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절대 롤링스톤즈의 느낌이 아니다. 항상 활발히 움직이는 믹 재거와 달리 키스의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고 그러기에 더욱 마초적이다. 특히 다리를 길게 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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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거만하게 기타를 칠 때는 그 누구도 근접하기 힘든 포스를 발산한다. 또한 그가 보컬을 담당한 두곡 역시 밥딜런과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같은 맛을 느끼게 하는 노래 솜씨를 보여줬다. keith가 조폭 두목의 풍모를 지녔다면 Ronnie는 가만 있으면 조용한 것 같아도 은근히 건들거리는 '시다바리 건달'의 느낌이 있다. 마치 입만 열면 자기 무덤을 파는 Real Madrid와 Brazil의 요즘Ronnie처럼. Jeff Beck의 하드록 그룹 시절, 멤버 간 서로 불가능한 외모로 조직의 정체성을 숨기기도 했지만 Ronnie는 브라이언 존스와 믹테일러 처럼 곡의 사운드를 다채롭게 만든다.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직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이전 멤버들과 달리 시다바리 건달의 생활 신조 자체가 롤링스톤즈의 남은 부분과 딱 궁합이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찰리와츠는 상당히 불가사이한 인물이다. 롤링스톤즈의 멤버로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너무나 조용하기 때문이다. 온갖 생쑈를 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찰리 와츠가 보여주는 액션은 오른쪽 입술을 조금 비튼 채 슬 쪼개는 것이 전부다. 드럼이라는 포지션이 그렇다. 항상 울퉁불퉁한 그루브감을 뽑아내는 그들의 사운드에서 안정감있는 조용한 드러머의 존재감은 오히려 크다. 그 외 70년대 곡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스를 지원하기 위한 4명, 그리고 세명의 코러스, 빌 와이먼의 자리를 대신한 흑인 베이스주자. 예상되던 바였지만 큰 체구의 흑인 언니는 Gimmer Shelter에서 폭발적인 성량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달리던 공연 초반에서 하일라이트는 단연 Midnight Rambler였다. 믹재거의 하모니카와 블루지한 기타사운드가 곡의 막판으로 가면서 신들린듯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부분은 짧고 간결하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했다. Midnight Rambler가 담긴 Let it bleed는 그들의 사운드와 더불어 백인이 블루스를 하면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적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