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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해적창고

It's only Rock'n'Roll(But I like it) - Part.1

공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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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Egg로 불리는 도쿄돔 입구에서(물론, 이해 못하는)일본어 피켓을 든 커플이 있었다. 뒷면을 보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는데 내용은 'I need free ticket please'였다. 티켓을 얻기 위해서 발푼을 파는 훌륭한 커플(Butt...보통 이러다 3~4개 삘 받을만한 거 놓치면 깨지게 마련. 그래서 돈이 최고여. 고추가루 부대 walrus) 아무튼 나는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후지락 페스티발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앞에는 롤링스톤즈 튜어 티셔츠를 파는 곳에 길게 줄이 서 있었다. (물론, 다음 날 시부야에서 똑같은 티셔츠를 찾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 walrus는 사전 공약대로 Beatles 티셔츠를 입고 사진 박어주는 무례발칙한 쎈스를 보여줬다. 불행히도 선량한 모범 도쿄 시민들은 아무도 시비를 안 걸었지만 하긴 안 선량할 것 같은 태평양 건너온 아르헨티나, 브라질 동지들도 아무런 시비 안걸었다. 보통 walrus는 대충 이쯤되면-다시 말해서 웃기려 하다 재미없으면-, 깨갱하고 남들하는데도 따라한다. 제일 인기 좋은 도쿄돔을 상징하는 야구공 티셔츠를 산 후 모사이비 종교에서 하듯 순결선언 하듯이 롤링 티셔츠 입고 사진 박아줬다.  

공연장이 오픈되자 2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것을 알면서도 쏜살같이 들어갔다. 행여나 내가 가진 표가 가짜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서. 도쿄돔은 일본인의 편집증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현대식 구장이었다. 여기서도 역시 광고의 홍스. 펜스는 원래 광고없이 녹색 단색으로 쓰게되어 있는데 녹색은 유지하더라도 비슷한 노란색으로 멋대가리 없이라도 광고 문구가 떡칠이 되어 있었다. 조금의 틈만있으면 헤집고 광고를 들어대는 그들의 집요함. 짧은 반바지의 맥주판매소녀들이 눈에 안 띌 수 없었다. 동경 어디서도 찾기 힘든 예쁜 여자들이 여기 다 있는 듯 했다. 좌석을 확인하는 순간, 절망. 무대는 외야펜스 거의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었고 다이아몬드 형이라는 야구장 특성 상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하지만, 그건 약과. 음량을 보강하기 위해 설치한 스피커 탑은 무대의 일부를 가로막고 있었고 더 정말 최악은 파울 타구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한 그물망이 내 시야를 더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최악은 아직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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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는 요미우리를 빛낸 선수들과 더불어 도쿄돔에서 공연한 뮤지션들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어느 뮤지션의 공연보다 흥미로운 사진은 더글라스 대 타이슨의 경기. 그 이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으로 핵주먹이라 불리던 완벽한 복서 타이슨이 몰락한 시합이었다. Paul McCartney, David Bowie에서 Madonna, Jamiroquai까지. 아무나 못오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거기에는 Mick Jagger의 단독공연 사진과 더불어 당연히 Rolling Stones의 사진도 걸려있었다. 이들은 여기서만 1990년 이후 4번에 했는데 아마도 최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실제로 5만이라는 것을 도심에서 모을 수 있는 공간은 동경이라 하더라도 결코 흔하지 않다. 롤링스톤즈 공연하는데 신주꾸 교통 통제하고 거리 공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일본인의 롤링스톤즈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거리 곳곳에서 혓바닥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상점이 있으며 가끔은 비틀즈 이상의 인기라는 생각이 든다. 경매 시장에서 floor쪽 왠만한 좌석은 50만원부터 시작했다. 플로어까지 5만명의 좌석은 오프팅 공연이 시작된 후 가득찼다. 정말 더럽게 비싼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하는 표값을 감안한다면 단 하루의 공연의 티켓 매출만 70~80억하고 부가상품의 매출까지 포함한다면 간단하게 100억이 넘어가는 장사다. 물론, 일본이 다소 극성스럽지만 그런 공연을 1년에 80회씩 한다. 적어도 공연에서만 수천억. 움직이는 거대기업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딱이다. 실제로 롤링스톤즈의 튜어를 운영하기 위해서 수백명의 스페셜리스트가 투입된다.
 
관중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30대를 중심으로(늙게 또는 만만하게 봤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만), 상당수의 노년층과 10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옆좌석은 예상을 깨고 혼자 온 인간들이 줄줄이 있었다. 특히 우측에는 틈만나면 영어교재를 꺼내 공부하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범생 아저씨였다. 그런 범생도 맛들이면 도서관 다 제끼고 보게 되는게 (이제는 데이트 장소로 전락하고는) 했지만) 롤링 스톤즈의 콘서트다.
 
7시쯤 오프닝 밴드의 공연을 위해 조명이 꺼지고 촬영금지를 위한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으나 50년 롤링 공연 경력에 맞먹은 walrus의 도찰 신공으로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낳았다. 아무튼 한류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Ugly Korean이 되기로 결정. 오프닝 밴드는 빌리 시언과 함께한 리치 코첸 밴드. 보통의 관례와 다르게 보다 하드한 밴드가 오프닝을 섰다. 빌리 시언은 그 숱한 베이시스트 중에서도 최고의 속주능력을 가졌고 Mr.Big의 마지막을 같이한 리치 코첸도 말이 필요없는 기량을 가졌다. 수준급의 블루지한 하드록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돌이켜 보건데 강력한 조명발과 비주얼 없는 것을 제외하고도 왜소하게 느껴졌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