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반/잡담

대중음악은 보호막 없어도 버텨 왔다?

예전에 한국 대중음악 100대 앨범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신중현'과 '조용필'을 으뜸으로 놓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신중현과 조용필의 음악이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없는 뮤지션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다. 롤링스톤과 같은 서구의 음악 평론지에서도 생각없음은 죄악에 가깝다.


스크린쿼터에 대해 '신중현'등이 얘기하는 것은 역시 그가 뛰어난 감성에도 불구하고 '머리통이 텅텅 빈 뮤지션'에 불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온 영화와 달리 대중음악은 규제에만 시달려왔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은 적이 없다"


음악 평론한다는 조성진도 마찬가지이다.

"영화계가 국가정책으로 많은 배려를 받고 있는데도 지속적인 한탄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한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뮤지컬 제작자라는 인간의 발언도 가관이다.


"영화계의 단합이 부럽다. 스타까지 나서서 싸워왔으니 이만한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 대한 지원과 혜택에 비해 다른 예술장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걸 영화계도 알아줬으면 한다"


이건 기본적으로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다. 영화인들이 거리에 나와서 '스크린 쿼터'를 이야기할 때 대중음악인들은 과연 무엇을 했나? 영화계와 달리 이라크 파병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낸 뮤지션이 몇안되는 그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답이 나온다.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가 안 갖추어진 상태에서 투덜거리는 것은 애기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내가 전에 알던 뮤지션은 '박찬욱' 정도 돈 벌여야 사회적일 수 있다고 했다. 글쎄? 돈없어서 생각없는 것이 돈이 생기면 괜찮아질까?


돈 많이 버는 영화인들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이나 국익 운운 하는 것이나 대중을 우습게 보지말라는 논리나 주구장창 많이 듣던 얘기다. 이건 결국 북악산 밑에 계신 님의 '귀족노조'타령에서 한발짝도 못 벗어난 논리. 신중현이 말한 '규제'? 그 규제가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말하는 '규제완화'가 연상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괴상망칙한 규제가 있었을 때, 과연 대중음악인들은 무엇을 했나? 그러면서 국익을 위해서 스크린쿼터 풀자고? 음악계의 문제가 있다면 음악계에서 나서서 풀어야지 영화계의 행동에 딴지를 거는 것은 한마디로 '비겁하다'.


베토벤의 전기를 보면 귀족에게 굽신거린 괴테와 달리 고개 뻣뻣하게 들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실제로 베토벤이 등장할 무렵, 음악가들의 지위는 크게 향상되었고 그 지위로 인한 뮤지션의 자유로운 창작은 낭만주의 시대의 풍성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요즘 한국 대중음악의 생각없는 천박함을 보면서 과연 스크린쿼터를 주장하는 돈많은 영화인들에 대해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을까? 많은 대중음악인들이 '자유'를 얘기하지만 정작 그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갈 길이 멀었다. 덜 성숙했다.


예전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것이 기억나서 몇줄 적어봤다. 우리나라에도 메르세데스 소사나 미키스 테오그라테스, 밥 딜런 같은 뮤지션을 기대하며. 이 글을 보는 음악하는 사람들은 불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델리스파이스 새 앨범 발매가 하루 딜레이된 것을 투덜거리는 난 이 말할 자격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리고 walrus의 이런 성급한 일반화가 불쾌한 뮤지션들은 과감하게 댓글?을 달기를 바란다.


http://blog.naver.com/unlawful/60008224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