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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아이즈 와이드 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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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은 '주입시키려고 하는 것'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을 싫어한다고 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walrus가 큐브릭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주입시키려고 하는 것'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실, 난 내 생각을 나에게 주입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며 결코 반성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답답한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효율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칙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큐브릭이 거장인 이유는 어떻게 주입시키느냐에 대해서도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였고 다양한 스타일과 화려한 영상을 선보였지만 그런 방법론은 자기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하는데 철저하게 기여했다. 그는 작가이기도 했지만 장인이기도 했다.


이 영화의 백미인 남성 부르주아의 화려한 집단 성교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이 억눌린 욕망을 해소하는 부분에서도 끝까지 부르주아적 위선과 울타리를 치는 모습에 큐브릭은 역시 그답게 스타일리쉬하게 뽑아냈다. 젠틀하고 사려깊은 듯 하지만 결코 여성에게 동등한 위치를 부여하지 않는 남성의 위선 또한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모든 상황에서 의사 면허증을 들이대는 탐 크루즈의 모습 속에 큐브릭의 집요함은 역시 끝까지 감을 알 수 있다. 환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극단의 일탈과 부딪힌 후 늘 그렇듯이 위선적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 역시 위선적일 수 밖에 없다.


끝까지 도도함과 최고를 보여주고 그는 갔다. 사실, 이 영화는 니콜 키드만과 탐 크루즈 위주로 진행되며 특히 탐 크루즈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지만 대스타의 역량 마저도 큐브릭의 작품 속에서는 작게만 느껴진다. 니콜 키드만의 입을 빌어 말한 마지막 영화의 마지막 대사마저도 그가 위선적 사회에 던질 유언으로 손색이 없다. Fuck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 160min)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탐 크루즈, 니콜 키드먼, 시드니 폴락, 마리 리차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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