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진 역사와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Cream, Brian Wilson

 

 

이루어진 역사와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

Cream - Royal Albert Hall

Brian Wilson - Brian Wilson presents Smile

 

노장들의 실황 DVD를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유행가'라는 세속적인 이름을 따를 때 확실히 지난 음악을 연주하지만 시점은 동시대이기 때문이다. 영상의 해상도와 샤프한 음질을 최대한 살려주는 컨텐츠로 좋은 음악 실황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하나의 행복이겠지만, 그리고 노장이라는 표현 만큼이나 대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이기에 순도 높은 라이브 실황을 보여지지만, 록이 젊음의 음악임을 감안할 때 고급스러운 콘서트홀에서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옛날 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록'의 variety함은 블루스와 싸이키델릭의 세례를 받은 두 트리오 밴드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미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와 크림. 특히 크림은 하드록과 아트록이라는 이후 10년을 규정할 음악의 양식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미 헨드릭스에 절대적인 무게가 쏠리는 지미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와 달리 크림은 세 명의 멤버 모두 압도적인 역량을 지니고 있었기에 사실 오래가기가 쉽지 않았고 해체된 이후-물론, 진저 베이커는 블라인드 페이스의 단 한장의 앨범을 같이하기도 했지만-다시 만나기도 어려웠다. 98년 내한공연 당시 에릭 클랩튼 역시도 자신의 음악적 색깔이 너무 짙어졌기 때문에 솔로가 아닌 밴드를 결성하기는 다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에릭 클랩튼 만큼 롱런하지 못한 잭 브루스와 진저 베이커는 역시 그들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받은 게리 무어와 BBM을 결성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크림의 재결성은 될 수 없었다. 3년의 짧은 기간 동안, White room, Crossroad, Sunshine of your love 등 정말 주옥같은 노래도 많이 남겼다. 비틀즈가 이젠 비틀즈가 될 수 없고 레드 제플린이 레드 제플린이 될 수 없지만 크림은 가능하다. 멤버 모두 살아있기에. 이런 기록을 남겨줄 수 있는 건 우리 세대에 축복이다.

 

 크림의 하드한 인스트루멘탈 사운드가 주류가 되면서 뒷전으로 밀린 사운드도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보컬 하모니와 백인의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 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스트루멘탈 보다는 보컬에 의존하는바가 더 컸다고 할 수 있으며 필스펙터의 Wall of sound, 그리고 비치보이스의 서프 사운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중반 이후, 영국으로부터 역수입된 블루스 사운드에 철저히 밀리게 되는데 유일하게 대적할만한 비치보이스의(실제로는 브라이언 윌슨의) Pet sounds의 상업적 실패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에야 나오게된 바로 Brian Wilson presents Smile이 때 맞추어 나오지 못한 것.

 

Brian Wilson presents Smile DVD는 이런 아쉬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히 공연 실황에서 들려주는 탁월한 사운드는 기존의 역사 대신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보다 산뜻하고 깔끔한 느낌의 백인 음악적으로 발전했을 때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20년 후에 나올 아카펠라나 뉴잭 스윙 등 필링과 테크닉에 기반한 흑인 보컬 사운드의 전통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새로운 역사가 씌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은 단순히 앨범의 완성도만 따지더라도 바로 지금의 베스트 10에 들만한 탁월한 앨범이며 독창적인 앨범이다. 그만큼 비슷한 전통이 없었다는 반증도 된다.

 

쓰여지지 않은 역사거나 쓰여진 역사이거나 클래식 록을 빛낸 노장들의 동시대 실황 라이브 DVD의 가치는 충분하다. 클래식 록에서 클래식은 영향력의 의미도 있지만 검증된 quality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