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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이탈리아 투쟁- 친절한 지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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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미지가 어떻게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종속되는지를 알튀세르 식으로 해석한 작품.

제한된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약간씩의 변형을 통해 작가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주제의식이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종속되는 것을 까발리듯이 네러티브 중심의 부르주아 영화의 형식도 까발린다. 어쩌면 80년대 이후 이미지의 변형이 네러티브를 대신하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양식미와 유사할 수도 있다. 장 피에르 고랭이 얘기한 것처럼 장뤽고다르의 혁신은 소설 같은 영화에서 그림같은 영화로 바꾸었다는데에 있다. 지가 베르토프 그룹의 프로젝트는 소설 같은 기존의 양식 대신 이미지의 변화를 통해 관객의 긍정적 변화를 꾀하는 새로운 표현 양식의 실험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가 베르토프라는 작가의 혁신도 '카메라는 눈보다 우월하다'는 명제하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이는 어쩌면 꽤 뒤에 부상하게 될 구조주의적 철학과 알튀세르 그리고 미니멀리즘에 이르는 것보다 앞서는 접근 방식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장 피에르 고랭과 장뤽고다르가 지가 베르토프라는 그룹이름을 택한 이유일 것이다. 지가 베르토프 그룹의 이런 선구적 노력은 이후 진보진영의 방법론이 되기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전파 양식에 차용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영화의 목적이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데에 있기 때문에 영화 막판에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이점이 그들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방향 매체의 경우 작가의 주제의식은 전달될 뿐이겠지만, 적어도 작가의 생각을 계몽적으로 주입하려고 할 때 관객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들의 시도는 주제의식과 형식 상의 진보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소통의 방식에 대한 진보는 실패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작품 속에 관객이 자유를 느끼고 소통을 할 공간을 보다 확보할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