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우승은 운으로만 돌릴 수 없다. 리버풀가 우승할 때까지 꺽고 온 팀이 유벤투스, 첼시, 밀란이라는 점에서 리버풀은 충분히 우승팀의 자격이 있다. 물론, 수비지향적인 경기운영을 하기는 했지만 리버풀은 좋은 수비력으로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득점시키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런 수비력은 히피야를 축으로한 수비진에도 공이 있지만 제라드를 축으로한 미드필더의 활동력이 좋다는데에도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리버풀은 우승의 의지가 강한 팀이었다. 리그에서의 부진은 오히려 챔피언스 리그에 집중하게 했으며 20여년전 헤이젤 참사를 극복하고자하는 의지 역시 강했다.
밀란과의 결승전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전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반의 3:0을 뒤집는 것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오리라 상상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전반의 밀란은 완벽했다. 경기를 장악했고 다양한 득점루트-셋피스, 패스웍, 공간패스-로 3:0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초반의 단 6분 사이에 모든 것은 변했다. 하만의 투입은 캡틴 제라드에게 자유를 줬으며 빠른 시간 내에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스미체르의 기가 막힌 대포알 슈팅은 리버풀 식 경기 운영이 지니는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예다. 제라드-스미체르-하만-리세 라는 캐논 슈터의 미드필더 포진은 약한 공격진과 떨어지는 경기 장악력에도 수비위주로 진행하면서 중거리슛 한방으로 상대 수비진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라드가 얻어낸 패널티가 곧바로 이어졌다는 점은 중거리슛의 가능성으로 생긴 수비수 뒤의 공간과도 연계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연장 후반 말미 쉐브첸코의 정확한 헤딩에 이은 리바운드 찬스를 놓친 것은 밀란에게 그다지 좋지 못한 예감을 줬다. 사실, 승부차기에도 밀란은 모자란 점이 없었다. 유벤투스와의 승부차기 승부에서 보여줬듯이 디다는 승부차기에 확실한 천재성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두덱이 보여준 승부차기에서 선방은 거의 마술 수준이었다. 피를로가 구석으로 차넣은 것을 기막힌 다이빙으로 걷어냈고 쉐브첸코가 가운데로 찬 공도 좋은 집중력과 순발력이 없었다면 막을 수 없었는 것이었다. 쉐브첸코의 마지막 킥은 막판 찬스를 놓친 심적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 같다. 중간에 찬다는 것 자체가 다이빙에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그러려면 높게 찾어야 했는데 크로스바를 넘길 것을 염두한 것이 실축으로 이어졌다.
50년 역사를 마무리하는 헤이젤 참사라는 나쁜 기억을 지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승부였다. 밀란에게는 팀전력만이 우승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전례를 남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리버풀은 오웬을 버리고 스페인 커넥션을 데려온 선택이 괜찮았음을 증명하며 레알 마드리드와 밀란에 이어 5번째 트로피를 가져갔다.
아래 사진 출처:www.gettyimages.com
이 맘 때쯤 시합은 끝난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캡틴 제라드의 반격. 헤딩슛의 교과서라 할만 자세. 초강력 중거리슛만큼이나 헤딩도 강력했다.
한점 차로 따라가는 스미체르의 슛. 낮게 깔리는 대포알 슈팅만큼이나 공을 피하는 바로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비알론소의 동점골. 디다는 엄청난 다이빙으로 사비 알론소의 슛을 막았지만 사비 알론소는 침착하게 리바운드를 해냈다.
희비가 갈리는...
한국과의 1차전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두덱하면 아쉬움이 먼저 생각난다. 게다가 최근 들어 떨어진 페이스로 인해 2,3년전 눈부신 선방의 레이스가 빛바랜 듯 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날만은 그가 영웅이다.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우승하는 팀으로 가고 싶다던 캡틴 제라드.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가 환호하는 사이, 밀란의 레전드 말디니의 아쉬움은 컸다. 더욱이 5차례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에 도전하는 그였기에.
아싸~
그려 마구 찍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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