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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박주영,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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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주영 국대 차출의 전제 조건:박주영의 국가 대표 선발 시에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부분이 있다. 청소년 대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 김진규가 빠진 것 만해도 청소년 팀에는 보통 타격이 아니다. 에이스가 빠졌을 때 충분히 예상되는 청소년 대표의 부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아마 박성화의 무능함으로 몰고 갈것이다. 이걸 아는 박성화는 국대 차출하더라도 끝까지 잡으려고 할것이고 일반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잘 조절하면 되겠지란 말로 얼버무릴 것이다. 그러다가 많은 천재적 선수들이 피로골절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흔히들 루니 얘기를 한다. 루니가 이번 청소년 대회 나온다는 얘기 들어본적이 있는가? 축구부 신문 기자들이 아무리 축구를 모르기로서니 이렇게 해서 선수 생명이 날라간다는 것을 모를까? 알면서 그러는 것이다.


2. 국대 공격진:지금 우리나라 국대에 공격진이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장 좋은 공격수를 보유한 팀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고등학교 때 8강 규정 때문에 대학 못간 선수들 귀화시키자고까지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가 히딩크 이후 기본적으로 343을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원톱으로 쓸 1선 자원에는 이동국, 안정환, 조재진이 있고 이선자원에는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 차두리, 최성국, 정경호, 최태욱, 남궁도, 김동현 등이 있다. 어짜피 1,2선 자원은 6~7명보다 작게 잡아야한다. 안그래도 이들 중 절반을 솎아내야하는데 박주영을 빼자면 솎아낸 절반 중 누군가를 또 빼야한다는 점이다. 원톱 자원 중에서는 뺄 선수가 없고 2선 자원에서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물론, 중원 미드필더로 갈수도 있다)을 빼겠는가? 이들은 충분히 괜찮은 공격 자원이다. 본프레레 이후 공격력에 큰 문제는 없었다.

 

3. 수비와 중원:수비에서 빼자고? 수비가 가장 불안한 것 모르는가? 오히려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진의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고 그건 상당히 늦은 감마저도 있다. 히딩크가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의 조합을 찾고 다듬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가? 비교적 괜찮은 자원이 많은 미드필더에서도 최상의 조합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비력과 장악력에 패스력까지 일취월장한 김남일은 빼기 힘들 것 같고 수비력과 노련함의 김상식과 폴스콜스를 연상시키는 패싱력과 재치, 득점력을 갖춘 김두현, 중거리 슛과 비교적 괜찮은 김정우 등이 중앙미드필더를 두고 다투고 있는데 본프레레 특성상 김남일, 김상식을 약간 선호하다가 중간이후 김두현 투입 정도로 가지않을까 예상.

윙백은 이영표, 김동진의 왼쪽이 너무 좋은 방면, 송종국, 박규선은 서로 불안한 요소들이 있는 것이 아쉬움이다. 박규선에게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상당히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확신하나 문제는 코앞에 닥친 예선이다.

 

4. 박주영이 통할까?:그럼 박주영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자. 박주영이 통할까? 경기장에서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지만 박주영의 스타일을 얘기하자면 공격 2선에 머물다가 동급 선수들을 압도하는 가속도로 제압한 후 슈팅 타이밍과 좋은 임팩트로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정말 매력적인 선수이며 작년 초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이천수, 최태욱의 고교시절을 능가한다고. 그런데, 지금 청대 경기를 보면 느끼겠지만 그는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선수이다. 체력의 안배가 부족하고 가속도 등에서 레벨의 차이가 많은 청대에서는 박주영 같은 선수는 단 한명 만으로도 위력적이다.

 그런데, 과연 국대에서 그게 통할까? 이집트와의 평가전을 봐라. 그게 과연 슈팅 타이밍을 쉽게 내주던가? 상대방의 11명은 정확히 전술을 이해하고 길목을 알고 있기에 후반전 끝까지 슈팅 타이밍을 아예 주지 않는다. 청대에서야 가속도로 제압할 수 있지만 국대에서는 그런 가속도로 제압할 수 없다. 이동국이 K리그에서 뛰는 경기를 운동장에서 한번 봐라. 청대에서 박주영 정도는 아니더라도 위압감은 엄청나다. 그런 선수임에도 국대급 경기로 가면 장악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5. 박주영의 스타일:그리고 박주영이 국대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도 문제다. 가속도로 맛을 보내는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선수는 요즘 재미를 보지 못한다. 그런 선수는 아마 마라도나가 마지막일 듯. 실로 최고의 선수였던 바지오가 과연 세리아에서 명문팀 감독에게 사랑받는 선수였던가? 늘 팬들은 그의 국대 차출을 요구했지만 이탈리아 감독들은 항상 주저했다. 바지오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한 피지컬을 갖추고 있고 적절히 수비가담도 하는 지단에게도 수비적 자원의 서포트가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박주영 중심으로 지금 팀을 움직일 수는 없다. 기껏해야 수비적 서포트가 된 상태에서 조커로 쓸 정도. 그런데, 안그래도 남는 검증된 공격자원을 버려라고? 

 

6. 박주영의 문제점:본프레레가 박주영을 안봤을까? 티비에서 제한된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한 선수를 찍어서 보는 것, 그리고 감독이 몸을 부딪히면서 보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다. 정보력의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본프레레는 박주영을 가리켜 유리몸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그렇다. 설기현이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는 것을 보면 왜 설기현, 차두리가 그나마 해외 진출 성공 케이스인줄 알고 있다. 거기는 피지컬이 안되면 몸이 부서진다. 일단, 지공 시 패널티 박스 근처로 접근이 힘들어진다. 그러다가 몸싸움에 나가 떨어지고 제공권으로 쉽게 공을 빼앗겨서 상대방의 역습에 대한 리스크는 생각안하는가? 2002 월드컵 직전 국가대표 터프가이 최용수가 솔캠벨하고 몸싸움하다 갈비뼈가 손상된 것은 기억하는가? 일반 대중이라는 인간들은 그런 선수가 죽을 힘을 다해 뛰면서 경기흐름을 바꾸었는데도 말종 취급을 한다.

요즘은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선수가 적어도 강인한 체력과 수비력, 장악력, 제공권 등을 갖추어야 어느 정도 살 수 있다. 지금의 판타지스타는 우리가 월드컵을 통해 더러운 인간?으로 기억하는 프란체스코 토티나 188의 괴물 미카엘 발락이다. 원톱 마저도 마찬가지다. 유로2004를 보면 알겠지만, 패널티 박스내에서 잡아댕기는거 걍 봐준다. 독일-네덜란드전 반니스텔루이는 수준급 클래스의 수비스 뵈른스와 동침을 하면서 골을 넣었다. 작고 빠른 선수의 기민함은 속공 시에는 좋은 효과를 가지나 그만큼 위험성도 결코 적지 않다.

 또, 박주영 처럼 피지컬이 떨어지는 선수와 자기 중심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선수에게 팀의 한 부분으로서 역할을 요구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로 한다. 이천수의 경우, 지저분한 수비력도 발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이집트전 공중에 떠서 살포시 밟아주는 그런 플레이. 이천수 역시 청대에서는 완전 에이스였다. 하지만 청대급에서 압도적이었던 90년대 후반 이천수에 비해 지금의 이천수는 훨씬 성장했다. 팀 플레이에 녹아들줄 알기 때문이다. 이천수가 국대급에 올라왔을 때 있었던 다수간의 좌절을 기억해봐라(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퇴장 사건 등).

  청대 얘기가 나온 김에 마라도나 이후 청소년 대회가 배출한 가장 걸출한 스타 중 하나인 사비올라를 보자. 바르셀로나에서 클루이베르트를 방출할 때 사비올라에게 기회가 올 줄 알았지만 레이카르트는 여전히 사비올라 대신 카메룬의 에투를 기용했고 대성공했다. 3명 정도의 공격 자원을 쓰는 바르싸에서 에투, 라르손과 같은 원톱 자원과 딩요, 지울리, 데코 등의 2선 자원이 빠르고 기민한-적당히 수비력도 있다-바르싸에서 에투, 라르손과 같은 강인한 피지컬의 원톱을 필수다. 사비올라는 여전히 훌륭한 선수이지만 바르사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던 셈이다. 박주영이 올라와서 아주 잘하더라도 이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또, 박주영이 잘하긴 하는데 남미 선수들의 볼핸들링과 현격한 격차가 존재한다. 드리블을 관찰해보면 남미선수들을 공이 발에서 덜 떨어진다.

 

7. 박주영과 국대의 미래:어짜피 축구라는 것은 전술에 맞추어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의 걸출한 재능이 있다면 그걸 고려해 전술을 부분적으로 변경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팀의 밸런스이다. 언제나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선수는 인기 폭발이다. 90년대 잉글랜드 팬들이 개망나니 폴 게스코인에서 최근의 조콜까지 보이는 절대적인 지지, 이탈리아인의 로비 바지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 등. 사실, 그래서 박주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은 아르헨 롭벤 정도될려면 갈 길이 상당히 멀다. 남미선수들처럼 공을 붙여놓고 드리블하는 능력이나 롭벤처럼 파괴적이면서 창의적인 스타일과는 결코 적지않은 갭이 존재한다.  박주영이 원톱 자원으로 살아남을지 아니면 아르헨 롭벤과 같은 탁월한 이선자원이 될지, 아니면 피로골절로 쓰러저간 수많은 재능들의 뒤를 따를지는 박주영의 노력과 더불어 사람들의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8. 이상한 결론:여론은 독이 될 수 있다. 사실, 히딩크가 좋은 성적을 거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언론 플레이를 철저하게 잘했기 때문이다. 사실, 히딩크는 여론을 개무시했다. 개나 소나 4백 안된다고 히딩크 바보 취급할 때, 히딩크 사단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프랑스 전에서 우리나라가 4백을 썼다는 것을 아는가? 황선홍의 부상으로 안정환의 출전시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안정환은 어디까지나 조커였다. 그 조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 활약을 해주긴 했지만. 또한, 히딩크의 우려되로 스페인 전 이후 안정환의 움직임은 현저히 둔해졌다. 천재 윤정환 대신 부지런한 박지성을 쓴 것은? 여론의 선정적 비난에도 차두리를 유용하게 쓴 것은? 여론 대로 한 적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축구 얘기에서 갑자기 다른 쪽으로 빠져야겠다;; 사실, 대중들의 의지를 고르게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영역은 확실히 존재한다. 또, 노출되는 이미지를 통해 여론을 악용하는 것은 기존의 보수 언론의 전형적인 플레이이다. 다양한 부분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또, 닫혀진 전문성이 아닌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을 확보하는 것 집권을 노리는 정당으로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