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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담

그 때 그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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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로 따지자면 별4개 이상, 주제의식을 생각한다면 별 2에서 별4까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작품. 문제작은 문제작인 듯.

 

 한국사의 가장 모호하면서 극적인 사건을 정말 쿨하게 다뤘다. 영화 속 한 인물이 말했던 것처럼 '쿨'함이라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일 듯 하다. 탱고의 비트 속에 흐르는 70년대 후반 특유의 뽕시러분 분위기, 기지 발랄한 미장센과 타란티노 식 코미디와 유혈낭자의 공존. 하지만, 임경옥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쿨'함에 대한 집착은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깬다는 그런 참신함도 있지만 그게 집착이 되어서 영화의 주제의식을 모호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런 '쿨하다'는 말이 최근 들어 나온 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쿨함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현재적' 시선을 강조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우선, 영화의 모든 출연진들은 전형적인 소시민적 성격을 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는 영화 속 인물은 아무도 없다. 소시민적 소심함과 치졸함은 어쩌면 폭력적인 시대상황과 마주치면서 당연스럽게까지 느껴진다. 타란티노식의 붉은 피로 떡을 칠하는 총격 장면에서도 웃기는 걸 찾는 쿨한 스타일과 당혹스러울 정도의 폭력성, 소시민의 소심함과 어리버리함에서 빚어지는 코미디는 계속 이어진다.

 

인물 하나하나가 그런 소시민적 소심함에서 본다면 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실, 김윤아가 맡은 심수봉은 여전히 김윤아스럽게 당당하고 쿨하다-난 쫌 노출도 하고;;; 망가지길 바랬으나;;;.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지철의 쌩쇼나 이래 붙었다 저래 붙었다하는 비서실장, 대충 성질나거 갈겨놓고 거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김제규까지-사실 그렇지 않는가? 충동적으로 질러놓고 정당화시키는 걸 우리는 너무 자주 보지 않는가? 심지어 박정희도 그렇다. 사실, 외로움을 타는 그런 한 인간 정도로 보인다. 사실, *나게 나쁜 놈인데 여기서는 실제보다 선한 인간처럼 나온다. 이거 가지고 시비거는 인간 역시 이해가 안되지만.

 

임상수의 재능은 이런 부조리한 상황의 코미디와 더불어 사건 현장의 공간감 표현에서 알 수 있다. 마치 핀처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 영화의 공간감 속에는 사건의 복잡 미묘함을 스타일리쉬하게 나타낸다. 사실, 10.26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복잡한 단면을 가진 사건이다. 이는 마치 같은 총기? 사건을 다루는 elephant처럼 다뤄지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다. 사실, 지금 우리사회에서 10.26에 대한 접근은 농담처럼 스처지나가는 '쿨'함보다 진중한 접근이 먼저 이뤄져야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도 마냥 비판적이고 싶지는 않다. 백윤식의 소시민적인 캐릭터야 여기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한석규 역시 자기가 잘하는 캐릭터를 맡아 본 괘도를 찾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또, 줄거리와 캐릭터에서보다 스타일 속에 작가의 주제의식을 투영시키려는 배치가 스며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차를 어디로 몰아야될지 모르고 기도 속에서 당겨야하는 자살의 총탄 마저도 당기지 못하는 한석규의 모습을 보며 방향성을 상실한 우리 역사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점은 그런 작가의 고민 속에 '민중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역사'라는 역사의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굳이 그걸 강요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역사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잘려나간 첫장면이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면 약간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이 역시 영화의 희극적 요소에 기여하는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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