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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 - 성치 행님의 워쇼스키 브라더스 바보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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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주성치에게 적합한 말일 듯 하다.

주성치는 어떤 면에서 프랭크 자파를 연상시킨다. 대충 보면 허탈하지만 그 안에는 섬세하고 쉽게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이 있다. 출발비디오여행의 화룡점정이었던 결정적 장면 중에서도 소림축구편은 더더욱 결정적 장면이었다.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나쁜 놈들한테 얻어터져 날라가면서도 머리를 가다듬는 내공. 주성치는 그런 숨은 그림찾기의 재미를 찾는다. 매트릭스보고 상징성을 찾느냐고 하는 짓거리와 다를께 뭐냐 말이다. 쿵푸 허슬에서도 엽기과장적 상황 등 말초적 웃길꺼리들 말고도 당장 캐치되기 쉽지 않은 숱한 패러디들이 숨겨져 있다.


  물론, 그런 디테일이 심오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따위의 심오한 척하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과연 곱씹을 무언가가 있는가? 장인의 재주가 있음에도 썩어빠질 두뇌와 감성 때문에 구역질 나는 주제의식을 지닌 영화와 상투적인 미장센으로 화장이 아닌 분장을 한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그런데, 주성치는 그런 심오하는 척하는 것을 철저히 조롱한다. 이건 마치 자파가 숨길 수 없는 천재의 감각을 곳곳에 드러내면서도 허탈할 정도로 진지함을 뭉게버렸던 것과 유사하지 않는가. 물론, 유사하기만 하지 본질적인 목적의식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충분한 유쾌함을 주면서 썩은 의식을 안먹인다는 점에서 높게 사고 싶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매트릭스를 비웃고 있다. 상당 부분이 매트릭스에서 네오와 스미스가 싸우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차이가 있다면 매트릭스가 후까시와 내용없는 내용있는 척을 만들기 위해 돈을 뿌려댔다면 주성치는 웃기기 위해서 그짓을 했다.  단지 웃길려고 하는 짓거리일 뿐이지만. 쿵푸허슬의 장면장면은 천재 주성치의 영감과 너무나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 아이디어가 무려 300억원의 제작비, 600개의 SFX, 2000만 위엔을 들인 4층의 돼지촌 빌딩, 고감도 액션을 통해 날개를 달았다. 영화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돈보다도 중요한 것이 상상력임을 증명한다. 똑같은 돈을 써도 짜증나는 블럭버스터 얼마나 많은가?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찾아가기 위한 집요한 노력 그리고 독창적으로 구축한 스타일, 이것은 홍콩 느와르가 끝났을 때에 주성치가 유이하게 살아남은 비결이다. 내가 늘 주장하는 바지만 예전부터 주성치는 스필버그보다 훨씬 낳았다. 쿵푸허슬은 그걸 보여준다.


p.s. 주성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순정'이라는 요소다. 슬랩스틱을 주무기로 한 코미디와 '순정'은 유치하다는 것 말고는 별로 공통점이 없을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찰리 채플린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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