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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담

[펌] [인터뷰]마이제너레이션과 노동석 - nkino and ci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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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ino | 자신의 첫 장편이 극장 개봉을 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노동석 | 물론 기쁘다. 사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상업 영화는 아니겠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영화 만들고 싶었다. 많은 관객들 와서 봐줬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트플러스 2호작이다. <송환>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는데, 솔직히 관객은 얼마나 들었으면 좋겠나?
<송환>은 좋은 작품이고 충분히 그 정도의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영화다. 솔직히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다. 대략 만 명 정도가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부터 만 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었고. 지금 한국에서 예술 영화 시장이 거의 무너진 상태이지만, 관객 층이 워낙 넓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흥행은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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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제너레이션>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영화제마다 화제작으로 떠오른 바 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예상했었나?
촬영에서 편집까지 영화 제작하는 내내 이 영화의 관객을 상정해 놓고 작업했다. 이 정도 되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만든 작품이다. 대부분 관객들은 <마이 제너레이션>을 ‘우울한 영화’로 보는데 부산에선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오히려 더 편하게 영화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반응해 주고 그런 것들 기억에 남는다.

 

<마이 제너레이션>이란 제목이 굉장히 특이하다.
6~7년 전, 어느 소설에 실린 ‘마이 제너레이션’이란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소설에 인용된 시였는데, 통신 문학 동호회에서 발췌한 것으로 정확히 시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의 내용이 주는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그 시를 생각하고 있다가 작년에 비로소 이 영화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노동석의 세대는 어떤 것일까? 또 소위 요즘 젋은 세대를 바라보는 감독만의 시각은?
영화는 내가 생각하는 세대 일부가 담겨 있다. 주위의 친구나 그 세대의 모습들을 과장이나 포장 없이 기록하자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큰 원칙이었고, 모든 것들이 거기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아마 TV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우리 세대들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은 대부분 왜곡되거나 과장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화적으로 선택된 것이고 주관이 많이 들어간 것이지만 80년대나, 90년대를 살아온 젊은이나 또 지금의 젊은이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그려지는 방식이나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들이 변했을 뿐이다. 예전 세대가 신문을 읽었다면 요즘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즐긴다는 정도의 차이라는 얘기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아직 사회 발을 들여놓치 않은 상태에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 같은 일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 것들 극복하는 해결책이나 방법들을 사실 내가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다만 그들이 처해있는 삶의 조건들은 어떤 것인가 보여줄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흑백 영상의 건조한 이미지는 오히려 감독의 의도에 부합되는 것 같다.
원래 개인적으로 흑백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웃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먼저 제작 여건이 아무래도 미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색을 만들어내긴 불가능 했다. 또 이번 영화가 워낙 현실에 가까운 영화다 보니 관객들이 너무 쉽게 영화에 동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영화와 관객과의 거리감을 두기 위해 흑백 영상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유독 주인공 병석의 카메라에 비친 세상만 칼라로 표현한 점은 독특했다.
병석이 계속해서 도피하고 싶은 현실의 장면들과 확실히 대비 시켜보고자 했다. 병석이 찍고자 하는 이미지들은 그래서 강렬하고 칼라의 이미지들이다.


카메라를 든 주인공, 결국 감독 자신의 자화상이 아닐까?
자기를 찍어 보여주고 주위를 찍고 보여주고 하는 이런 것들이 나만의 페르소나 같은 느낌도 있을 테지만, 영화 찍으면서 주인공 병석이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린 보통 영화 감독하면 극영화를 찍고 충무로에서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병석은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니란 이야기다. 카메라가 있어 찍는 걸 좋아하고 주위에 있는 것들 표현하고픈 인물이다. 지금 세대들은 워낙 디지털 매체를 가까이 접하다 보니,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을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들을 얼마든지 영상으로 표현이 가능하지 않나? 병석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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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이외에 본업은 무엇인가? 간단한 이력을 알려달라.
지금은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조교를 하고 있다. 물론 본업을 묻는다면 영화를 만드는 게 내 본업이다. 1997년 군대를 제대하고 이것 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 뭔가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한겨례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영화제작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됐다. 그 곳에서 단편 영화를 몇 편 찍으면서 영화의 흥미를 느껴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거다.

 

그렇다면 영화를 처음 해야겠다고 결심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
예전에는 남들처럼 일반적으로 비디오를 즐겨 보는 정도였지 영화에 대한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다. 내가 그전까지 해온 일들은 앞뒤를 생각하며 한 게 아니라, 별다른 생각 없이 해왔기 때문에 살면서 흥미를 느낀 적이 없었다.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그런 흥미가 생긴 것 같다.

 

독립영화가 대부분 그렇겠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제작비와 시간 문제가 아니겠는가?
난 굉장히 행운이 따랐다. 지원과 혜택을 많이 받은 편이다. 촬영기간은 28회 걸쳐 약 4개월이 소요됐다. 6명이 제작에 참여했는데, 다들 자기 일들이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주말을 이용해 촬영 할 수 밖에 없었다. 제작비의 경우, 처음에는 CGV에서 하는 디지털 장편 제작 지원에 당선돼 2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런데 인디포럼의 사전 제작 지원을 받아 장비들을 무료 대여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완성된 후 영진위의 디지털 장편 마케팅 지원을 받아 키네코 작업까지 지원받았다. 결국 사전 작업 비용에서부터 후반 작업 비용까지 전부 지원을 받아 완성한 셈이다. 개인적으론 지원 제도들이 계속 확장 발전을 거듭해, 나처럼 많은 분들 좋은 영화를 계속 완성해 줬으면 하는 소망이다.

 

영화를 보면 '카드깡'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온다.
마침 주위에 그런 일을 하는 분을 알고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관심을 갖고 보면 주위에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 하다. 촬영하는 중에도 옆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고 하니까 보이지 않은 것 뿐이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아주 불법적인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 영화에도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 아주 악덕으로 그려지진 않았다.

 

신세대 독립영화인의 입장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본다면?
사실 나 자신은 이 영화가 과연 독립영화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은 영화아카데미에서 한 것이고, 솔직히 난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충무로와 독립영화를 구분 짓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독립영화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한국의 독립영화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우리 나라 독립영화 시장은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사실이다. 나야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극장에 걸리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이런 저런 제작 지원 제도들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최종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영화제 이외에는 없다는 현실이 아쉽다. 사실 독립영화의 많은 문제들은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없다는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내 영화를 꼭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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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상업영화'에 대한 꿈도 있을 텐데. 어떤 감독들은 예술과 상업을 굳이 구분 지으려 하지 않더라.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뚜렷한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때 작품의 성격에 다라 충분히 상업적 자본이 투입될 만한 영화다 하면 얼마든지 충무로에서 찍을 수 있는 것이고, 반면에 정해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밖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다. 그때 그때 영화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얼 내 영화가 충무로 제작자들이 제작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충무로에서 작업할 수도 있을 테고, 그게 안 될 때는 저예산의 디지털 영화를 계속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업영화를 찍겠다 안 찍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 영화가 충무로에서 제작할 수 있는 작품인가 아닌가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도 곧 만나볼 수 있는 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내 본업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니까, 영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태업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몇 가지 준비 중인 작품들이 있는데, 시나리오 작업 중인 영화도 있고 어떤 식으로 제작을 하고 배급할 것인지 논의 중인 작품도 있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다음 영화는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모두 담아내지 못했던 또 다른 청춘들에 관한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글 : 홍동희 기자 | 사진 : 최성열 200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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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헤치고 다시 묶을 수 있다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 감독


“청춘이라는 말이 일단 너무 좋고요….” 노동석(33)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다. 지난 2002년 말, 자신의 영화아카데미 졸업 시즌에 버티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과 주변 친구들의 어려운 상황에 착안하여 청춘에 대한 한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그는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보고 마음에 든 시에서 <마이 제너레이션>이란 제목을 가져오고, “마티즈 한대에 다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한 규모와 인원”으로 움직이고, 아주 가끔이지만 “촬영기사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만 남아서 감독이 붐대를 들고 연출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주말마다 모여 찍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싹터” 좋은 기분으로 만들었다는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감독을 꿈꾸는 병석과 번번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이용당하는 여자친구 재경의 멈춰버린 듯한 젊은 날을 그려낸다. 끝내는 카메라를 팔 수밖에 없던 병석, 카드깡을 해서라도 급전이 필요했던 재경, 두 사람의 희미한 대화를 들려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쉽게 희망에 삶을 걸지 않고, 청춘에 빛을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배우의 기운과 그들의 삶의 리듬이 영화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흔치 않은 예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바로 경험의 채집이며,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 점에서 디지털의 기여도는 높은 편이다. “영화 오프닝의 컬러장면들은 직접 배우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찍고 싶은 걸 찍어 오라고 해서 두 시간 정도 촬영해온 장면을 내가 편집해서 쓴 것이다. 만약 필름이었다면 그런 장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순간을 기록하는 데에는 디지털이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노동석 감독은 말한다.


이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하게 된 계기는.
박기용 감독님의 <낙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모텔 선인장> 같은 큰 예산의 영화를 찍던 분이 적은 예산으로 무명의 배우들과 아주 극소수의 스탭을 데리고 찍었는데 정말 좋았다. 충무로에서 활동하던 분도 저런 영화를 찍어내는데, 나는 아직 젊으니까 얼마든지 새로운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 20대의 젊은이들을 다루었는가.
청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완전한 성인이 되지 않은, 아직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대, 통과의례의 문턱에 있는 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세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있긴 했지만 아주 강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큐적이라고 생각하고 찍은 건 아니다. 가령, 현실감과 조금 거리를 두기 위해서 흑백을 사용했다.

 

현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
스스로가 현장에서 제일 즐거워한다. 영화는 거의 현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후는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을 지켜내는 정도다.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콘티는 없었고, 남자배우는 시나리오를 아예 안 보고, 그주마다 와서 나한테 이야기 듣고 연기하는 정도였다. 그것 자체가 사람을 탐구하는 즐거움을 줬다. 물론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철저히 준비한다. 가급적 기승전결 구조로 써낸다. 하지만, 영화를 찍을 때는 그 느낌을 항상 유지하면서도 되도록 시나리오를 가급적 보지 않고 분해하여 새롭게 구성하려고 한다. 디지털이어서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것을 담기에는 좀더 편했다.

 

디지털로 촬영해서 얻은 이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디지털로 찍겠다고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던 거다. 필름으로 찍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을 거고, 또 다른 방식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필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카메라의 무게감을 안 느끼도록 편하게 찍을 수 있었고, 또 마음대로 헤치고 다시 묶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마지막 컷의 경우에는 찍고 나니 화면의 입자 한쪽이 깨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다시 찍는다는 건 쉽지가 않다. 고민하다가 편집실에 갖고 왔는데 화면을 재프레이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클로즈업이 된 건데 보고 나니까 더 좋아 보였다. 필름 작업이었다면 그런 건 불가능했을거다.

 

글 정한석mapping@cine21.com·사진 이혜정socapi@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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