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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앙겔로풀로스 특별전-유랑극단

유랑극단

일정표에 적힌 설마했던 230분이라는 숫자가 정말 러닝타임이었다. 저녁 못먹고 4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것은 자학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중간에 나오는 것에 대해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지만,,,

여성 주연급 배우가 포도주를 얻기 상반신을 노출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부터 필받아서 끝까지 ㅂ기 시작했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였다. 우리나라와 너무나 비슷한 역사적 상황과 분위기를 지녔다는 점, 발칸이라는 지역의 특색이라는 것은 영화의 무엇보다도 큰 특색이라는 점-누추하고 지저분하면서도 밉지 않은 건물들과 감정적이면서도 비트가 살아있는 음악, 영화를 보면서 언더그라운드가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공간의 배치를 통해 정서 및 주제의식을 드러낸다는 점.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는 그릇되게 순환되지만 유랑극단의 광대들은 때로는 정치적으로, 하지만 대체로 비겁하게 살아나가지만,,,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끝없이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생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 이게 광대의 운명일까? 이런 모습들이 상당히 연극적으로 표현된다. 극중 유랑극단의 연극처럼.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왕당파의 군대에 잡혔을 때 그들을 위해 바닷가에서 연극을 진행하다 같이 춤을 추는 장면, 왕당파와 좌파가 서로 (그리스식) 씨끌벅적한 노래로 기싸움하는 장면, 포도주를 얻기 위해 옷을 벗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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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부문 첫 회고전에 초대되어 상영되었고, 여덟번째 핸드프린팅의 주인공인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12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테오 앙겔로폴로스 영화제'가 10월16일부터 22일까지 광화문의 '씨네 큐브'에서 열리고 있다.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픈 토크중인 테오앙겔로폴로스.ⓒ부산국제영화제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은 <영원과 하루>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율리시즈의 시선>으로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시테라섬으로의 여행>으로 칸영화제 각본상 등 모두 칸영화제에서 세 차례나 수상한 영화계의 거장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영상시인으로 불리우고 있다.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안개 속의 풍경>으로 두 번이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고, 그리스의 현대사를 다룬 2004년도 신작 <울부짖는 초원>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다.

1996년, <안개 속의 풍경>으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영화사 백두대간은 '씨네 큐브'에서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12편 모두를 '테오 앙겔로폴로스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10월27일에 <비키퍼>를 개봉, 11월12일에는 <영원과 하루>를 개봉할 예정이다.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은 193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생하여 프랑스의 소르본느와 국립영화학교에서 영화 수업을 받은 후 1970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하였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초기 영화는 그리스 현대사의 독재와 저항으로 이어지는 아픈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점령과 압제의 지난한 역사 그리고 정치의 그릇된 순환사를 그리스 3부작인 <1936년의 나날들>, <유랑극단>, <사냥꾼들>과 <알렉산더 대왕>에서 예리한 작가적 통찰력으로 형상화시켰다.

그의 후기작은 ‘침묵의 3부작'으로 불리우는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역사의 침묵> <비키퍼-사랑의 침묵> <안개 속의 풍경-신의 침묵> 등인데, 초기의 역사의식과 시적인 서정성을 조화시킨 작품들이다.

90년대에는 <율리시즈의 시선>으로 1995년 깐느영화제 심사위원 그랑프리를, <영원과 하루>로 깐느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으며, 20세기 현대사 3부작의 하나인 <울부짖는 초원>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허오샤오센과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오른쪽)의 오픈토크.ⓒ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오픈 토크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상업영화는 여전히 번창하지만 작가영화는 후퇴하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며 "현재 유럽에서는 할리우드 영화가 독점하고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영화의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1960년대 프랑스에 있을 당시에는 여러 동구권 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고 투쟁을 계속하는 젊은 영화와 정치적인 영화들도 있었으며, 그 같은 영화들은 동시에 미학적인 제안도 해주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오늘날에는 무언가를 아첨하고 마음에 들려고 하는 그런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고 있다"면서 "영화라는 것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만약 사회의 거울이 되는 영화가 나올 수 없다면 그것은 아주 끔직한 일이 될 것"이라 하였다.

또한 영화가 다른 예술을 끌어안을 때 무엇을 포기해야 하며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모든 문화와 예술을 끌어들이는 자유로운 것이다. 그래서 포기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앞으로 획득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


다음은 테오 앙겔로폴로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작품 개요다.

 * <범죄의 재구성 Reconstruction (1970)>
-헤레스영화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부산국제영화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40년대의 할리우드 범죄영화 스타일로 만들어진 앙겔로풀로스의 첫 장편영화. 외국에서 일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코스타스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들은 범죄를 순순히 시인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치안판사의 손에 의해 모자이크처럼 짜 맞춰진다.

* 그리스 현대사 3부작

1. <1936년의 나날 Days of 36(1972)>
-깐느영화제 감독주간 선정,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

메탁사스 장군 독재 말기, 노조지도자 살해용의자로 체포된 소피아노스, 경찰의 끄나풀인 그는 직업을 잃지 않기 위해 감옥에 들어가서 연인인 보수당 국회의원의 방문을 받게 된다.
한편 감옥에 간 국회의원은 그곳에서 인질로 잡히고 당국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앙겔로풀로스는 감방 복도, 잠긴 문 등을 이상할 정도로 오래 비추면서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의 스타일로 독재를 표현했다.

2. <유랑극단 The Travelling Players(1975)>
-깐느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영국영화연구소 BIF 선정 올해 최고의 영화. 이탈리아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1970년대 최고의 영화, 일본 예술대상 수상.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유랑극단>ⓒ부산국제영화제

1939년에서 1952년 사이, 메타삭스 장군이 실각하고 파파고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의 격동기에 그리스 전역을 돌았던 유랑극단 배우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민담에서 기본구조를 빌렸고 그리스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들에 의존하여 연대기적인 설명을 피하면서 극적인 그리스 현대사를 종횡무진 담아낸다.

3. <사냥꾼들 The Hunters(1977)>
-깐느영화제 공식초청작, 시카고영화제 골든휴고상.

새해 전날, 한창 흥겹던 사냥 파티는 눈 속에서 내란 때 죽은 파르티잔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만 얼어붙고 만다. 시체는 별장으로 옮겨지고 사냥대의 일원인 대령은 내전 당시 어떤 입장에 섰는지를 놓고 사람들을 추궁한다. 과거를 현재로 끌어와 캐묻는 구조 속에서 내전 이후 그리스 엘리트 사회에 팽배해있던 집단적 죄의식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 <알렉산더 대왕 Alexander the Great(1980)>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황금사자상) 국제비평가상 수상.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알렉산더대왕>ⓒ부산국제영화제

강력한 카리스마로 권력을 얻은 이가 결국엔 어떻게 절대 권력을 손에 쥔 독재자로 바뀌어 가는지에 관한 탐구. 15세기부터 구전된 알렉산더 대왕의 전설을 번안한 이 영화는 구세주를 염원하는 그리스인의 집단의식을 반영하면서, 사회주의적인 희망으로 가득 찼던 세기 초의 그리스 사회에 이어 무리한 사회주의 독재와 그에 반발하는 무정부주의 세력간의 다툼으로 혼란을 겪는 그리스를 보여주면서 끝난다.

* <시테라섬으로의 여행 Voyage to Cythera(1984)>
-깐느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1980년대 초, 그리스와 인접한 동부국가들 간에 국제조약이 체결되면서 소련에 남겨진 망명객들에게 귀환의 길이 열린다. 3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연상시킨다. 고향 사람과 그리스 정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그는 소련으로 돌려보내지고.., 소련정부 역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자, 노인은 뗏목 위에서 부인과 합류하여 시테라섬으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 <비키퍼 The Beekeeper(1986)>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비키퍼>ⓒ부산국제영화제

‘역사적 서사에 천착해오던 앙겔로풀로스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르 몽드). 인생의 황혼에서 이름 모를 소녀와 격정적인 사랑에 사로잡히는 꿀벌치기 스피로의 여정을 담았다. 시정(詩情)이 넘치는 풍부한 은유와 상징을 통해 인생에 대한 거장의 무르익은 성찰을 엿볼 수 있으며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최고의 배우로 손꼽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명연기가 볼만하다.

* <학의 멈춰진 발걸음 The Suspended Step of the Stork(1990)>

<비키퍼>에 이어 마스트로얀니와 다시 작업한 작품. 한 저널리스트가 그리스 국경 근처의 한 고립된 마을에 온다. 이 곳의 별칭은 ‘대기실'. 마을사람 대부분이 국경을 넘어온 불법 난민들로 이들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앙겔로풀로스는 텅 빈 화면을 의도적으로 길게 담으면서 이것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한 여정이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 <율리시즈의 시선 Ulysses' Gaze(1995)>
-깐느영화제 심사위원 그랑프리

미국으로 망명한 그리스 영화감독 A가 신화가 된 영화를 찾기 위해 떠도는 이야기. A가 찾아 나선 것은 영화의 탄생 무렵에 카메라를 들고 발칸반도를 여행했던 마나키아 형제의 영화로 그에게 이 필름은 신화에 나오는 율리시즈의 이타카와도 같은 존재.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앙겔로풀로스는 유고 내전과 발칸의 미래를 조망한다. 하비 카이틀이 특유의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

* <영원과 하루 Eternity and a Day(1998)>
-깐느영화제 그랑프리(황금종려상)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부산국제영화제


그때는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 불멸의 시어를 찾아 평생을 헤매인 알렉산더. 죽음을 앞두고 흩어진 말을 찾아 마지막 여행을 떠난 그는 인생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발견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먼 길을 돌아 마주한 그것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날개 잃은 천사 다미엘로 강한 인상을 남긴 브루노 간츠가 앙겔로풀로스의 분신과도 같은 알렉산더를 연기했다.

* 20세기 현대사 3부작

1. <울부짖는 초원 Trilogy: The Weeping Meadow(2004>

“초원에 떨어진 이슬은 대지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다” 시적영상으로 그리는 눈물의 그리스사. 1919년 오뎃사에서 시작, 현대의 뉴욕에서 끝을 맺는 이 영화는 한 애정관계와 그로인한 결과를 3개의 스토리를 통해 보여준다. 1970년 이후 앙겔로풀로스의 영화에 처음으로 등장한 여주인공인 엘레니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 십대소녀에서 역사 속에서 비극을 떠안는 고독한 여인의 모습으로까지 등장한다.

국정넷포터 임순혜 soonhea@orgio.net

<임순혜님>은 KNCC 언론위원, 크리스챤아카데미 <미디어교육센터>운영위원장으로 일하며 각 매체에 미디어비평과 영화평을 쓰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 방송위원회 제2보도교양심의위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