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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고전

블루스-현대대중음악의 뿌리

  중국 신화를 보면 태초의 혼돈을 이렇게 설명한다. 돼지 몸통에 내발이 달려있고 내 날개가 달려있으며 얼굴이 없는.상당히 멍하고 단순하고 유치한 표현이다. 그런데, 어쩌면 영미권 중심의 현대 대중음악도 이런 단계를 지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상태가 어떻게 보면 바로 블루스다. 백인의 음악이 록이고 흑인의 음악이 R&B 또는 힙합이라고 봤을 때 블루스는 이들 장르의 모태가 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틀에 박힌 구닥다리 음악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록의 역사 상 또는 아티스트의 경력 상에 있어 변화가 요구될 때 자주 찾는 것이 바로 음악의 뿌리인 블루스였다.

 

2. 블루스를 왜 듣는가?

  사실, 블루스는 구리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한다. 최근 거의 깨는 뮤지션인 블루스 익스플로젼이나 그까지는 안가더라도 케니웨인쉐퍼드의 너무나 테크니컬한 블루스는 록이나 마찬가지니 논외로 하고. 록과의 경계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그리고 록과 소울의 태동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블루스는 확실히 구리다. 로버트 존슨 계속 듣고 있는 것은 왠만한 인내력 가지고는 쉽지 않다. 헨리 카우나 존 콜트레인 같이 아방하거나 난해해서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게 아니라 구려서 듣기 쉽지 않다.

  어쿠스틱에 너무나 단순한 스타일...그런데, 블루스를 듣는다. 왜 듣는가? 일단 계속 듣다보면 록이나 소울의 원형질 같은게 잡힌다. 우리가 비틀즈나 엘비스, 섹스 피스톨즈를 듣는 것 처럼 그런 원형질은 이후 차별화를 위해 이래저래 섞고 화장을 한 음악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준다.   그래도 듣기 짜증난다...음악을 공부하러 듣느냐하면...이런 대답을 해주고 싶다. 화장을 안한 순수한 음악이며 노동요이기 때문에 보다 순수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

 

3. 블루스의 특성

  블루스의 근원은 흑인의 노동요이다. 선창자가 한 소절 읊으면 후창자가 다음 소절을 잇는 방식인 방식은 블루스의 기본 틀이 되었으며 8마디 또는 12마디의 정형적인 구조를 지니게 된다.
  블루스의 악절은 기본 4악절에서 보컬라인이 2마디나 2마디 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필이 채운다. 블루스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블루노트는 메이저 스케일음계의 3음과 5음, 7음을 내려 마이너의 필링을 내는 것이다. 이 음들은 장3도의 E음도 아니고 단3도의 내림E음이 아닌 중간음 정도이며 여기에 1도와 4도음이 덫붙여져 5가지 음으로 구성된 블루노트 팬타토닉이 구성된다.
  이러한 음계상의 특징은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에서는 나타나기 힘들며 기타와 같은 현악기에서 구현하기 좋은 음계인 것이다. 이는 실지로 중요한 특성이다. 이제껏 피아노가 클래식의 4,5인조 편성에서 지닌 지위를 기타가 대신한다는 것이다. 블루스와 블루스의 사생아인 록에서 기타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머링, 벤딩, 풀링 등 블루스기타의 여러가지 표현양식들은 록기타 테크닉의 밑바탕이 되었다. 한편, 4분의 1만 올려주는 쿼터벤딩은 록기타의 과격한 벤딩과 달리 미묘한 필링을 살리는 블루스 만의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메이저 키임에도 마이너의 음이 자주 사용되며 나타나는 불협적인 결합의 독특한 뉘앙스는 블루스의 기본 필링을 만들어내며 흑인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분노와 불안, 슬픔과 희열, 섹스와 땀냄새를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 끈적거리는 관능미와 더불어 영가의 진지함이 숨을 쉬는 것이다. 메이저의 경쾌함과 마이너의 우울함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낳는 것이다. 그리고 클래식에서 이성에 의해 절제된 감정은 블루스에 있어서는 여과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20세기의 음악은 천박하지만 노골적인 감성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록음악을 접할 때 크게 간과하는 점이 있다. 그루브나 에너지 같은 것보다 근본적인 록의 특징 속에는 따뜻함이란 코드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록이 가슴속에 기타를 품고 감정을 토로하는 블루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4. 블루스의 기원
  블루스의 역사는 실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악보로 정리되며 그 형식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Memphis Blues>,<Dallas Blues> 등이 출반된 1912년 이후이다. 오랫동안의 블루스 곡들이 이후 20-30년대에 악보로 정리되었다. 이 때의 블루스는 여성 보컬리스트에 의해 주도된 Classic blues 또는 미시시피강 유역의 농촌 지역의 노동요의 발전된 양식인 델타 블루스가 주도해갔다. 클래식 블루스는 Bessie Smith, Ma Rainey, Willie Mae “Big Mama” Thorton이 대표적인 아티스트이다. 소규모 깜보 반주를 바탕으로 현실의 가혹함을 여성적 시각에서 노래했다. 

 

5. 델타블루스
  델타 블루스는 아프리카에 근원을 둔 보다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블루스이다. 노동요적 성격이 남아 선, 후창의 개념이 명확하고 신세한탄조의 넋두리가 자주 등장한다. Lead Belly, Big Bill Broonzy, Chalie Patton등이 선구적인 인물이다. Lead Belly는 노동요 스타일의 초기 블루스 주자이다. 그의 노래 Looky, Looky Yonder는 도끼의 타격이 보커라인의 길이에 맞추어 져있다. 그의 블루스는 포크적 성향이 짙은 델타블루스의 전형성을 지니고 있다. 후에 에릭클랩튼이나 롤링스톤즈의 느긋한 블루스 넘버들은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Big Bill Bronzy는 미시시피에 태어나 델타블루스를 익히고 시카고로 이주 시카고 블루스와 델타블루스의 크로스오버를 이룩한 인물이다. 그의 악곡은 보컬에 기악의 응답을 위한 시간을 가진 형식을 지녔다. Chalie Patton은 잭 나이프를 슬라이드바로 사용하였으며 그의 슬라이드 주법은 이후 블루스 거장에 영향을 끼쳤다.
  30년 전후해서 활동한 Robert Johnson은 델타블루스의 최고 거장이다. 27년 기타를 입수 독학하기 시작한 그는 Rambling on my mind, Crossroad blues, Sitting on top of the world등의 히트작을 낸 그는 한창의 나이에 아쉽게 질투가 심한 애인에게 독살당하고 말았다. 특히 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며 crossroad라는 걸작을 냈다는 전설이 있다. 선 하우스와 윌리 브라운에게 영향을 받은 그는 혁신적인 핑거 피킹 테크닉과 슬라이드 주법을 선 보였다. 또한 부기 베이스와 흑인의 감정이 묻어나는 가사는 블루스는 물론 향후 록앤롤의 탄생에까지 영향을 끼친 앞서가는 것이었다.
  멤피스에서 블루스를 연주한 존 리 후커는 생활 자체가 블루스였다. 낮에는 공장에서 돈을 벌고 밤에는 클럽에서 연주를 한 그는 60년대에 와서 Boom Boom, House of the blues, Hooker ‘N’ Heat등의 히트 앨범을 통해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얼마전에 타계했다-깁슨 기타를 통해 뽑아낸 그의 독특한 벤딩과 비브라토는 블루스의 귀감이 되고 잇다.
  Blues Boy King이란 이름으로 백인에게도 블루스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가 있다. B.B.King은 T-bone Walker의 기타에 충격을 받고 기타를 잡은 그는 기타를 중심으로 하는 어레인지, 필이 강한 연주와 창법으로 Sweet Sixteen,, Rock me Baby, The Thrill is gone 등의 히트작을 낳았다. 따뜻함을 전해주는 그의 독특한 비브라토와 벤딩과 미묘한 강약 조절, 그리고 자신의 심볼이 된 Lucille 깁슨 ES-355로 지금까지도 블루스를 전파해가고 있다.
  델타 블루스는 Lead Belly에서 B.B.King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천을 보여왔으나 기타 테크닉보다 보컬을 서포트하는 오블리가토적인 기타패턴을 고수하고 있는 특징은 여전하다.

6. 시카고 블루스
  시카고 블루스는 델타 블루스의 뮤지션들이 시카고로 이주해서 전기 기타를 중심으로 한 편성에 빠른 템포와 유연한 멜로디 진행을 보여 록앤롤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때부터 기타솔로와 리듬기타의 구분이 생겼으며 피아노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시카고 블루스에서 정립된 타이트한 밴드구성 역시 록앤롤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밴우리가 알고 있는 모던한 블루스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Howling Wolf는 크림이나 하드록 밴드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Spoonful은 많은 뮤지션들이 리바이벌한 고전이다. Howling Wolf는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나 48년에 멤피스로 이주 그 지역 뮤지션과 교류했으며 72년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녹음하기도 했다. Howling Wolf는 실로 미시시피와 멤피스, 시카고 등 블루스의 흐름을 관통한 증인인 셈이다.
  Moody Waters는 델타 어쿠스틱 블루스의 패턴을 시카고에서 일렉트릭 블루스로 바꾸었다. 선하우스에 기타를 배운 그는 심플하지만 힘이 깊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롤링스톤즈가 Moody Waters의 곡에서 따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Willie Dixon은 베이스 연주자보다 뛰어난 작곡가였다. 에릭클랩튼이 리메이크한 Hoochie Coochie Man이나, 레드제플린의 You shook me, I can’t quit you baby, 포가트의 I just want to make love to you등 숱한 곡들이 리메이크 되었다. 반면, 엘모어 제임스는 소니 보이 윌리엄슨과 같이 거주하며 거칠고 투박한 연주로 인기를 모았다.
  그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로 앨버트 킹과 지미로저스를 들 수 있다. 왼손잡이 기타리스트 앨버트 킹은 파워풀한 사운드와 톤, 와이드 벤딩 등으로 유명하다. Born under a bad sign은 여타 브리티쉬록 밴드들이 숱하게 리메이크한 곡이다. 지미로저스는 하울링 울프, 소니보이 윌리엄슨과 협연하며 Walking by myself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48년경 무디워터스에게 기타를 배운 Otis Rush는 느리지만 섬세한 비브라토를 보여주었다. 60년대 이후 숱한 인기 앨범을 냈다.
  밴드 구성의 형태로는 ACES를 빼놓을 수 없다. 리틀 월터, 버디가이, 록우드 등 시카고 블루스의 대표 뮤지션들과 같이 작업을 한 ACES는 타이트한 밴드로서의 시카고 블루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었다. 특히 재즈드럼 출신인 드럼 파트의 프레디 빌로우는 이전의 소극적인 드러밍에 비해 밴드의 중심이 되는 드러밍으로 드럼의 위상을 한단계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Buddy Guy는 록의 시대와 호흡을 같이하며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은 이들이다. 버디 가이는 무디 워터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슬라이드와 벤딩, 비브라토 등 기본적인 주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53년 생인 Robert Cray는 펜더
  스트라토 캐스터 전문 기타리스트이다. Smoking Gun등 그의 대표곡은 멜로딕한 측면이 강하다. 그의 솔로에서는 코러스나 플랜저 계열의 이펙터에서 아름답고 단아한 프레이즈를 진행시킨다. 여성 기타리스트 Bonnie Raitt는 포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감미롭고 독자적인 슬라이드 기타 세계를 보여주었다. 

 

7.  텍사스 블루스
  Blind Lemon Jefferson은 가스펠을 반영했으며 성량이 강한 어쿠스틱 기타로 일렉트릭 기타의 등장을 예고 했다. 또한 잭나이프를 슬라이드 바로 이용했다. Blind Lemon Jefferson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T-bone Walker는 텍사스 블루스의 특징을 결정한 최고의 뮤지션이다. 숱한 악기를 접한 그는 마지막으로 기타를 익혀 40년대 LA로 이주 I got a break baby, Mean old world, Call it stormy Monday등의 히트곡을 냈다. 특히 혁신적인 풀링 프레이즈의 반복, 및 벤딩 테크닉, 싱글노트 리드라인 등 독창적인 기타세계를 선보였다. 조니 윈터가 ‘블루스를 개척한 신화와 같은 존재’, 존 리 후커가 ‘일렉트릭 기타를 대중화시킨 최초의 인물’이라는 찬사를 보내는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의 업적은 단지 블루스에 국한되지 않으며 록에 있어서도 절대적이다. 특히 브리티쉬록의 양식미를 상당부분 결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저 유명한 Stairway to heaven의 기타솔로는 그의 풀링 테크닉에 영향 받은 것이다.
  Lightnin’ Hopkins는 T-bone Walker와 비길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에 모두 능한 그는 세련된 벤딩감각 및 이색적인 어프로치를 보여주었다. 3킹 중 하나인 Freddie King은 생의 중요한 부분을 시카고에서 보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리듬기타나 탁월한 엄지피킹 및 파워풀한 창법등 텍사스 블루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니 윈터, ZZ top, Stevie Ray Vaug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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