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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화성침공과 혹성탈출

우리가 대중 예술을 하는이에게 작가라고 부르는데 기준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우선 장인 정신이다. 기본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력을 갖추어야 된다. 사회에 대한 작가의 인식의 깊이이다. 그리고 이런 깊이가 본인이 지니고 있는 언어와 표현력으로 대중과 소통할 때 진정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두 영화는 재밌다. 화성침공에 나오는 유쾌한-때로는 불쾌한-상상력은 머리라는 것을 좀 쓰려는 노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혹성탈출도 마찬가지이다. 화성침공과 달리 스펙타클한 영상미가 있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도 꽤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팀버튼이 말하고자하는 바는 이런 스토리 구조와는 아주 딴 곳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단, 화성침공을 보자. 컨추리 뮤직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는 황당한 설정은 어짜피 팀버튼이 화성인은 무찌르자는 V식의 감동 스토리에 관심있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양한 계층들, 특히 현재 미국을 이끌고 있는 백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화성침공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데, 그것이 결코 정상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지극히 냉소적이다. 광의에 있어서 언론-그러니 이걸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본다면-에 대한 예기를 팀버튼은 하고 있다. 사실, 화성인들은 그냥 장난을 치고 있고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다른 쪽에 있는 미국의 지배층들은 이를 자기의 선입견과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시킨 언론플레이를 지속한다. 조금 더 넓게 말하자면 베이컨의 언어의 우상-이게 뭐였지?-시장의 우상에 가깝겠다.-역시 엠파스

그렇다면 혹성탈출은 무엇에 관한 영화인가. 혹성탈출의 원작은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을 아주 무서울 정도의 반전에 의해 보여주었다. 팀버튼이 이러한 해석에 만족했다면 난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시간에 다른 놀거리를 찾아 해매고 있을 것이다. 역시 자기식대로 완전히 틀어놓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 영화의 실제적인 주체가 쫗겨다니는 인류가 아니라, 쫓아다니는 유인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유인원들은 인류와 너무나 닮아있다. 각자의 계층과 계급, 그리고 갈등이 있으며 착한사람 아니 착한 유인원과 난폭한 유인원도 있다. 여기에 개입된 인류의 모습은 그들에게 이용의 대상이면서도 공포의 대상이다. 마치 우리가 자연물 또는 대자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런데, 유인원은 인류의 실험대상이었을 뿐인 멍청한 침팬지 한마리를 자기의 조상신으로 끔찍하게 믿고 있다. 팀버튼 여기서 종교에 대해서 예기하고 있다. 보다 넓게 예기하자면 베이컨이 말하는 동굴의 우상을 예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두개의 근작을 통해 작가로서 팀버튼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두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은 작가의 생각보다..그냥 재미 쪽에 가깝다. 그게 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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