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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잡담

엘튼존 내한공연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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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Melody Person이라는 작곡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가 쓴 아름다운 멜로디는 20세기의 축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Funeral for the friend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70년대를 상징하는 아트록적인 사운드와 그 특유의 귀에 짝짝 달라 붙는 멜로디를 결합하여 10여분 이상 청자에게 쾌감을 준다. 이 곡은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곡이라 단언한다.

그의 음악을 잘모른다면 멜로디 감각이 뛰어난 걍 얌전한 팝싱어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70년대 뮤지션이다. 음악의 예술성과 더불어 자극으로서의 록음악의 시대인 70년대 뮤지션이다. 최근 들어 지나치게 주류에 정착한 감이 있지만 그의 스테이지는 상상 이상으로 자극적이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안경태에 독특한 의상, 피아노를 가지고 하는 각종 쌩쇼 등...은 충분히 비주얼한 쾌감을 주며 이는 오히려 글램록적 전통에 접근해 있다.

이는 그가 성적소수자라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지만 언론은 그에게 상처만 줬다. 그의 성격은 솔직담백하며 감정표현은 다소 과도한 경향이 있다. 그런 풍부한 감정표현, 성적소수자가 느끼는 독특한 감성이 그의 천재성을 이루는 한 부분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성적소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은 솔직히 밝혔지만 그런 정체성을 음악을 통해 들어내기는 주저한다. 어디까지나 상업적으로 통할만큼만 솔직해지고 실험적인 것이다. 마누라까지 있으면서 글램과 중성의 캐릭터를 창출한 데이빗 보위의 대담함은 못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아의 상당히 큰 부분은 끝까지 감춘 채 성공적인 음악 생활을 지속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나에게 좋은 음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자기중심적인 음악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Elton John, Honky Chateau, Goodbye Yellow Brick Road, Captain Fantastic and the Brown Dirt Cowboy등 70년대 숱한 걸작을 만들어 낼 때 그의 음악은 틀림없이 솔직했고 담백한 맛이 있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음악을 했기 때문이다. 24년간 빌보드의 중심부에 꾸준히 머물면서 주류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일까? 그 후 음악은 그 때 음악이 주는 벌거벗은 감동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음악도 세련되고 훌륭한 곡이지만 왠지 화장을 너무 짙게 했다는 느낌이다. 그게 '주류'가 아티스트에게 주는 독약인 셈.

어쨌든, Your Song은 최고의 사랑노래다. 사랑을 고백하기에(또는 작업 들어가기에) 이보다 좋은 노래는 없을 것이다. 그것만해도 그의 존재는 고마울 따름이다. Elton John 자신은 이런 곡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제발 죽기 전에 이런 곡 하나만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

p.s 내한 공연 중 인터뷰를 보면 무대에서는 이상하게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허풍일 수도 있겠지만 공연 실황을 봐도 정말 그런 것 같다. 무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뮤지션이나 관객이나-에게는 마법과 같다.


I hope you don't mind
That I put down in words
How wonderful life is now you're in the world

예상 Setlist
1. 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
2. Someone Saved My Life Tonight
3. Bennie and The Jets,
4. Philadelphia Freedom
5. Ballad of Boy in the Red Shoes
6. Wasteland
7. Rocket Man
8. Daniel
9. That's Why They Call It the Blues
10. This Train Don't Stop There Anymore
11. Meal Ticket
12. I Want Love
13. Birds
14. Take Me To The Pilot
15. Mona Lisas and Mad Hatters
16. Holiday Inn
17. Tiny Dancer
18. Levon Original Sin
19. I'm Still Standing
20. The Bitch Is Back
21. Saturday's Alright For Fighting

ENCORE 1
22. Your Song (solo)
23. Crocodile Rock

ENCORE 2
24. Candle In The Wind (solo)
25. Your Song

이하 내한공연 전 엘튼존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팝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57)이 9월 17일 오후 8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생애 첫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1970년대 최고의 팝 스타였던 그는 근년 들어 ‘라이온 킹’과 ‘아이다’ 같은 영화음악·뮤지컬 음악으로 창작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그는 내년 3월 영국에서 막 올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음악작업도 하고 있다.

엘튼 존의 서정적이고 때로 파워 넘치는 피아노 연주는 기타가 장악하던 로큰롤 무대에서 피아노를 전면에 세운 전환점이었다.
그는 ‘유어 송(Your Song)’, ‘소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워드(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같은 발라드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이메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음반 ‘엠프티 스카이(Empty Sky)’가 나온 지 35년이 지났습니다. 첫 한국 공연을 갖는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내 음악적 성공은 행운이며 과분합니다. 지금도 매일 저녁 공연에 감사하고 축복으로 여깁니다. 왜 그동안 한국에 못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매니저가 게으른 탓일 겁니다. 이번에 한국 여행에 기대가 큽니다. 처음 가보는 나라이고 첫 공연이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팬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간 작업을 보면 음악에 대한 욕구가 끝없이 확장해 온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와 영감은 어디서 오나요?

“어렸을 적 클래식을 공부한 것이 음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음악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나는 예술과 음악과 그림을 사랑합니다. 내 음악은 거의 모든 곡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데 뮤지컬에서 발견한 매력은 무엇입니까?

“‘빌리 엘리어트’는 한 소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장애를 극복하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나는 록밴드 ‘후(The Who)’의 피트 타운센드가 그들의 뮤지컬 ‘토미’를 만들었을 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훌륭한 뮤지컬 한 편이 안무와 음악, 다양한 무대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지에 탄복했습니다."

―공연에서 화려한 의상과 유쾌한 연출로 이름났는데요, 그것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나는 무대 위의 연예인(Performer)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주고 싶어요. 나는 많은 무대 의상과 특수 장치를 갖고 있지요. 70년대 무대엔 요즘처럼 특수 효과나 다양한 컴퓨터 조명이 없었고 오직 가수와 피아노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팬들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팬들이 집에 돌아가 그 이야기를 하길 바라요. 서울 무대에도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다들 오셔서 직접 보세요."

―한국인들은 ‘소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워드’를 가장 많이 알고, 그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사실 비교적 덜 히트한 곡인데도 말이죠.

“이상하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는 내 노래 중 ‘타이니 댄서(Tiny Dancer)’가 유난히 인기 있고, 영국에선 ‘새크리파이스(Sacrifice)’가 가장 사랑받는 발라드입니다. ‘소리 심스…’는 영국과 유럽에서 잠깐 인기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떤 노래가 어떤 나라 사람들만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흔히 당신을 ‘70년대의 가장 위대한 팝스타’로 부릅니다. 그 표현이 합당합니까?

“70년대는 음악인들 모두에게 위대한 시대였습니다. 나의 귀중한 친구 존 레논이 있었고, 에릭 클랩튼, 마크 볼란(영국 로커), 프레디 머큐리(밴드 ‘퀸’의 보컬)가 있었죠. 그들과 같은 시기에 음악을 했다는 것은 영광입니다. 음악적으로 가락과 창작성도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70년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음악들도 없었을 겁니다."

―수많은 한국의 30~40대들이 그때 당신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습니까?

“우선 감사합니다. 그들의 사랑 없이는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겁니다."

―당신은 피아노를 대중음악 무대 전면에 내세워 성공한 사람으로도 불립니다. 피아노란 악기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나는 ‘멜로디 인간(Melody Person)’입니다. 그냥 앉으면 작곡을 할 수 있습니다. 허풍 떤다고 하겠지만, ‘소리 심스…’나 ‘유어송’ 같은 곡은 매일이라도 쓸 수 있습니다. 나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빠른 템포 곡을 쓰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당신의 음악은 때로 흥을 돋우거나 화를 가라앉히고 슬픔을 위로합니다. 그런 의도를 갖고 작곡을 합니까?

“그렇다면 정말 기쁜 일입니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이 그렇게 되길 바랄 것입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엔 무대에서 지치기도 쉬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상하게도 무대 위에서는 한번도 피곤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습관과 같은 것입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지금도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평생 음악을 하고픈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