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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Ozzy Osbourne(2002.6?)

헤비메탈의 명인이 보여준 재미난 공연 ★★★☆

오지 할아버지도 왔다. 오지 오스본의 이미지가 약간은 공포스러운 쪽이었지만 사실, 그날을 보며 오지가 추구했던 것도 주접개그쪽이 아니었는가 싶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개그 영상을 비롯해서 팔굽혀펴기 등 퍼포먼스는 거의 개그였다. 칭얼대는 보컬은 가끔 힘이 딸리는 듯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고 잭와일드의 기타는 헤비함보다도 말그대로 와일드했다. 잭 와일드의 기타는 잔재미를 주는데 있어서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있었지만 와일드함으로 모든 단점을 매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끝곡은 paranoid였다. 역시...파라노이드..소리지르며 시작하는 모습은 비디오에서 본 그대로였다. 맨앞자리 잡아서 물도 여러번 맞을 수 있었고.


<SET LIST>
1. I Don't Know
2. War Pigs
3. Believer
4. That I Never Had
5. Mr. Crowley
6. Gets Me Through
7. Suicide Solution - Zakk's Guitar Solo
8. No More Tears
9. Iron Man
10. I Don't Want To Change The World
11. Road To Nowhere
12. Crazy Train
<ENCORE>
13. Mama, I'm Coming Home
14. Bark At The Moon
15. Paranoid

---------이하는 izm.co.kr에서 퍼옴
일시 : 2002년 2월 22일 (금) 오후 8:00
장소 : 잠실 실내체육관

*서울로 날아든 헤비메탈 거장의 녹슬지 않은 풍채

1. 공연 시작 1시간 전

설레었다. 가슴은 어린아이처럼 두근거렸다. 중학교 때부터의 우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한 손에 표를 꼭 쥐고 있는 그 상황에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미처 넥타이도 풀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왔을 수많은 회사원들의 심정도 그리했으리라.

공연 시작 1시간 전이었으나 이미 체육관 밖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청소년들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고, 관객들의 연령층은 대개 20, 30대로 짐작되었다. 가끔 머리 벗겨진 40대 전후의 노장 팬들도 관찰되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나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kins)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역시 오지 오스본은 헤비메탈 세례를 듬뿍 받고 자란 세대들의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간혹 발견된 머리 짧은 고등학생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었다.

모두들 초조히 입장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어둠이 짙어지던 7시 10분,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2. 1시간 40분의 환상적인 퍼포먼스

약간은 어색하던 공기는 스탠딩 석으로부터 달구어졌다. “오지! 오지!”라는 구호는 어느덧 체육관 전체를 휘감았고, 서서히 들뜨기 시작한 분위기는 예정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고양되었다.

8시가 되자, 대형 스크린에서는 오지 오스본이 등장하는 <아담스 패밀리>, <포레스트 검프>, 빅 3 테너 공연, 마돈나 'Vogue' 클립의 패러디 버전이 계속해서 비쳐져 관중들을 포복절도로 몰아넣었다. 정말 예측하지 못한 깜짝 오프닝이었다.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대 중앙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며 'I don't know'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곳곳에서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받으며 등장한 54세의 노장은 우려만큼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내 밝은 표정으로 일관한 록 계의 베테랑 보컬리스트는 시종일관 스테이지 위에서 점프하고, 헤드뱅잉하며, 열창해 많은 이들의 갈채를 자아냈다. 그가 펼친 1시간 40분간의 공연은 말 그대로 아드레날린을 끝까지 솟구치게 만드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세대와 남녀간의 구별을 뛰어넘어 한 곳에 모인 이들은 오지의 신호 하나 하나에 열광했으며, 익숙한 멜로디에 맞추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축제에 깊게 몰입했다.

무대는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비등하는 관객들의 함성에 압도된 오지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무된 그는 미리 준비해 둔 물 양동이를 곳곳에 퍼부어대며 열띤 무드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그의 대표곡인 'Mr. Crowley'가 연주될 때, 객석의 거의 모든 관객들이 라이터를 켜드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그것은 그를 위해 준비된,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들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모든 이들이 합동으로 치른 공동 의식이었다.

그는 정말 노련한 로커였다. 장난기 섞인 얼굴로 'I can't hear you!'를 외치며 청중들의 반응을 유도해내는 능력과, 퇴장하는 척하면서 관중들로 하여금 'One more song!, one more song!'을 부르짖게 하는 세련된 매너는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가 아닌 그가 왜 헤비메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룹은 메가데스(Megadeth)등 여러 그룹들에 의해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Paranoid'를 마지막으로 선사하며 작별을 고했다. 모처럼 충만함으로 흐뭇해질 수 있었던 콘서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충실했던 아티스트와, 마음껏 즐기면서도 질서를 잃지 않은 관객들이 함께 이루어낸 멋진 무대였다. 잠시나마 사춘기로 되돌아갔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직장인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3. 남은 이야기들

이번 공연은 여러 모로 성의껏, 그리고 한국 팬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된 것이었다. 우선 레퍼토리 면에서 그러한데, 먼저 공연을 펼친 일본에선 연주되지 않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War pigs'와 'Iron man', 솔로 2집의 'Believer'가 포함되었다는 점은 그에 대한 국내 마니아들의 엄청난 지지를 감안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일부 팬이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두 곡 'Goodbye to romance', 'Shot in the dark'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거의 전 앨범에서 고루 선곡된 세트 리스트의 충실함 역시 관객들을 흡족하게 했다. 또한 오지는 3곡이나 앙코르를 소화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열혈 록 마니아들에게 멤버들과 함께 한국식으로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추는 흐뭇한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들도 노출되었다. 계속해서 무대 위로 물병을 던져대는 일부 관객들과 주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는 외국인들의 성숙치 못한 모습은 추태에 가까웠다. 정말 갑작스레 튀어나온 잭 와일드(Zakk Wylde)의 미국 국가 연주는 좋은 무드에 찬물을 끼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것이 그의 단골 메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좀 자중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그것의 일차적 책임은 조율 역할을 맡은 기획사 측에 있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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