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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16)트램라인즈 페스티벌: 리버틴스 - 20170721, 셰필드

셰필드는 '영국 북부'의 '깔끔한' 도시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는 해도 전반적인 인상은 '깔끔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랬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등 문화적으로 노이즈가 많이 난 도시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시 자체에서 각종 페스티벌로 문화도시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트램라인즈(Tram Lines) 페스티벌은 셰필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도시형 페스티벌이었다. 큰 잔디공원인 폰데로사가 메인스테이지였고 스테이지별로 거리가 꽤 있었다.

이것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도 있겠지만 1차적인 타겟 관중은 셰필드 주민 들을 위한 축제로 보였다. 3일간의 축제이기는 했지만 금요일은 저녁 시간 위주로 운영되었다. 여기는 스페인이 아니여서. 나 역시도 여기를 찾은 이유는 Libertines를 보기 위해서였다. 1시간 남짓한 짧은 공연 시간이 아쉽지만 뭐 얘네들 그래봤자 앨범 3장 낸 밴드이고.

메인스테이지에서 페스티벌의 첫 밴드는 로컬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버티 쉽이었다.

이어지는 트윈 아틀랜틱 역시 쉐필드에서 가까운 스코틀랜드 밴드였는데, 얼터너티브 밴드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사운드는 미국 하드록 밴드였다. 밴드도 잘놀았고 관객도 잘놀았다. 이때까지는 유쾌하게 잘 놀았다. 이 때까지는. 리버틴스가 출연하면 정말 재밌으리라 생각했다. 이때까지는.

공연장이 오픈된 5시반 쯤에는 널널했고 널널하게 맨 앞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널널하리라 생각했는데 리버틴스가 예상외로 정시에 출연한 8시 45분에는 상당한 밀도로 좁혀들어왔다.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는데 자리를 잡기 우해서 각자가 힘을 주고 있었고 특히 여자친구를 데려온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팔에 힘주고..

리버틴스가 공연 시작전 인트로 음악으로 사용하는 존레논의 'power to the people'이 들릴 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변의 아이들이 미친듯이 난동을. 때창과 슬램, 서핑을 무서울 정도로 끝없이 했다. 깔끔하고 멋쟁이들의 영국 북부 도시 셰필드는 '영국 북부' 도시였다. '영국 북부'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순간. 문제는 관객들의 소리와 달리 정작 리버틴스의 사운드는 드럼 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두번째 곡이 진행되는 중간에는 갑자기 피트 도허티가 연주를 끊고 들어갈 것처럼-이 색히 전에도 그랬다. 보니까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은 과하게 취한 상태로 연주 중이었고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 집중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트 도허티의 또라이 짓은 끝이 없었다. 불던 하모니카를 관객석으로 던지는건 그러려니 하겠는데(그래도 금속인데..) 기타를 매번 던질 듯 말듯 하고 심지어 칼바랏과 같이 노래를 부를 때는 자기 자리에 위치한 마이크봉을 수시로 던졌고 한번은 안전요원 근처로 날아가 큰 부상이 발생할 뻔. 이 색히 개색히 짓에 칼바랏도 따라했고.

정작 불쌍한 것은 어떻게든 곡을 끌어가려는 드러머 게리 파웰과 베이스 존 하샐이었다. 존 하셀은 무대에서 움직임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고 사실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이 무시하는게 눈에 보였다. 존 하셀의 마이크로 피트 도허티와 칼 바랏이 모여서 노래를 부를 때 존 하샐이 코러스를 넣으려고 하다 밀어버리는 것. 역시 개색히들이었다. 반면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눈게 게리 파웰. 게리 파웰은 실력도 실력이고 존중받고 있었다. 어쩌면 리버틴스에서 막장인 두 개자식을 끌어가는 실질적인 리더는 게리 파웰일지도.

피트 도허티가 앰프 무너뜨리고 소리가 어떻게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연은 진행되었는데 정말 개차반같은 공연이었지만 6,70년대 밴드들이 사실 이랬다. 특히 키스리차드가 한참 약할 때 롤링스톤즈. 도저히 연주라고 못할 사상 최악의 밴드로 공연을 하다가 집중하게 되면 충동적인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지상 최고의 밴드가 된다. 그런데, 리버틴스는 전체 밴드로서의 팀웍을 보면서 이것들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이 밴드 자체가 워낙 망할 이유들이 너무나 많은 밴드였다. 그럼에도.

공연의 앵콜이자 그들 최고의 곡 'Don't Look Back into the Sun'이 연주되고 피트 도허티는 그냥 들어가버렸다. 칼 바랏이 야 피트 마지막곡 해야지 이러니 또 어슬렁. 모든 공연이 끝나니 또 좋단다. 개판이었지만 지네들과 광적인 팬들은 만족한 공연인듯. 이들에게 또 하나의 망할 이유는 과도한 팬덤. 그런데, 그게 또 존재의 이유이기도.

술먹고 개판친 것도 이유지만 이날 공연에 특별한 에너지를 못느낀 건 최근 앨범에서처럼 음악의 지향점이 바뀐 부분도 있다. 리버틴스의 작곡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멜랑꼴리와 맹렬하게 돌진하는 청춘의 두가지 면모를 곡 속에 같이 담고 있는 점. 그런데, 이 날 공연에도 멜랑꼴리는 있었지만 맹렬하게 돌진하는 곡의 속도감과 에너지는 없었다. 늙어서일 것이다. 이 색히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개판인 공연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온지 20년이 다되가는 지금, 20세기 록의 충동성을 간직한 밴드를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한 공연이었다. 이 밴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내일 트럭 페스티벌 이후로 일단 보류.

한편 트램라인즈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Seven Nation's Army'에 맞춰 부르는 '오 제러미 코빈'이 끝없이 나왔다. 리버틴스 때는 게리의 드럼과 베이스에 맞춰 한동안 부르기도. 올해 영국 록페의 주인공은 제러미 코빈이었다.

setlist

Intro-Power To the People
The Delaney
Fame and Fortune
Heart of the Matter
Boys in the Band
The Milkman's Horse
You're My Waterloo
Gunga Din
Can't Stand Me Now
What Katie Did
Death on the Stairs
Time for Heroes
Vertigo
The Good Old Days

Encore:
Don't Look Back Into the Sun
Music When the Lights Go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