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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킬러스-20131005, 올림픽홀








킬러스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밴드 중, 좋은 팝송을 만드는 그리고 좋은 팝송이 가득찬 앨범을 매번 발표하는 밴드였다. 포스트펑크의 경향으로 해석하지마 킬러스의 음악은 듀란듀란이나 펫샵보이즈에 가깝다고 조이디비전보다 오히려 마이클잭슨에 더 가깝다. 킬러스가 그렇다고 매번 비슷한 앨범을 내냐면 미국과 영국적 지향성을 왔다갔다하면서 상당한 변화를 준 밴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항상 일정한 수준과 히트곡을 만들어왔다. 그러면서도 록밴드로서의 존심이란 것도 엿보이기도 하는 드문 밴드다.

사실, 음악적 경향을 바꾸는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 공연 때도 느꼈는데 밴드로서 그리고 라이브 밴드로서 성장을 했냐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2집을 내고 본 벨기에에서나 끝내주는 앨범이었던 3집 Human을 낸 직후였던 스페인에서의 공연과 비교해서 특별히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없다. 밴드 사운드의 특성이 그런 것도 있지만 단단하기보다는 살짝 허술하다. 뭐 공연장의 좋지 못한 사운드와 첫 부분에서 환하게 진행한 후폭풍도 적지 않아 있지만. 그런 측면에서 킬러스는 마룬5와 비슷하기도 하다. 마룬5가 프린스 비스무리한 라이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매 앨범 끼고 살만한 좋은 곡을 발표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부분.

오늘 공연을 본 대부분의 이들은 영국밴드인줄 알았는데 미국밴드였네라는 얘기를 했지만 사실 2집, 3집 밴드에서의 라이브는 본조비적인 오글거림을 지닌 영국밴드였다. 3집 때 Human의 인기를 업은 킬러스의 베니카심에서의 공연은 지구상 최고 인기 밴드라 해도 될만큼 폭발적이었고 2집 때는 프레디머큐리의 액션과 수트를 차려입은 댄디함은 전형적인 소호의 게이 꽃미남이었다. 공연 당시 난 브랜든 플라워스가 세계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라 믿었다. 킬러스는 미국 출신의 영국 밴드 맞다. 발표하는 앨범 마다 1위를 차지한 영국과 달리 미국은 앨범 차크 1위에 오른적 없고 2008년 나온 가장 매력적인 곡이었던 Human 역시 미국에서는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4집 Battle Born은 어쩌면 미국에서 외면받은 미국 밴드가 미국 밴드임을, 네바다 라스베가스 밴드임을 주장하는 사운드. 본조비가 동부의 촌동네 뉴저지 사운드로 미국식 오글거림을 설파했다면 킬러스는 영국적인 사운드라도 어쩔 수 없는 미국 밴드인 자신의 오글거림을 네바다 사운드로 전파하려했다. Sam's Town에서는 I See London이라고 했지만 사실 샘스타운은 라스베가스의 유치찬란하고 카페트먼지만 많은 도박호텔일 뿐이고-심지어 베가스 내에서도 고급과는 거리가 멀다. 뉴요커가 아니라면 미국놈들은 아무리 애써봤자 촌놈. 오늘 킬러스는 이전 공연의 댄디함과 달리 별무니 반팔 남방을 입은 미국 카우보이였다. 마치 러시아 포스터에 영향을 받은 미국 통조림 광고 포스터에나 나올만한. 밴드의 현재 음악을 알기 위해서는 라이브를 듣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오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매 앨범마다 지향점을 바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러스만의 개성이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확 꼽히지만 사이사이 오글거림이 삽입된 곡은 무슨 연고전 응원단장 풍의 무대 매너와 더불어 오글거림을 극대화시키지만 그 자체가 이 밴드의 매력이다. 킬러스가 마이클 잭슨의 재능은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본조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본조비는 참 멋진 밴드다. 당시에는 오글거린다고 욕을 했어도.

 

Setlist

Mr. Brightside 

Spaceman 

The Way It Was 

Smile Like You Mean It 

Bling (Confession of a King) 

(with "Human" piano intro)

Shadowplay 

(Joy Division cover)

Human 

Somebody Told Me 

For Reasons Unknown 

From Here On Out 

A Dustland Fairytale 

Read My Mind 

Runaways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Encore:

Change Your Mind 

Jenny Was a Friend of Mine 

When You Were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