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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크립스-20160913, 언더스테이지


영국 인디록, 인디록 아니 그냥 록 하면 연상되는 것들. 깡마른 체구, 귀를 덮는 머리, 긴다리에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 양말이 드러나는데 신은 스니커즈 운동화. 거기서 징징거리는 기타사운드 그리고 그 사운드의 리프 자체에 충실한 음악와 큰 키에서 고개를 꺾어 마이크에 대고 술취한 듯 소리치는 보컬.

크립스(The Cribs)는 딱 이 공식의 전형이라할만한 밴드. 음악적으로 마지막으로 좋았던 시절인 2000년대 초반, 뉴욕의 스트록스와 영국의 리버틴스에서 나왔던 그 사운드를 가장 충실하게 부지런하게 유지하는 밴드. 사실 스미스의 조니마가 중간에 가입하면서 조니마의 밴드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조니마의 가입 이전에도 조니마의 탈퇴 이후에도 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밴드였다. 언더스테이지는 창고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일단 소리는 크고 정돈은 되어 있지 않지만 크립스는 오히려 그 창고라는 공간에 걸맞는 밴드였다. 앳더드라이브인처럼 사운드와는 굳이 관계없이 좋았다.

조니마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굳이 갈 생각이 없었고 다수도 그랬기에 관객수는 이름값에 전혀 걸맞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록이 줄 수 있는 창고의 소음으로 아드레날린을 만땅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