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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제6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17일 - Yaron Herman Trio, Chris Potter's Underground, Avishai Cohen 'Aurora', Chich & the Gypsies
자라섬 입구로 들어왔을 때, 출장 간 한번을 제외하고는 매년 왔기에 익숙한 곳이지만 매년 정성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자라섬 안에서 작은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특히 흡연자 스테이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입구의 확실히 아마추어적인 연주와 뚜렷이 차별화되는. 메인 스테이지의 첫 팀 연주자인 야론 허만 트리오의 유려한 피아노 사운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실, 후진 연주 후진 음악도 필요하다. 정말 좋은 연주의 감동을 두배로 느끼게 할 수도 있음과 더불어 작은 무대의 소박한 공감이 주는 즐거움도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진심만 있다면. 그런데, 자라섬 메인스테이지는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그리고 그 첫 무대는 시작임에 불과함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어지는 크리스 포터. 현재의 재즈의 최전선을 달린다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션.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면서도 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막 오른 자의 패기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즉각적인 감동은 아니지만 막판에는 얼어죽을 것 같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만한. 반면, 그 다음에 등장한 아비샤이 코헨 '오로라'는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이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대중친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될만 했다. 어쩌면 그걸 가장 성공적으로 시작한 이 중 하나가 그를 이끈 칙 코리아가 아닐지.

마지막을 장식할 치코 & 더 집시스. 예측 가능한 열기. 10년전 봤던 파코 데루치아가 여러명으로 복제된 것 처럼. 에너제틱하고 즉각적인 감동을 주는 플라멩고 기타. 나는 록앤롤이 스페인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고 싶다. 백인이 흑인 음악을 하는데에서 시작된 크로스오버의 방식, 사람의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작은 오케스트라 기타의 에너지. 차이가 있다면 굳이 전기와 왜곡의 힘이 없어도 충분히 강력한 기타사운드를 에스파뇰은 낼 수 있다는 점이고, 노예의 억눌림과 악마에 영혼을 팔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반도의 감정에 있지 않을지. 막강한 광고의 효과. 얼쑤와 아싸처럼 감정의 한 에지 마다 뱉어주는 올레는 한국 관객들도 쉽게 적응 가능한 것이었다. 리허설과 구분이 안되었던 공연의 시작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그냥 몸을 맡기면 되었다.

18일
전혜림 & Friends, Henderson Berlin Chambers, Richard Galliano Tangaria Quartet, Dee Dee Bridgewater & Seoul Jazz Big Band
전혜림의 공연이 끝나고 헨더슨, 베를린, 챔버스 쿼텟. 화끈한 연주자들의 만남이기에 화끈한 솔로의 배틀을 기대했지만, 공연은 오히려 재즈적이었다.  스캇 핸더슨은 제프벡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충 정신없이 수습안한 헤어스타일도 그렇지만 신경질적이면서도 뒤뚱뒤뚱 그루브를 만드는 연주스타일도 비슷해보였다. 블루지한 본색을 드러낸 공연의 후반부는 바르셀로나에서 제프벡의 공연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재진옵와의 인사처럼 스캇 헨더슨은 삘받아 공연을 쉽게 끝내지 않았다-토탈 30분 오바.

리차드 갈리아노. 이미 엘지 아트센터에서 명성을 확인했기에 기대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 기대는 정해진 범위 안의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야외의 자유로운 공기에서 펼쳐지는 리차드 갈리아노의 연주는 완전히 새로운 신천지였다. 감정을 담아내는 판도라의 상자의 마법사처럼 신기에 가까우면서 유럽의 세련됨을 더했고 야외 공연의 활기와 유머를 더했다. 뭐, 두 말할 필요없이, 모두가 최고의 감동을 느낄 자라섬 최고의 공연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디디 브릿지워터. 거칠고 파워풀한 스탠다드의 해석과 활기찬 무대매너는 최고의 여성 보컬의 그것이었지만. 빅밴드는 그다지였다. 보컬의 힘에 전체적으로 밀렸고 특히 받아치고 나오는 솔로는 너무 부실했다. 덩달아 뛰어올라야할 연어가 뛰어오르진 않고 아랫배를 들어내는 모양새. 춥고 출근이 걱정되어서 절반 쯤 퇴근. 그래도 공연장을 떠날 쯤은 불꽃놀이는 볼 수 있었다.

무지 춥긴했지만 비오는 것보다는 낳았고 여러모로 완성된 페스티벌의 모양새. 사운드는 더할 나위없이 좋았고-조명은 좀 아쉽다. 언제 정육점 조명 대신에 뮤지션 때깔 나는 그런 조명안될까-모든 환경은 쾌적했다.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뮤지션과 최고 수준의 관객-공연장 뒤로 갈수록 술먹고 떠드는 소움이 너무 큰게 아쉽긴 아쉬웠지만, 페스티벌에 공연장처럼 조용하기만 바랄 수는 없는 법. . 그래도 음악보다는 좀 작게 귀에 대고 떠들면 안될까-최고의 환경.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