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기타등등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2008, 2일차


공격적이고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뭔가가 필요했다. 이번 자라섬의 라인업에서 일요일이 거장의 반열에 오른 몇몇 뮤지션을 위주로 네임밸류에서 앞선다면 토요일 라인업은 네임밸류는 떨어질지 몰라도 실력에 있어서는 전혀 뒤쳐지지 않는 알짜배기였다. 더욱이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한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신선함이 있었기에 더 좋았다.

Jean-Michel Pilc Trio
0123

멀리서 들려오는 피아노 사운드. 공연장 안에서 그의 연주를 15분 정도 밖에 못들었지만 충분히 흥미로왔다. 피아노 트리오라는 최근 가장 인기있는 편성 그리고 유럽의 피아노 트리오라면 역시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다. 장-미쉘 필크 역시 유러피안 재즈의 학구적이고 정돈된 외양을 띄고 있었으나 현대음악적인 요소와 더불어 매끈함을 벗어나는 그런 도발성이 있었고 사운드는 박진감이 있었다.

Jojo Mayer & Nerve
0123456789101112131415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호전적인 자극이 필요로 할 때 강력한 화력으로 온몸을 훔뻑 두들겨 패는듯했다. 드럼, 베이스, 프로그램 외에 전체적인 사운드를 조절하는 한명의 멤버가 콘솔 쪽에서 맹활약했다. 조조 메이어의 드럼은 기계 이상으로 정확했지만 인간이 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호흡의 느낌이 있었다. 리듬은 결국 반복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것 같았지만 그 집요한 반복 속에서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뭔가를 조조 메이어는 완전하게 보여주었다. 왼손과 오른손의 스틱을 쥐는 법이 달랐는데, 이는 공연내내 급박한 리듬감을 조성하는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조조 메이어의 드럼만큼 베이스라는 악기로 암울한 무드와 공간감을 조성하는 존 데이비스의 베이스도 인상적이었다. Takuya Nakamura의 전자음이 더해지고 전체적인 사운드를 Roli Mosimann이 정교하게 통제하며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터치는 인간적이데 각 악기의 사운드는 수시로 이펙터를 활용해 새로운 느낌을 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압도적인 전자 사운드의 향연에서 춤추기보다 신음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지만 곡이 끝날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에 정신없었다.


Nenna Freelon
012345

보컬은 자신감이 80%. 모든 감정에 치기가 아닌 자신감으로 표현할 때가 보컬로서 득음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바디라인만큼이나 손동작은 확신이 넘쳤고 그건 결국 보컬에 있어서 자신감이었다.

The Caribbean Jazz Project
0123456789

사실 밴드이름만 들었을 땐 또 자라섬에선 축제의 절정을 관객들 춤바람으로 장식하기로 작정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스파이러 자이러 출신이고 그래미 수상자이기에 기본적인 qualitys는 하겠지만. 하지만 뚜겅을 열자 예상은 처절히 빗나갔다. 라틴의 육체적인 리듬에 카리브해의 정서를 담아내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이 프로젝트에서 리듬이 가지는 위치는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았다. 카리브해의 정서 속에는 리듬의 활기만큼이나 선율의 화사함도 있다. 퍼커션 주자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 방식은 기본적으로 드럼과 같이 가며 드럼 톤을 두껍게 하는데에 있었다. 정작 공연을 리드하는 것은 비브라폰과 피아노라는 두 멜로디 악기였으며 특히 비브라폰 연주자 Dave Samuels는 밴드의 최정점에 있었다. 어쩌면 칙코리아와 게리버튼이 만나서 리듬 파트를 추가해서 라틴이라는 그들의 주요한 토대 중 하나인 라틴음악을 할때의 결과물 같다고 할까? 비트도 선율도 더 선명하게 그리고 관객들을 더 쉽게 자극할 방법은 있었지만 그들은 비트와 선율을 수시로 해체하는 학구적이고 진지한 작업을 원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호응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그러함에도 쉽게 얻어지는 즐거움이 아닌만큼 즐거움의 깊이는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