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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이병우, 김광민, 윤상-20110805, 세종문화회관

원래는  세명이 50분 정도로 각자의 공연을 하는 것으로 예상을 했다. 윤상 박스셋 출시 기념으로 윤상 노래가 듣고 싶었고 이전에 본 이병우의 공연도 충분히 좋았고 또한 김광민 역시 선율이 감기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재밌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세명의 연주자가 팀을 구성한 공연이었다. 각자의 솔로 커리어를 생각했고 국내에서 비슷한 시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부분. 생각해보면 그렇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야 말할 필요도 없고 윤상도 싱어송라이터 이전에 베이스 주자로 데뷔했고 싱어송라이터 데뷔 이전에 이미 연주자로 인정을 받았다. 김광민은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또는 그것보다도 수요예술무대의 썰렁개그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유학을 떠나기 이전 이미 한국 최초의 프로그레시브록 밴드로 알려진 동서남북에서 기념비적인 앨범을 아주 어릴 때 낸 바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 정도 연주자라면 한국에서라면 메시싸비인혜에 걸맞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윤상은 멘트/노래 다 헤메긴 했지만 역시 윤상 노래는 잘 부르는 사람 대신 못부르는 윤상이 봐야 제맛. 공연 진행은 무대 연출이나 공연 진행에 있어서 다소 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윤상이 들어가면 완벽주의적인 음반과 달리 공연은 약간 허술한게 제맛이기도 하다. 공연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한곡 한곡 얘기를 나누며 더운 밤 평상 위에서 노가리까는 맛이었다. 세명 중 그나마 멘트가 되는(아니면 된다고 착각한) 윤상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고 '배반', '재회', '한걸음 더' 세 곡만 연주된 윤상의 레파토리 대신 김광민과 이병우의 레파토리가 많이 연주되었고 세명의 베테랑에 다재다능한 하림이 더해지는 편성이었다. 세명 뮤지션의 특징대로 어쿠스틱하고 서정적인 사운드 위주였지만 기본적으로 세명의 연주자와 하림의 내공을 느끼기에는 충분했고 이병우의 기타 신쓰가 불을 뿜을 때면 달아오르기도 했고 '야간 비행'은 공연의 하일라이트였다.

나가수 출연진이 인터파크 콘서트란을 가득 채운 지금의 상황에서 더더욱 찾기 힘든 베테랑 뮤지션의 연주 위주의 대형 공연이었고 따뜻한 공연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메시사비인혜에 비야의 라인업이라면 개인적인 기대치는 그 이상이었다. 가볍고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편하고 즐거운 자리였지만 집약적인 공연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밴드로의 호흡이나 아니면 어덜트 같은 곡을 연주해도 불꽃이 튀기는 포플레이같은 팀의 공연과 달리 팀으로서의 공연은 느슨했다. 곡 자체에서 밴드로서의 에너지나 분위기의 전달은 다소 산만했고 공연 전체적으로도 분위기가 모아지기보다는 각 곡의 느낌이 흩어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빵 터져줄 때의 쾌감은 다소 덜했고 그럴꺼면 차라리 어쿠스틱하게 쭉 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병우가 기타 신쓰를 연주할 때는 좋았지만 PMG에서의 쾌감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안토니오 산체스 같이 공간을 채워줄 드러머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PMG에서만큼 선율과 에너지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해서일까? 하림의 사운드가 들어가거나 월드뮤직적인 분위기를 낼 때, 곡은 흥미롭기는 했지만 무드나 에너지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반면, '빵터지게' 공연 레파토리를 잡았다면 이런 투정이 덜했을 수도 있다. El Camino나 Ni Volas Interparoli가 연주되었다면 아니면 보다 외향적인 곡을 선곡했다면 보다 직접적인 쾌감을 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오늘같은 레파토리 자체가 각자 뮤지션들이 지닌 그릇이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볍게' 접근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즐거운 공연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직원도 아이유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ps.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유가 게스트였다. 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 자기만의 개성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선배라기 보다는 삼촌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아이유의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있는 태도는 될성부른 나무였다.